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불로 지진 '미얀마 봄' 문신, 청년에게 공포 심는 나라

[미얀마에서 온 사진 - 4월 18~19일] 쿠데타 세력, Z세대에 '공포' 주입하려 무자비한 고문

등록 21.04.20 11:06l수정 21.04.20 11:06l소중한(extremes88)

군부 쿠데타에 저항했다가 체포돼 고문을 당한 청년의 모습. 군경은 청년이 "세상이 끝난들 잊지 않으리, 2021년 2월 1일", "봄의 혁명"이라고 새긴 문신을 담뱃불로 지졌다. ⓒ 페이스북 'Myanmar Today'

 
한 미얀마 남성의 목에 문신이 새겨져 있다. 그는 목 뒤편과 옆쪽에 각각 '세상이 끝난들 잊지 않으리, 2021년 2월 1일', '봄의 혁명'이란 글씨를 새겼다.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킨 날짜를 기억하고 이에 저항하겠단 의지를 내보이는 내용이다.
 
양곤에 사는 이 청년은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에 나섰다가 4월 14일 체포됐다. 닷새 동안 구금된 그는 군경으로부터 심한 고문을 당했다. 고문의 흔적이 그가 새긴 문신에도 남아 있었다. 군경은 민주화의 열망을 담은 문신을 담뱃불로 지지는 잔혹한 모습을 보였다.
 

군부 쿠데타에 저항했다가 체포돼 고문을 당한 청년의 모습. ⓒ 페이스북 'Myanmar Today'

  

군부 쿠데타에 저항했다가 체포돼 고문을 당한 청년의 모습. ⓒ 페이스북 'Myanmar Today'

 
위 사진의 청년 역시 시위 도중 체포됐다가 잔혹한 고문을 당했다. 쿠데타 세력은 플라스틱 헬멧에 드럼통을 개조한 방패 하나 들었을 뿐인 청년을 무자비하게 구타했다. 그의 얼굴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퉁퉁 부었고, 등에도 무언가로 세차게 내려친 상처가 수도 없이 나 있었다.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는 청년들에게 '공포'를 심기 위해 무지막지한 힘을 동원하고 있다. Z세대로 불리는 청년들은 이번 민주화운동의 중심에 서 있다. 2015년 들어선 문민정부를 젊은 시절부터 경험하고 SNS로 전 세계와 소통하는 미얀마 청년들은 반세기 이상 나라를 집어삼켰던 군부정권의 재탄생을 용납하지 않고 있다.
 

군부 쿠데타에 저항했다가 체포돼 고문을 당한 청년들의 모습. ⓒ 페이스북 'Myanmar Today'

  

15일 체포된 미얀마 민주화운동 청년 지도자 웨이 모 나잉(Wai moe naing)의 모습이 하루 뒤인 16일 공개됐다. ⓒ 페이스북 'Khit Thit Media'

  
때문에 쿠데타 세력은 이러한 청년들을 눈엣가시처럼 여기고 있다. 그래서 더 혹독하게 다루고 그들의 처참한 모습을 널리 알리고 있다. 군부는 4월 15일 몽유와(Monywa) 지역 청년 지도자였던 웨이 모 나잉(Wai Moe Naing)을 잔혹한 방법으로 체포한 뒤 다음날 심하게 얻어맞은 그의 얼굴을 공개했다.
 
군부는 18일에도 어용 언론(MRTV)를 통해 처참히 짓이겨진 청년 6인의 얼굴을 방송에 내보내기도 했다. 다음날 미얀마 인권단체인 정치범지원협회(AAPP)는 그들의 얼굴과 함께 "고문이 훈타(Junta, 미얀마 군부를 이르는 말)의 방침이다. 특히 우리는 공개되지 않은 장소에 억류된 사람들을 염려하고 있다"며 "만약 국제사회가 행동하지 않는다면 고문과 죽음은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3월 24일 양곤에서 울려 퍼진 청년들의 외침이 기억에 남는다. 군부의 살상이 계속되자 이들은 눈과 입을 가린 채 '침묵시위'를 벌였고 이렇게 목소리를 높였다.
 
"기성세대가 가진 공포를 물려받지 않기 위해 우린 거리로 나섭니다."
 

군부 쿠데타에 저항해 시민 불복종 운동을 진행 중인 미얀마인들이 3월 24일 침묵시위를 벌였다. 미얀마 최대도시 양곤의 따미네(Thamine)에서 청년들이 눈과 입을 가린 채 항의 의사를 표현하고 있다. ⓒ M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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