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가 삼성을 상대로 깔끔한 승리를 거두며 전날의 패배를 설욕했다.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이 이끄는 한화 이글스는 14일 대구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의 원정경기에서 장단 11안타를 때리며 6-2로 승리했다. 전날 3-4의 아쉬운 한 점차 패배를 설욕한 한화는 시즌 4번째 승리를 따내며 공동 6위로 올라섰고 '토종 에이스' 김민우가 등판하는 15일 경기를 통해 5할승률과 위닝 시리즈를 동시에 노린다(4승5패).

한화는 1회 2사1,3루에서 좌전 적시타를 때린 노시환이 결승타의 주인공이 되며 2안타2타점1득점으로 활약했고 하주석과 외국인 선수 라이온 힐리가 나란히 3안타, 장운호가 멀티히트로 좋은 타격감을 과시했다. 한화는 이날 논란 끝에 영입했던 외국인 선수 닉 킹험이 시즌 두 번째 등판에서 승리를 따냈다. 작년 5월 5일 SK 와이번스에서 KBO리그 무대에 데뷔한 킹험은 345일 만에 한화 유니폼을 입고 국내 무대 데뷔  첫 승을 기록했다.
 
  8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인천 SSG 랜더스와 대전 한화 이글스의 경기. 1회말 한화 선발투수 킹험이 역투하고 있다.

8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인천 SSG 랜더스와 대전 한화 이글스의 경기. 1회말 한화 선발투수 킹험이 역투하고 있다. ⓒ 연합뉴스

 
부상으로 실력 제대로 펼치지 못한 킹험

좋은 재능과 실력을 가지고도 잦은 부상 때문에 꽃 피우지 못하고 사라져 가는 선수들은 국내는 물론 메이저리그에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시카고 컵스 시절 '강속구를 던지는 그렉 매덕스'라는 극찬을 받았던 마크 프라이어(LA다저스 투수코치)와 뉴욕 메츠의 '다크나이트'로 명성을 떨치다가 현재는 마이너 계약을 통해 여러 팀을 전전하는 신세로 전락한 맷 하비 등이 대표적이다.

킹험 역시 고교 시절 13경기에서 8승3패 평균자책점2.01을 기록한 후 2010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4라운드 지명과 함께 48만 달러의 보너스를 받고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 입단한 유망주였다. 마이너리그 과정을 4년 만에 통과한 킹험은 2015년 빅리그 콜업이 유력했지만 그 해 5월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으며 2016년까지 재활에 매달렸다. 2017년에는 무릎 수술을 받으면서 스프링캠프에서 중도 하차하기도 했다.

2018년 만26세의 나이에 빅리그에 데뷔한 킹험은 루키 시즌 5승을 올리며 빅리그에 안착하는 듯 했다. 하지만 2019년 부진을 면치 못하다가 토론토 블루제이스로 현금 트레이드됐고 토론토 이적 후에는 옆구리 부상을 당하면서 방출되고 말았다. 그렇게 킹험의 빅리그 커리어는 2년 만에 허무하게 마감됐고 2020 시즌을 앞두고 총액 90만 달러를 제시한 SK와 계약하면서 킹험은 한국에서 제2의 야구인생을 시작했다.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이 빅리그로 떠나면서 에이스 역할을 해줄 투수가 마땅치 않았던 SK는 내심 빅리그에서 19경기에 선발투수로 등판한 경력이 있는 킹험이 1선발 역할을 해주길 기대했다. 하지만 '1선발 킹험'에 대한 SK팬들의 기대는 단 2경기 만에 산산이 부서지고 말았다. 작년 5월 5일 한화와의 개막전에서 7이닝3실점 패전을 기록할 때만 해도 킹험은 이닝이터로서의 가능성이 보이는 듯했다. 

하지만 킹험은 시즌 두 번째 등판이었던 12일 LG 트윈스전에서 3.2이닝 동안 8점(5자책)을 내주며 난타를 당했고 3일 후 팔꿈치 통증으로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이후 킹험은 한 번도 1군에 복귀하지 못했고 결국 2경기 2패6.75라는 성적을 남기고 퇴출됐다. 킹험이 초라한 성적을 남기고 퇴출될 때까지만 해도 그가 올 시즌 다시 KBO리그 마운드에 오를 수 있을 거라 예상한 야구팬은 거의 없었다.

345일 만에 두 번째 팀에서 데뷔 첫 승 

그렇게 KBO리그와 인연이 끝날 거 같았던 킹험은 작년 11월 한화와 총액 55만 달러에 계약하면서 다시 KBO리그에서 활약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한화는 메디컬 테스트 결과 팔꿈치는 물론 어깨에도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고 구속도 빅리그에서 활약하던 시절과 비슷한 수준으로 회복됐다고 판단해 킹험 영입을 최종 결정했다. 물론 SK팬들을 비롯한 많은 야구팬들은 킹험의 KBO리그 재입성에 고운 시선을 보내지 않았다. 

SK시절 등록명이 '킹엄'이었던 킹험은 자신의 실제 발음에 더 가까운 '킹험'으로 등록명을 바꾸고 올 시즌을 준비했다. 스프링캠프 두 번의 연습경기 등판에서 5이닝 2실점을 기록한 킹험은 시범경기에서도 한 경기에 등판해 3.2이닝2실점으로 깊은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속구는 시속 150km를 상회했지만 연습 및 시범 경기에서 8.2이닝 동안 3개의 홈런을 허용했을 정도로 공이 너무 가볍다는 평가를 받았다.

킹험은 지난 8일 이름이 바뀐 친정팀(?) SSG랜더스를 상대로 시즌 첫 등판을 가졌다. 하지만 킹험은 옛 동료(?)들을 상대로 한 첫 등판에서 5피안타(2피홈런)4사사구4실점(3자책)의 불안한 투구로 4회 2사 후에 강판됐다. 특히 3회 추신수와 최정에게 백투백 홈런을 허용하면서 장타 허용에 대한 약점을 극복하지 못한 듯 했다. 동점 상황에서 강판되면서 간신히 패전을 면했지만 패전과 다름없는 부진이었다.

하지만 킹험은 5일을 쉬고 다시 등판한 선발 마운드에서 삼성을 상대로 명예회복에 성공했다. 6회까지 마운드를 지키며 86개의 공을 던진 킹험은 사사구 없이 2피안타4탈삼진 무실점으로 삼성 타선을 효과적으로 틀어 막았다. 작년5월 5일 SK 유니폼을 입고 KBO리그에 데뷔한 킹험이 무려 345일 만에 한화 소속으로 국내 무대 데뷔 첫 승을 따낸 것이다. 평범한 1승이었지만 킹험에게는 매우 의미 있는 승리였다. 

한화는 또 한 명의 외국인 투수인 좌완 라이언 카펜터가 2경기에서 11이닝 동안 15개의 탈삼진을 기록하며 위력적인 구위를 뽐내고 있다. 여기에 킹험이 안정된 투구로 착실히 승리를 챙겨 준다면 한화도 남 부럽지 않은 외국인 원투펀치를 거느릴 수 있다. 작년 2패만 기록한 채 쓸쓸히 한국을 떠나야 했던 킹험이 올해는 패전 대신 승리를 먼저 따내며 기분 좋게 시즌을 출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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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한화 이글스 닉 킹험 부상 데뷔 첫 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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