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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의 여신 디케는 두 눈을 가리고 한 손에는 칼을 다른 손에는 저울을 들었다. 두 눈을 가린 것은 편견을 배제한다는 의미이고 저울은 형평성, 칼은 정의에 따라 정확한 판결을 내리는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법의 공평성과 정의를 불신한다. 법은 강자 편이라 약자의 권리를 지켜주지 않는다고 믿기 때문이다.

법이 공정하지 않아도, 차별을 해도, 악법도 법인 걸까. 정당하지 않은 부당한 법도 무조건 지켜야 하는 것일까. 법과 재판이 공정하지 않은데 법을 꼭 알아야 할까. 과연 사람의 얼굴을 한 법의 정신이란 무엇일까.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한 법 이야기
▲ 10대와 통하는 법과 재판 이야기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한 법 이야기
ⓒ 철수와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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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 재판 이야기>는 청소년들에게 왜 법이 필요한지 왜 법을 알아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책이다. 저자는 헌법학자며 국회, 행정처, 대학, 여성단체 등에서 일했다. 법적 권리를 쟁취하기 위한 투쟁의 역사, 재판을 통해 본 법, 명작을 통해 짚어 본 법 등은 법에 대한 불신과 왜곡된 시각을 자연스럽게 바로잡을 수 있게 만든다.

책의 목차는 1장 법이란 무엇일까, 2장 죄와 벌 이야기, 3장 재판에 대해 알아볼까요, 4장 법으로 읽는 세계 명작, 5장 역사에 남은 세계의 재판, 6장 헌법이 지켜주는 소중한 권리로 짜여 있다. 부록으로 세계 각국의 헌법 제1조를 수록했다.

법의 기본 뼈대인 헌법은 법학자나 입법자의 머리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인간의 존엄과 권리를 보장받아야 할 당사자들이 거리와 광장에서 치열한 투쟁을 한 결과다. 
 
헌법 정신의 출발점은 국민입니다. 독재 권력을 물리치고 민주주의를 이룬 것은 바로 국민이었습니다. 우리 국민은 나라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거리로 광장으로 나와 새로운 희망을 만들었어요. 그리고 이는 고스란히 우리 헌법에 담겼습니다. -150쪽
 
대한민국 국민이 법의 정신을 구현한 대표적인 방법은 비폭력 촛불집회다. 2002년 미선, 효순을 위해 들었던 촛불은 평화로운 방법으로 민의를 전달하는 상징적 도구가 됐다. 한미 FTA 반대 집회, 2016년 최순실 게이트로 봇물이 터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촛불까지. 광장과 거리에서 촛불을 들어 뒷걸음질 치던 역사를 바로 세웠다.
 
우리는 헌법 전문에 쓰인 역사를 기억해야 합니다. 1919년 일본 제국주의에 항거해 3 1운동을 일으켰고 1960년 4.19 정신으로 이승만 정권의 독재에 저항했어요. 이후 1987년 6.100민주 항쟁에 이르기까지 헌법의 주인공은 바로 우리 국민이었어요. 대한민국 국민은 늘 깨어 일어나 대한민국의 역사를 민주주의와 정의의 이름으로 바로 세웠어요. -151쪽
 
법은 모든 이들이 동등한 권리를 누리도록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법의 발전은 인류 역사 발전과 궤를 같이한다. 천부 인권을 시작으로 법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여성, 사회적 약자, 유색인종은 참정권,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위해 거리에 서서 목숨을 걸고 싸웠다.

참정권은 모든 사람에게 주어진 권리가 아니었다. 참정권을 가질 수 없었던 빈민, 유색인종, 여성, 청소년들은 오랜 시간 투표할 권리를 위해 싸워야 했다.

1872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 몸을 밧줄로 묶고 참정권 쟁취에 나섰던 수잔 앤서니는 여성으로 투표권을 행사했다는 이유로 법정에서 100달러의 벌금형을 받았다. 이후 여성 참정권을 인정한 수정법인 제19조는 '수잔 앤서니 수정 조항'이라고 불린다.

여성 참정권을 주장하다 단두대로 사라진 올랭프 드 구주, "여성에게 투표권을 달라"며 달리는 말에 뛰어든 에밀리 데이비슨의 희생으로 프랑스와 영국 여성들은 투표할 권리를 쟁취했다. 대한민국은 임시정부가 1919년 남녀평등과 여성 참정권을 보장했다. 실제 여성이 참정권을 행사할 수 있던 것은 1948년부터다.

대한민국 청소년 18세 참정권은 청소년 투쟁으로 2019년에야 주어졌다. 소중하게 얻은 투표할 권리를 함부로 하지 말고 제대로 행사해야 하는 이유다.
 
국민투표권, 선거권, 공무 담임권, 정당의 자유가 참정권적 기본권에 속해요. 참정권은 권리이지 의무가 아니에요. 그러니까 투표를 강제할 수는 없지만, 역사적으로 참정권을 얻기 위한 희생과 노력을 생각한다면 소중한 권리를 꼭 실현해야 해요. -185쪽
 
다양한 사회권을 보장받기 위해 노동자는 노동법 쟁취를 위해 싸운다. 장애인 차별 철폐연대는 장애인의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위해 싸우고 있다. 아래는 장애인차별 철폐연대 박경석 대표가 페이스북에 쓴 글이다. 
 
말로 할 것인가
점거할 것인가
그것이 문제로다!!!

선거 제도가 생긴 이래로  
2021년 지금도 해결되지 않는
비장애인들만의 참정권을 
어떻게 해결 할 것인가.

2021.4.7.
기대하시라!!! 개봉박두.
선거관리위원회.

악법인 국가보안법 폐지나 선거법 개정을 위해 싸우는 시민들도 있다. 악법은 지켜야 하는 것이 아니라 폐지하거나 바로잡아야 한다. 법이 완전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완전하지 않은 법을 우리는 왜 알야야 하는 것일까. 법은 부당한 폭력과 권력의 횡포로부터 최소한의 권리를 지켜낼 수 있는 기제다. 법을 아는 만큼 개인의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다.

예를 들면 영장 없이 체포 구금할 수 없으며 불리한 증언을 거부할 권리, 변호사를 선임할 권리 등을 미리 알려주는 미란다 고지를 해야만 한다. 영장 없이 체포하거나 미란다 고지를 하지 않는 것은 위법이라는 사실을 안다면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 것이다.

집회 때 경찰이 도로교통을 방해하고 있다며 채증해 체포하겠다고 협박하는 경우가 있는데, 도로교통법 보다 상위에 있는 헌법에서 집회 시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는 점을 안다면 경찰에 당당하게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집회는 신고 사항이라는 점도 알아두자. 1인 시위나 기지회견은 누구든 신고 없이 진행할 수 있다.

성적 자기결정권이 법으로 명시되어 있어도 성별 정정 수술을 하면 원하는 일을 하지 못하는 세상이다. 동성애자들은 사회에서 아직도 자기를 드러내거나 자기 권리를 주장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학생들에게 성적 자기결정권이 무엇인지 설명하면 동성애를 조장한다고 비난하는 사회다.

법을 알아야 법적 권리를 주장하고 악법을 없애고 필요한 법을 제정해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다. 아직은 법이 소수자, 약자에 대한 차별 금지, 성적 자기결정권 존중 등 인간의 존엄과 생명의 가치를 존중하고 지켜주지 못하고 있다.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기 위해 법과 시스템을 구조적으로 바꿔나가야 하는 이유다. 아름다운 세상을 앞당기기 위해 법을 제대로 알고 실천하고 법과 가까워지자.

헌법 34조는 사회적 약자와 생활 무능력자를 국가가 보호해야 할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국민은 헌법이 보장한 권리를 누릴 자격이 있고 국가는 그 의무를 다해야만 할 것이다.
 
헌법 제34조
1.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
2. 국가는 사회 보장. 사회 복지의 증진에 노력할 의무를 진자.
3. 국가는 여자의 복지와 권익의 향상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4. 국가는 노인과 청소년의 복지 향상을 위한 정책을 실시할 의무를 진다.
5. 신체장애자 및 질병. 노령 기타의 사유로 생활 능력이 없는 국민은 법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
6.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10대와 통하는 법과 재판 이야기

이지현 (지은이), 철수와영희(2021)


태그:#참정권, #사회권, #법과 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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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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