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미얀마 소수민족의 결단 "버마족과 함께 군부에 맞설 것"

[인터뷰] 카렌민족연합(KNU) 소타니 외무장관 "한국 저항의 역사 안다, 우리 편에 서달라"

등록 21.04.06 11:37l수정 21.04.21 11:53l소중한(extremes88)
 
  

카렌민족연합(KNU, Karen National Union)의 소타니(Saw Taw Nee) 외무장관. ⓒ 아리야 마이어(Areeya Maye)


"1987년 이전의 한국도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상황과 매우 유사했던 것으로 압니다. 우리를 내버려두지 마시고 독재의 노예들로부터 시민이 자유로워질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협력해주길 부탁드립니다." 
 
카렌민족연합(KNU, Karen National Union)의 소타니(Saw Taw Nee) 외무장관은 5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한국이 독재세력에 저항한 긴 역사를 잘 알고 있다. 우리의 편에 서서 우리와 함께 싸워달라"며 이 같이 말했다.
 
특히 소타니 장관은 쿠데타 후 임시정부를 표방하고 있는 '의회당선인대표위원회(CRPH, Committee Represented Pyidaungsu Hluttaw)'와의 협력을 강조했다. 그는 "이제 우리는 버마족을 대표하는 조직인 CRPH와 협력할 것"이라며 "그들과 협력해 싸울 것이고, 고난과 역경을 극복해나갈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쿠데타를 일으킨 미얀마 군부는 3월 27~30일 소수민족인 카렌족이 머물고 있는 카렌주를 공습했다. 카렌민족연합(KNU)은 4월 2일 성명을 통해 "무장하지 않은 민간인에 대한 공습으로 어린이와 학생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사망했고 학교, 주택, 마을이 파괴됐다"며 "또한 공습으로 마을을 탈출한 1만 2000명 이상의 사람들이 대피하고 있다"라고 발표했다. ⓒ 페이스북 'Karen Unity Hope'


KNU를 구성하고 있는 카렌족은 미얀마 남부지방 카렌주가 주된 근거지다. 이들은 미얀마에 400만 명, 태국에 100만 명이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KNU와 카렌족 무장조직인 카렌민족해방군(KNLA, Karen National Liberation Army)은 미얀마 소수민족 중 규모가 가장 큰 축에 속한다. 
 
소타니 장관의 "CRPH와의 협력"이란 말이 의미심장한 건 카렌족이 70년 넘게 버마족 중심의 미얀마 중앙정부를 상대로 무장독립투쟁을 벌여왔기 때문이다. 소수민족 입장에서 미얀마 인구 70%를 차지하고 있는 버마족은 자신들을 차별해온 민족이다. CRPH는 지난해 총선에서 당선됐다가 쿠데타 때문에 임명되지 못한 '당선인'들로 구성돼 있는데, 이들 대부분이 아웅산 수치가 이끌던 민주주의민족동맹(NLD, National League for Democracy) 소속의 버마족이다.
 
소타니 장관의 발언은 카렌족 대표급 인사가 오랜 시간 갈등했던 버마족 조직과 손을 맞잡겠다고 공표한 것이어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앞서 AFP통신에 따르면, 10개 소수민족 무장단체가 군부를 비판하며 "국민들을 확고하게 지지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소타니 장관의 발언은 이보다 한 발 더 나아간 셈이다. 
 
이러한 결정은 카렌족 같은 소수민족 입장에선 큰 결단이 필요한 일이다. 쿠데타를 일으킨 미얀마 군부는 지난 3월 27~30일 카렌주를 공습해 전투기를 동원한 폭격을 가했다. 지난 2일 KNU 성명에 따르면 "비인간적인 공습으로 어린이와 학생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죽었고 학교, 주택, 마을이 파괴됐다"며 "또 1만 2000명이 마을을 탈출해 대피했다"라고 밝혔다. 이처럼 군부는 곧장 전투기를 동원할 만큼 버마족에 비해 소수민족에 훨씬 더 가혹하다.
 
아래는 소타니 장관과의 인터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내용이다. 인터뷰는 미얀마 미야와디(Myawaddy)와 10km 남짓 떨어진 태국 매솟(Mae Sot)에서 진행됐으며, <오마이뉴스> 질문지를 받은 아리야 마이어(Areeya Maye)씨가 직접 묻고 소타니 장관이 이에 답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졌다. 
 
"폭격에 의한 사망자, 대부분 민간인"   
 

카렌민족연합(KNU, Karen National Union)의 소타니(Saw Taw Nee) 외무장관. ⓒ 아리야 마이어(Areeya Maye)


- 한국의 언론 <오마이뉴스>는 미얀마와 카렌족에게 벌어진 일에 우려를 표합니다. 최근 쿠데타 군부의 공습으로 많은 카렌족 사람들이 사망했다고 들었습니다.

"정말 저희에게 좋지 못한 일입니다. (쿠데타 군부의) 공습에 의한 폭격으로 인해 우리(카렌족)의 군대뿐만 아니라 민간인까지 피해를 입었습니다. 폭격으로 인한 사망자의 대다수는 시민이었습니다. 우리는 사전에 (공습에 대한) 정보를 얻기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이렇게 무고한 시민이 폭격에 의해 사망한 것은 인본주의(humanism)에 반하는 중대한 범죄행위입니다. 국제사회가 이러한 범죄에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합니다."
 
- 폭격(air strike)에 관한 상황을 좀 더 설명해줄 수 있습니까.

"3월 27일부터 폭격 사실을 접했습니다. 군부는 밤부터 시민을 향한 폭격을 시작했습니다. 끔찍하게도 폭격에 의한 사망자의 다수는 시민이었습니다. 해당 지역은 태국 국경에서 10km 정도 떨어져 있을 정도로 그리 멀지 않습니다. 폭격으로 인해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국경으로 도망쳐야만 했습니다. 몇몇은 살기 위해 국경을 넘기도 했습니다. 저희가 파악하고 있는 바에 따르면 1만 명 정도의 거주민들이 자신이 살던 지역을 버리고 정글 등으로 쫓겨났습니다. 이것이 바로 폭격의 결과입니다. 육상전에 익숙한 저희 군대에게도 (공군에 의한) 폭격은 대처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쿠데타를 일으킨 미얀마 군부는 3월 27~30일 소수민족인 카렌족이 머물고 있는 카렌주를 공습했다. 카렌민족연합(KNU)은 4월 2일 성명을 통해 "무장하지 않은 민간인에 대한 공습으로 어린이와 학생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사망했고 학교, 주택, 마을이 파괴됐다"며 "또한 공습으로 마을을 탈출한 1만 2000명 이상의 사람들이 대피하고 있다"라고 발표했다. ⓒ 페이스북 'Karen Unity Hope'


- 많은 사람들이 현재 미얀마 상황을 매우 걱정하고 있습니다. 시위 현장에서 많은 버마족이 사망하고 있습니다. (버마족과 갈등을 벌여온) 카렌족의 입장에서 쿠데타 군부가 시민을 학살하는 현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버마족이든 카렌족이든 우린 인간으로서 모두 동일한 존재입니다. 우리는 인본주의를 공유하는 존재이고, 모두 동일한 존재입니다. 통치자라면 마음에 들지 않는 집단이 있더라도 그들을 인간으로서 보호해야 합니다. 시위 과정에서 희생당한 버마족 사람들에게 깊은 위로의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카렌족은 버마족과 연대할 것입니다. 그들은 우리의 형제자매와 다르지 않습니다. 카렌족과 버마족은 한 국토에서 함께 살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런 입장에서 군부가 반드시 물러나길 바랍니다. 버마족과 함께 독재에 맞서 싸울 것입니다."
 
- 말씀처럼 KNU와 CRPH가 함께하게 된 것입니까.

"맞습니다. 저희는 CRPH와 함께 싸울 것입니다. 먼저 CRPH는 대중의 지지를 받아 선출된 조직입니다. 2020년 선거를 통해 선출된 당선인들로 구성돼 있기 때문입니다. 우린 그들을 존중하고 그들이 정당성 있는 조직이라고 생각합니다. 국제사회에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를 절대 인정하지 말라'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이들을 절대 지지하지 말기를 부탁드립니다. 이는 우리가 국제사회에 전달하고자 하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입니다. 특히 한국에 있는 분들께도 이 점을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이제 우리는 버마족을 대표하는 조직인 CRPH와 협력할 것입니다. 그들과 협력해 싸울 것이고, 고난과 역경을 극복해나갈 것입니다"
 
- CRPH와는 어떻게 소통하고 있습니까.

"비록 만날 순 없지만 '줌(Zoom, 화상회의 프로그램)' 등 인터넷을 이용해 그들과 논의를 이어가는 중입니다."

"카렌족-버마족 갈등 있었지만 전혀 문제되지 않아"
 

쿠데타를 일으킨 미얀마 군부는 3월 27~30일 소수민족인 카렌족이 머물고 있는 카렌주를 공습했다. 카렌민족연합(KNU)은 4월 2일 성명을 통해 "무장하지 않은 민간인에 대한 공습으로 어린이와 학생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사망했고 학교, 주택, 마을이 파괴됐다"며 "또한 공습으로 마을을 탈출한 1만 2000명 이상의 사람들이 대피하고 있다"라고 발표했다. ⓒ 페이스북 'Karen Unity Hope'


- CRPH와 향후 갈등이 발생할 수도 있지 않겠냐는 우려도 있습니다.

"우리는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에 함께 대항하고 있습니다. KNU는 CRPH와 어떻게 더 협력할 수 있을지, 어떻게 독재와 맞서 싸울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물론 협력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을 것입니다. 과거 상호 간에 어느 정도 갈등이 있었지만 이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우리는 함께 싸우며 의사소통을 지속할 것입니다. 우리는 군부가 KNU와 CRPH 사이에 개입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걱정하지 않습니다. 또한 한국은 물론 국제사회가 지켜보고 있으니 이 모든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UN은 이번 사태에 도움이 되고 있나요.

"UN은 난민 문제 등 인권을 위해 이미 다양하고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활동에 매우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다만 우리는 UN이 군부독재 세력을 정부로 인정하지 말고, 그들에게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을지 생각해주길 촉구합니다. UN 안전보장이사회의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로 인해 조치에 어려움이 따를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UN과도 인권 등을 의제로 협력하길 원합니다. 다시 한 번 밝히지만 우리는 군부와 싸우기 위해 CRPH, UN은 물론 세계의 모든 나라와 조직과 협력하고 싶습니다."
 
- 한국 정부에 이야기하고 싶은 게 있나요.

"우리는 한국이 독재세력에 저항한 긴 역사를 잘 알고 있습니다. 1987년 이전의 한국도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상황과 매우 유사했던 것으로 압니다. 우리를 내버려두지 마시고 독재의 노예로부터 시민을 자유롭게 만드는 일에 다방면으로 협력해주길 부탁드립니다.  우리도 한국과 함께 할 것입니다. 우리의 편에 서서 우리와 함께 싸워주세요."
 

쿠데타를 일으킨 미얀마 군부는 3월 27~30일 소수민족인 카렌족이 머물고 있는 카렌주를 공습했다. 카렌민족연합(KNU)은 4월 2일 성명을 통해 "무장하지 않은 민간인에 대한 공습으로 어린이와 학생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사망했고 학교, 주택, 마을이 파괴됐다"며 "또한 공습으로 마을을 탈출한 1만 2000명 이상의 사람들이 대피하고 있다"라고 발표했다. ⓒ 페이스북 'Karen Unity 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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