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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면산과 청계산 사이로 흘러 구룡산 앞으로 빠지는 양재천은 잠실을 감아 도는 탄천과 만나서 한강 물줄기를 구성한다. 이 양재천의 위쪽에는 말죽거리공원이 있으며 아래쪽에는 양재시민의숲(공원)이 자리한다. 이렇게 남북으로 나 있는 이 동네가 양재동(말죽거리)이며 경부고속도로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양재동은 옛날에 말죽거리라고 불렸는데 이름에 대한 유래는 크게 두 가지 설이 있다. 첫째는 남쪽에서 한양으로 올라오는 사람들이 이곳에 여장을 풀고 말에게 죽을 끓여 먹였기에 붙여졌다고 전해진다. 또 다른 내력으로는 이괄의 난을 피해 인조가 한양을 빠져나오다가 여기에서 말죽을 마시고 목마름을 달랬기에 지어진 명칭이라고도 한다. 

양재동시민의숲에는 매년 지자체에서 탐스러운 튤립을 비롯하여 여러 관상 식물을 심어서 공원을 찾는 시민들에게 눈요깃거리를 제공한다. 바로 옆에 양재동꽃시장이 있으므로 이런 지리적 특혜를 입는 셈이다. 또한,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이 자리하기에 헌화를 한다는 의미도 있으리라 여겨진다. 
 
▲ 윤봉길 의사와 사진 찍고 꽃시장, 구룡사 탐방기.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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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산책기의 코스는 양재천을 따라 매헌윤봉길의사기념관을 거쳐 꽃시장의 경매를 구경하고 구룡산 정상에 올랐다가 능인선원 방면으로 내려와 구룡사에서 마치는 루트다.

매헌기념관에서는 사진 출력 체험이 가능하며, 구룡산에서는 강남 일대를 조망할 수 있고 구룡사는 통도사(경북 양산)의 서울 포교당으로서 둘러볼 만한 곳이다. 7층 건물의 꼭대기 선방에 오르면 색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필자와 같은 길치를 위하여 간략한 지도를 그려보면 아래와 같다.
 
말죽거리, 꽃시장, 구룡산, 구룡사 탐방 코스
▲ 양재동 일대, 구룡산 산책 지도. 말죽거리, 꽃시장, 구룡산, 구룡사 탐방 코스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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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

산책을 시작하려면 신분당선 양재시민의숲역(매헌) 5번 출구로 나와 여의교를 건너면 된다. 우측에 보이는 전통 기와집이 윤봉길의사기념관이다. 그 윗쪽으로 더 올라가면 가지런히 심어진 살구나무길을 따라 양재천이 흐른다.

물길을 따라 한가로이 물고기가 유영하고 산책 나온 시민과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여유롭게 걸음을 옮기고 있다. 가마우지가 잠수하여 물고기를 사냥하는 장면도 심심치 않게 목격할 수 있다. 

매헌기념관으로 들어가 보자. 윤봉길은 의거 전까지 농민독본 3권을 저술하면서 농촌계몽운동에 앞장 섰던 선비였다. 그러나 식민 지배의 한계를 깨닫고 독립운동의 최전선에 뛰어든다. 1932년 상해 점령을 기념하기 위해 홍구공원에서 열린 일본군전승축하기념식장에서 폭탄 투척 의거를 펼쳐 침략 수뇌부를 사망케 한다.
 
매헌 기념관 내부의 동상과 전시실.
▲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 매헌 기념관 내부의 동상과 전시실.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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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3.1 운동 이후 한계에 직면해 있던 우리나라 독립운동의 불씨를 다시 피워낸 계기가 되었으며, 대만의 국민당 정부가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전폭적으로 지원하게 만든 역사적 사건이다. 

윤봉길 의사는 거사 직후 일본군에게 붙잡힌 다음 모진 고문 후에 총살 당한다. 불과 25세의 나이였다. 그의 유해는 대중들이 왕래하는 길가에 암장해 버렸으며 이후 약 13년간 오가는 행인들의 발에 짓밟히도록 만들었다. 해방 뒤 1946년에 발굴되어 조국의 품에 돌아왔고 효창공원에 안장되었으며 1962년에는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이 추서되었다. 

박물관을 둘러보고 출구 쪽으로 나오면 윤봉길 의사와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해 놓았다. 15*10cm의 사진을 즉석에서 뽑아주니 기념으로 간직할 수 있다. 

꽃시장 검은 고양이와 눈뽀뽀

기념관을 나와 길을 건너면 남쪽으로 유격백마부대충혼탑과 대한항공희생자위령탑, 삼풍참사위령탑이 보인다. 상대적으로 찾는 사람이 적어서 한가로이 벤치에 앉아 사색에 잠길 수 있어서 좋다. 대부분 양재천 방면으로 산책을 가기 때문이다.
 
경매가 끝난 뒤 화분을 차에 옮기고 있는 장면.
▲ 양재동꽃시장(aT 화훼공판장) 내부. 경매가 끝난 뒤 화분을 차에 옮기고 있는 장면.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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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건너 알록달록한 레고 블럭 같은 건물이 눈에 띄는데 바로 양재동꽃시장(aT 화훼공판장)이다. 아치형 다리를 건너면 바로 접근할 수 있다.

이곳은 우리나라 최대의 화훼시장으로서 다양한 꽃들을 경매 가격으로 살 수 있는 곳이다. 특별한 제한은 없으니 시간을 맞추면 경매 현장을 볼 수도 있다. 공판장 앞 비닐하우스 안으로 들어가면 향긋한 꽃내음과 함께 생전 처음 보는 식물도 구경할 수 있다. 각 농원에서 키우는 고양이들이 제법 눈에 띈다.
 
양재시민의숲에서 만난 아크로바틱 고양이.
▲ 나무타기를 즐기는 고양이. 양재시민의숲에서 만난 아크로바틱 고양이.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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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묘목을 갉아먹는 쥐를 퇴치하기 위하여 고양이를 들인 것으로 짐작된다. 지금 유튜브에서 회자되고 있는 박수홍씨의 검은 고양이, '다홍이'를 쏙 빼닮은 녀석을 만났다. 첫 만남임에도 카메라 앞으로 다가와 눈뽀뽀를 날려준다. 두 눈을 꿈뻑이며 상대방을 바라보는 것이 고양이계의 인사다.

도심 속 통도사 포교당 구룡사

꽃시장을 나와 우측으로 진행하여 사거리에서 길을 건너면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가 나온다. 이 길로 들어서면 KOICA(한국국제협력단) 옆길을 지나 구룡산으로 오르게 된다. 15분쯤 걷다보면 전망이 우수한 국수봉이 나오고 조금 더 올라가면 구룡산 정상이다.
 
조망이 훌륭한 구룡산 국수봉.
▲ 국수봉에 바라본 강남 풍경. 조망이 훌륭한 구룡산 국수봉.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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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300미터 정도의 높이라서 강남 일대를 조망할 수 있다. 더 걷는다면 대모산으로 이어지며 개포동과 일원동 방면으로 내려갈 수 있다.

이번 산책 루트에서는 구룡산 정상까지만 걸어보는 코스이기에 다시 국수봉으로 내려와 능인선원 방면으로 하산하면 된다. 멀리서도 눈에 뜨이는 큰 불상이 있으므로 길을 잃을 염려는 없을 것이다.
 
불상조성원으로서 3대째 가업을 잇고 있다.
▲ 불상을 조성하고 있는 신우형 장인. 불상조성원으로서 3대째 가업을 잇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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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원을 둘러보고 육교를 건너 좌측으로 진행하면 지척에 구룡사가 있다. 신라의 자장율사가 창건한 통도사의 서울 도심 속 포교당으로서 1985년에 종로구 가회동에서 창건하여 이곳으로 옮겨왔다. 통도사는 2018년에 13번째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전통 가람이다.
 
통도사 서울 포교당 구룡사의 연등.
▲ 단청처럼 화려한 구룡사 연등. 통도사 서울 포교당 구룡사의 연등.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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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룡사 지하층부터 7층까지 둘러보면서 법당과 불전을 살펴볼 수 있다. 만불보전에 자리한 7개의 불상과 관음전, 인등실과 극락전, 열반전, 선방 등이 있다. 4층 열반전 문을 열고 나선형 계단을 따라 오르면 꼭대기까지 올라가 볼 수 있다.

태그:#서울 여행, #윤봉길, #양재시민의숲, #구룡사, #DAANK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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