메뉴 건너뛰기

close

[이전 기사] 설립 두 달만에 용산구 사업 독점한 업체의 비결(http://omn.kr/1seal)

지난 7화에서 서울 용산구가 진행한 음식물류 폐기물 무선인식(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 감량기(이하 RFID 감량기) 보급 사업과 관련한 문제를 짚어봤다. 이번에는 용산구청이 집행한 사업에 대해 용산구의회는 과연 역할을 다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지방자치법 및 관련 규정에 따라서 지방의회에서는 회계연도 시작 10일 전까지 예산을 확정하고 출납 폐쇄 후 80일 이내에 결산을 승인해 주어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9일의 기간을 정해 행정사무감사를 진행하여야 한다. 국회에서 진행하는 국정감사와 비슷하다. 국회에서는 국가를 상대로 하지만, 지방의회에서는 집행부를 상대로 감사를 진행하는 것이다.

용산구의회 의원 윤리강령에 의원은 "의회의 구성원으로서 상호 간에 기회균등을 보장하고 충분한 토론으로 문제를 해결하며, 적법절차를 준수한다", "책임 있는 정치인으로서 모든 공·사행위에 관하여 주민에게 책임진다"라고 되어있다. 과연 의원 스스로, 그리고 의회 스스로 제 역할을 다했는지 확인해보고자 한다.

사업예산 집행 살펴보니... 예산의 평균 30퍼센트 잔액 발생
 
2014년~2020년 RFID감량기 사업예산 집행현황을 그래프로 나타낸 것이다. 2014년과 2015년을 제외하고는 모두 잔액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 2014년~2020년 RFID감량기 사업예산 집행현황 2014년~2020년 RFID감량기 사업예산 집행현황을 그래프로 나타낸 것이다. 2014년과 2015년을 제외하고는 모두 잔액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 서한솔

관련사진보기

 
13명의 용산구의원들이 충분한 협의와 토론의 과정을 거쳐 RFID 감량기 사업을 심의했는지 궁금했다.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지표가 예산심사와 결산안 승인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2014년부터 2020년까지 7개년 동안 진행된 RFID 감량기 사업예산 집행을 그래프로 정리해보았다.

7개년 예산액, 집행액, 잔액을 단순히 더해보면 예산액 총합은 33억5555만7000원, 집행액 총합은 23억3182만4000원이며 잔액 총합은 10억2373만3000원이다. 예산액의 약 70%가 집행되고 약 30%가 사업 잔액으로 남은 것이다. 2012년부터 2년 정도 시범사업으로 진행된 점을 감안해도 어마어마한 세금이 불용된 셈이다.

2016년 6월 7일, 제223회 제2차 복지건설위원회에서 2015 회계연도에 대한 결산 심사를 진행했다. 당시 박희영 위원장은 음식물류 폐기물 사업과 관련하여 예산의 전용, 감전용, 증액이 빈번히 이루어졌고, 예산 편성 당시에 면밀하게 추계가 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2015 회계연도 결산심사 지적사항을 집행부가 반영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2016 회계연도 결산심사를 진행한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이하 예결위)의 회의록을 살펴보았다. 같은 지적이 또 나왔다. 이번에는 한 의원이 직접 "행정이 이렇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해주었다.
 
○김경대 위원  : 그 돈을 다 빼서 업체선정이 늦어서, 뭐라 어떤 이유를 댔던데, 그런 것을 다 뺐어요. 다 빼서 다른 쪽으로 갖다 쓰신 거예요. 전용해서 쓰고 그랬는데, 그 부분 또한 전용을 해서 쓸 수밖에 없었고, 가용자원이 그것밖에 없었으니까 갖다 썼다, 라고 이해는 해요. 그런데 RFID 사업 자체도 예산 심의할 당시에 굉장히 논란이 많았고, "이것을 왜 편성을 하냐?" 준비도 안 된 예산을 일단 편성부터 하고 본 거예요, 그 당시에. 그래서 추가로 하겠다는 게 추가가 안 됐어. 할 상황이 안 돼요. 왜 안 되느냐?  (중략) 그 회사에만 맡겨야 되니까 준비가 안 되는 거예요. 그쪽에서 추가로. 기계를 만들어 내거나 할 준비가 안 되어 있는 거예요. 이렇게 행정이 이루어지고 있다고요.
○청소행정과장 김형진 : (전략 ) 그 다음에 상반기에는 선별장 얘기를 자꾸 말씀드려서 죄송하지만 그것 때문에 직원들이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고,
○김경대 위원 : 그것 때문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
○청소행정과장 김형진 : 네.
- 2017. 6. 14. 제232회 서울특별시 용산구의회 제4차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당시 김경대 의원은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체계적인)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채로 예산을 편성하는 좋지 못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했다. 앞서 언급한 집행현황 그래프를 통해 살펴보니 2015년 사업예산액에서 약 70%(2억5406만3000원)가, 2016년에는 약 40%(1억8470만4000원)가 불용되었다. 비율은 줄었지만 잔액은 이후에도 계속 발생했다.

이 회의에서 구청 청소행정과장의 답변은 상상 이상이었다. 의원과 질의응답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예산 추계가 제대로 되지 못해 잔액이 많이 발생한다는 지적에 청소행정과장은 "다른 업무로 인해 직원들이 신경 쓸 겨를이 없다"며 (해당 과의 업무를 진행할) 직원을 증원해달라는 요청까지 했다.

국회는 법을 제정하거나 개정 등으로 인해 소요되는 비용에 대해 추계를 한다. 정말 다른 업무로 인해 직원들이 신경 쓸 겨를이 없어서, 정확한 추계를 할 수 없어서 예산을 이렇게 편성한 것일까? 그렇지 않다. 공무원은 주민들의 복지증진을 위해 노력하는 봉사자이다.

법대로 한다더니 이의 제기 원천봉쇄
 
2019년 공동주택 음식물류폐기물 RFID 대형감량기 렌탈 운영사업 과업지시서
 2019년 공동주택 음식물류폐기물 RFID 대형감량기 렌탈 운영사업 과업지시서
ⓒ 용산구청

관련사진보기


지난 7화 기사 말미에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른 용산구의 행정처분을 다루었다. 구청은 법대로 집행했고 앞으로도 그렇게 한다는 것을 구의회에 출석해서 답변했다. 하지만, 과연 법대로 집행했다면 두 차례나 감사원 감사에 따른 결과를 받았을까?

2019년 RFID 감량기 렌탈 운영사업 과업지시서를 보면 "제안서 평가내용과 결과에 대하여 제안업체는 이의를 제기할 수 없음"이라는 부분이 있다. 제안서를 제출하면 제안서평가위원회에서 심사를 한다. 심사위원은 7인 이상으로 구성하고 객관성과 공정성을 높이고자 전문가 등 외부인사로 구성한다고 되어있다. 

용산구가 정말 법대로의 원칙을 고수하고 객관성과 공정성을 높이고자 한다면, 입찰에 참가한 업체가 받은 대략의 평가내용 및 결과에 대해 알 수 있어야 하며, 이의제기를 정당하게 할 수 있어야 한다. 

2020년 12월 14일, 제6차 예결위에서 2021년 예산안 심사를 진행했다. 8대 의회가 개원한 이후 의원 윤리강령에서 그토록 강조하던 "진정한 토론"을 진행한 것 같다. 정회와 속개를 거듭하며 회의는 자정을 넘기면서까지 진행됐고, 계수조정은 다음 날 새벽에서야 끝났다. 
 
○고진숙 위원 : 감사결과에 대한 처분을 어떻게 하셨어요?   
○자원순환과장 김정흡 : 감사, 그것은 다 끝났습니다.
○고진숙 위원  : 뭐가 끝났지요?
○자원순환과장 김정흡 : 감사 다 받아 가지고요, 거기에 따라서 거기 업체라든지 직원이라든지 거기에 대해서는 다 종결된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 그 처분사항에 대해서 감사원에 다 통보를 했고, 통보한 사항에 대해서 감사원의 어떤 이의도 없고, 그래갖고 저는 다 종결된 걸로 알고 있습니다.
○고진숙 위원  : (전략) 감사원 감사를 받아서 행정처분을 하라고 이걸 받았잖아요? 그런데 그게 다 끝났다고요? 그래서 그 업체를 또 시키고 있다는 그런 말씀이세요?
○자원순환과장 김정흡 : 아니, 그 감사 지적사항에 대해서 저희가 다 거기에…, (후략)
○고진숙 위원 : 과장님! 지금 감사원에서 감사받은 내용이 어떻게 하라는 내용인지 아시고 계세요?
(중략 )
○고진숙 위원  : 그러면 우리가 그 업체랑 우리가 한 업체 있잖아요. 제가 말씀드리기 그런데, 과업지시서 내용이 어떻게 나와 있나요?
○자원순환과장 김정흡 : 그 업체가 과징금하고 과태료를 처분을 받은 겁니다. 그리고 89일 제한조치를 받았고요. 그 기간이 다 끝난 다음에 저희가 행정처분을 행정력으로 할 수 있는 거는 전부 다 했습니다.
(중략)
○자원순환과장 김정흡 : 네. 그리고 그 업체도 감사받아 갖고 거기에 상응하는 조치를, 저희가 행정조치를 다 했다고 말씀드리지 않습니까.   
○고진숙 위원 : 그러니까 행정조치가 무슨, 어떤 조치냐고요?   
○자원순환과장 김정흡 : 아니, 아까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영업정지 1개월에 갈음하는 과징금 2000만원에 과태료 500만원을 처했고요.  
○고진숙 위원 : 그게 감사원에서 나온 거예요?   
○자원순환과장 김정흡 : 그다음에 입찰을 제한할 수 있는 89일, 그거를 해서 그 기간이 다 지났습니다, 지금.

구청 자원순환과는 감사원에서 요구한 행정조치 외에 (용산구청의) 행정력으로 할 수 있는 처분은 전부 다 했다고 했다. 앞서 밝혔듯 감사원에서는 행정처분 및 계약위반에 따른 계약 해지 방안을 마련하라고 했다. 아직도 감사원의 감사 결과를 성실하게 이행하지 못하고 있는 용산구가 과연 법 정신을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이렇게 2021년도 예산안은 집행부가 제출한 원안에서 총 16억2150만3000원을 감액하고, 감액한 예산은 신설하거나 예산액을 조정하여 10개 사업에 나눠주었다. 코로나로 인한 어려움이 시작된지 1년이 넘었다. 기획예산과 예산 중 재해·재난 목적 예비비 10억 원을 증액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의회사무국 예산 중 의회 청사 도색 공사 4970만원 증액은 정말로 이해할 수가 없다. 구의회 건물 도색을 다시 하면 코로나바이러스가 접근하지 못해서 증액한 것일까 궁금하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서울시 용산구의회 설혜영 의원(정의당, 행정건설위원회) 비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태그:#용산구, #음식물쓰레기, #RFID감량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평등하고 존엄한 세상을 꿈꾸는 사람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