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호미 잡은 아이들이 밭고랑에 주저앉아 신나게 흙을 파헤칩니다.
▲ 놀이터 호미 잡은 아이들이 밭고랑에 주저앉아 신나게 흙을 파헤칩니다.
ⓒ 황주찬

관련사진보기


싱그러운 사월입니다. 봄 햇볕이 조금 따갑습니다. 겨우내 움츠렸던 식물들이 사방에서 흙을 뚫고 보드라운 얼굴을 내밉니다. 호미 잡은 아이들이 밭고랑에 주저앉아 신나게 흙을 파헤칩니다. 엄마들은 아이들 흙장난을 말릴 생각도 없습니다.
 
따가운 봄 햇살도 아이들 놀이터 앞에서는 무기력합니다. 새내기 엄마들은 왜 따가운 햇볕 아래 아이들을 데리고 나왔을까요?
 
담쟁이 교육농장은 2020년 7월에 만들어졌습니다.
▲ 담쟁이 교육농장 담쟁이 교육농장은 2020년 7월에 만들어졌습니다.
ⓒ 황주찬

관련사진보기

   
지난 17일 오전, 둘째와 함께 여수 율촌면 반월마을에 도착했습니다. 곧이어 엄마들이 상쾌한 공기와 아침 햇살을 품고 삼삼오오 아이들 손을 맞잡고 농장으로 모여듭니다. 여수 도심에서 제법 떨어진 바닷가 시골 마을에 젊은 엄마들과 아이들 스무 명이 모였습니다.
 
달콤한 아침잠을 포기하고 엄마 손에 이끌려온 아이들은 농장을 들어서는 순간 눈빛이 달라집니다. 오늘은 각 가정에 주어진 밭을 잘 다듬어 씨앗 심을 둔덕을 예쁘게 만들어야 합니다. 간단한 체조를 마친 뒤 드디어 밭으로 향합니다. 
 
엄마들이 상쾌한 공기와 아침 햇살을 품고 삼삼오오 아이들 손을 맞잡고 농장으로 모여듭니다.
▲ 준비운동 엄마들이 상쾌한 공기와 아침 햇살을 품고 삼삼오오 아이들 손을 맞잡고 농장으로 모여듭니다.
ⓒ 황주찬

관련사진보기

 
농사일에 요긴한 호미와 괭이는 고사리손에 들린 순간 장난감으로 변합니다. 밭이랑 깊게 파고 둔덕도 평평하게 골라야 할 텐데 아이들은 일할 생각 조금도 없습니다. 나머지 농사일은 어른들 몫이 됐습니다.
 
밭일을 끝내고 봄바람에 살랑거리는 바닷가로 나가 조개껍데기를 줍습니다. 아이들 새끼손가락만큼 작은 고둥으로 예쁜 공예품도 만들 생각입니다. 천방지축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여유롭게 바라보는 어른들의 모습이 포근한 봄날과 잘 어울립니다.
 
이쯤 되니 조용한 어촌마을을 아이들 왁자지껄한 소리로 가득 채운 사람이 궁금합니다. 흙먼지 털어내고 따뜻한 모임을 마련한 '담쟁이 교육농장' 이은실 대표를 만나 궁금한 점 몇 가지를 물었습니다.
 
농사일에 요긴한 호미와 괭이는 고사리손에 들린 순간 장난감으로 변합니다.
▲ 농기구 농사일에 요긴한 호미와 괭이는 고사리손에 들린 순간 장난감으로 변합니다.
ⓒ 황주찬

관련사진보기

   
자연 활용한 배움 놀이터 고민한 결과, '어린 농부학교'
 
- 어떤 계기를 통해 이런 재밌는 행사를 준비했나요?
"여수에는 16곳의 마을 학교가 있습니다. 마을 학교는 각기 다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저희 교육농장은 전남교육청이 주관하는 '어린 농부학교'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은 미국 텍사스 주립대학교에서 개발해 세계 여러 나라에서 유치원, 초등학교, 어린이박물관 등에 보급해 온 국제적인 규모의 어린이 자연 교육 프로그램입니다.
 
담쟁이 교육농장은 작년에 바다가 예쁜 반월마을에 학교를 세우게 됐고, 이번 교육도 함께 운영하게 됐습니다. 마을 학교는 마을공동체 구성원의 자치역량을 바탕으로 학교 교육 활동을 지원하고, 지역의 특색을 살릴 수 있는 학교 밖 교육 활동을 하는 등 아이들을 함께 키우고 민주시민의 자질을 지닌 마을의 주인으로 성장시키고자 하는 학교라 보시면 됩니다.
 
이곳 반월마을에서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은 아름다운 자연입니다. 자연을 활용한 배움 놀이터를 고민한 결과 '어린 농부학교'라는 프로그램을 만들게 된 배경입니다. 배움이 삶이 되는 교육현장인 거죠."
 
나머지 농사일은 어른들 몫이 됐습니다. 둘째 아들이 열심히 밭고랑을 파고 있습니다.
▲ 농사 나머지 농사일은 어른들 몫이 됐습니다. 둘째 아들이 열심히 밭고랑을 파고 있습니다.
ⓒ 황주찬

관련사진보기

   
흙냄새 실컷 맡게 해 주고픈 부모의 마음

- 부모님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기꺼이 반월까지 찾아오는 이유와 참가자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황금 같은 주말 변두리 시골로 사람들이 모이는 이유는 아이들을 건강하게 키우고 싶은 부모의 마음 때문이지 않나 생각합니다. 부모님들은 '그냥 너무 좋다', '프로그램이 신선하다', '자연 놀이터여서 감성이 젖어 든다', '우리 아이는 이런 텃밭 놀이를 좋아한다'는 반응을 보이세요.
 
상자 같은 아파트에서 다람쥐 쳇바퀴 굴리듯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에게 자연과 흙냄새를 실컷 맡게 해 주고 싶은 부모님들 마음이 이곳까지 발걸음을 옮기게 된 동기가 아닐까 생각해요."
 
- 담쟁이 교육농장과 반월마을에 대해 간단히 소개 부탁합니다.
"담쟁이 교육농장은 2020년 7월에 만들어졌어요. 농사일도 하면서 아이들에게 흙 놀이터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세워졌고요.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담쟁이 교육농장이 들어와서 이 마을이 확 산다고 말씀하시지만 저는 이 마을이 담쟁이 교육농장을 확 살려준다고 생각합니다.
 
반월마을은 여수 여자만과 순천만 사이에 있어요. 일몰이 참 아름다운 바닷가 마을이고 넓은 유채 꽃밭이 장관을 이루는 조용한 바닷가 마을입니다."
 
봄바람에 살랑거리는 바닷가로 나가 조개껍데기를 줍습니다.
▲ 반월 바다 봄바람에 살랑거리는 바닷가로 나가 조개껍데기를 줍습니다.
ⓒ 황주찬

관련사진보기

   
아이들이 신나게 뛰어노는 놀이터가 되길
 
- 향후 계획이 있다면?
"올해 담쟁이 교육농장은 전남교육청으로부터 '치유농장'으로 선정됐어요. 치유농장이란 국민의 건강과 회복 및 유지증진을 도모하기 위해 다양한 농어촌 자원을 활용하고 이와 관련된 활동을 통해 사회적,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사업을 의미해요.
 
담쟁이 교육농장이 관계를 회복시키고 치유하는 공간으로 쓰였으면 좋겠어요. 참여자들의 상황을 고려해 대상자들에게 맞는 프로그램과 환경 등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바닷가에서 주운 물건들로 예쁜 공예품을 만들었습니다.
▲ 작품 바닷가에서 주운 물건들로 예쁜 공예품을 만들었습니다.
ⓒ 황주찬

관련사진보기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씀은?
"'사람이 마을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사람이 머물고 모이는 곳이 마을이라 생각해요. 담쟁이 마을 학교는 아이들 신나게 뛰어노는 놀이터가 되길 희망합니다. 또, 한 사람 한 사람의 재능이 이곳을 통해 발현되고 성장하는 학교가 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많은 분이 담쟁이 교육농장을 찾아주시고 관심 가져 주시면 좋겠어요."

태그:#담쟁이, #반월마을, #흙놀이터, #담쟁이교육농장, #전남교육청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세 아들 커가는 모습이 신기합니다. 애들 자라는 모습 사진에 담아 기사를 씁니다. 훗날 아이들에게 딴소리 듣지 않도록 노력합니다. 세 아들,아빠와 함께 보냈던 즐거운(?) 시간을 기억하겠죠.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