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탈 컴뱃> 영화 포스터

▲ <모탈 컴뱃> 영화 포스터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생계를 위해 불법 격투기 시합을 뛰는 콜 영(루이스 탄 분). 어느 날, 그는 우주인 아웃월드 제국이 지구인 어스렐름을 침공하기 위해 50년에 한 번씩 개최하는 격투 대회 '모탈 컴뱃'을 앞두고 지구의 전사들을 사전에 제거하라는 마법사 샹청(친 한 분)의 명령을 받은 서브제로(조 타슬림 분)의 공격을 받는다. 

콜은 자신의 몸에 새겨진 드래곤 문양과 동일한 표식을 지닌 잭스(메카드 브룩스 분)의 지시에 따라 소냐 블레이드(제시카 맥나미 분)를 찾아 나선다. 드래곤 모양 표식의 진실을 알게 된 콜은 어스렐름의 수호자이자 고대신인 레이든(아사노 타다노부 분)의 사원에서 소냐, 케이노(조쉬 로슨 분), 리우 캉(루디 린 분), 쿵 라오(맥스 황 분)와 함께 모탈 컴뱃 대회를 위한 수련에 들어간다.

1990년대 할리우드엔 인기 게임을 실사 영화로 옮기는 작업이 유행처럼 번졌다. 당시 세계 최초의 게임 원작 영화 <슈퍼 마리오>(1993)를 필두로 <더블 드래곤>(1994), <스트리트 파이터>(1994), <모탈 컴뱃>(1995), <윙 커맨더>(1999) 등 게임 원작 영화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대부분은 혹평을 면치 못하며 흥행 참패를 기록했지만, 몇몇 작품은 호평과 함께 흥행 성공을 거두었다. 
 
<모탈 컴뱃> 영화의 한 장면

▲ <모탈 컴뱃> 영화의 한 장면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1992년 미국의 게임회사 미드웨이가 출시한 동명의 게임을 바탕으로 한 <모탈 컴뱃>은 게임 원작 영화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 <용쟁호투>(1973)를 연상케 하는 플롯에 원작 게임이 가졌던 캐릭터, 기술, 음악 등의 요소를 결합하고 저렴한 특수 효과와 홍콩 액션 영화의 문법을 입힌 <모탈 컴뱃>은 10대 소년들이 열광할 재미로 가득했다. 2천만 달러의 제작비로 전 세계에서 1억 2천만 달러가 넘는 수익을 올리는 대성공을 기록한 <모탈 컴뱃>은 지금도 90년대 대중문화를 대표하는 작품이란 평가를 받는다.

<쏘우> 시리즈를 비롯해 <인시디어스>(2010), <컨저링>(2013), <분노의 질주: 더 세븐>(2015), <아쿠아맨>(2018)를 잇따라 성공시킨 '미다스의 손' 제임스 완이 제작을 맡고 게임 광고를 연출한 사이먼 맥쿼이드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모탈 컴뱃>(2021)은 '리부트' 성격의 작품이다. 

사이먼 맥쿼이드 감독은 "원작의 주요소를 존중하여 원작 팬들을 만족시킬 뿐 아니라 원작 게임을 모르는 관객에게도 짜릿한 경험을 만들어 주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제작자 제임스 완은 "원작 게임과 영화의 팬인 나 역시 또 다른 버전의 영화 <모탈 컴뱃>을 보고 싶었다"고 말한다.
 
<모탈 컴뱃> 영화의 한 장면

▲ <모탈 컴뱃> 영화의 한 장면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1995년 <모탈 컴뱃> 2021년 <모탈 컴뱃>의 가장 큰 차이점은 '사실감'이다. 1995년 작품은 만화적인 폭력과 세계관에 가깝다. 반면에 2021년 작품은 현실적으로 느껴지게끔 그려졌다. 유머 요소도 거의 없다. 팀 버튼과 조엘 슈마허가 만든 <배트맨> 시리즈와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 시리즈가 보여주었던 톤 앤 매너의 차이를 떠올리면 된다.

게임 <모탈 컴뱃>은 잔혹하기로 유명했다. 1995년 작품은 폭력성을 대폭 낮추어 청소년 관람 가능 등급을 받았다. 이와 달리 2021년 <모탈 컴뱃>은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에 걸맞게 게임의 잔혹성을 고스란히 살렸다. 피가 난무하는 건 기본이며 머리를 반으로 쪼개고 몸이 뒤틀리고 가슴이 터지는 고어한 장면이 나올 정도로 수위가 높다. 1억 달러 이상의 예산이 투입된 블록버스터답게 특수 효과의 수준도 상당하다. 특히 원작 게임을 즐긴 사람이라면 현실처럼 구현된 캐릭터의 기술과 스테이지에 감탄사가 절로 터질 것이라 생각한다.

원작 게임의 세계관과 주요 캐릭터인 소냐, 리우 캉, 레이든, 스콜피언, 서브제로, 샹청 등을 <모탈 컴뱃>은 충실히 구현한다. 그런데 게임에서는 볼 수 없었고 영화에서 새로이 등장하는 콜을 내세운 점이 눈길을 끈다. 주인공으로 기존의 게임 팬들을 무시하지 않으면서 게임을 해본 적이 없는 사람들도 몰입할 수 있는 독자적인 스토리라인을 구축하겠다는 선택이다. 게임 팬을 포함한 관객은 콜이 어떤 기술을 사용할 것인지 흥미진진하게 지켜보는 맛이 있다.
 
<모탈 컴뱃> 영화의 한 장면

▲ <모탈 컴뱃> 영화의 한 장면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모탈 컴뱃>은 멋진 오프닝으로 문을 연다. 안타깝게도 이후부턴 극의 몰입도가 내리막길을 걷는다. 게임의 설정을 별다른 설명 없이 사용하는 불친절함, 단순하게 묘사된 캐릭터, 억지로 끼워 맞춘 듯한 스콜피언과 서브제로의 관계 등 플롯의 문제점이 누적되다 보니 3막에 이르러선 이야기와 캐릭터의 재미는 사실상 사라진다. 새로운 캐릭터 콜의 설정도 그리 매력적이질 않다. 남은 건 유혈이 낭자한 액션 시퀀스뿐이다.

<모탈 컴뱃>은 게임을 원작으로 한 '쓰레기' 영화는 절대 아니다. 지금까지 나온 게임 원작 실사 영화 가운데 평균 이상엔 분명 속한다. 그러나 최근 호평을 받은 게임 원작 실사 영화 <램페이지>(2018), <명탐정 피카추>(2019), <수퍼 소닉>(2019)엔 미치질 못한다. 대놓고 속편을 예고했는데 혹여 나온다면 각본에 공을 기울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바람을 추가하자면 근사한 테마곡 '테크노 신드롬'을 들려주었으면 좋겠다. 이번 곡은 너무 심심하다. 
모탈 컴뱃 사이먼 맥쿼이드 제임스 완 루이스 탄 사나다 히로유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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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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