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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편집자말]
2021년 현재로부터 12년 전인 2009년 12월 23일, '2010 예산안공동대응모임' 소속 단체 회원과 대학생들이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경기도 무상급식 예산 폐기 규탄, 학생-아동 무상급식 지원 확대 촉구 기자회견'에서 아이들 이름이 적힌 수십 개의 식판을 놓고 무상급식 확대를 촉구했다.
 2021년 현재로부터 12년 전인 2009년 12월 23일, "2010 예산안공동대응모임" 소속 단체 회원과 대학생들이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경기도 무상급식 예산 폐기 규탄, 학생-아동 무상급식 지원 확대 촉구 기자회견"에서 아이들 이름이 적힌 수십 개의 식판을 놓고 무상급식 확대를 촉구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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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나왔다.

지난 1일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비례대표)는 "2019년에만 314억 원의 국민 세금이 음식물 쓰레기 처리비로 쓰였다"라며 "보편적 교육복지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전체 학생 수는 꾸준히 줄어들고 있지만 학교 급식의 음식물 쓰레기 처리비용은 2016년 233억1777만 원, 2017년 232억5748만 원, 2018년 239억8180만 원, 2019년 314억2266만 원으로 오히려 늘어났다며 '무상급식이 음식물 쓰레기만 늘리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2013년, 2014년, 2015년에도... 그들은 똑같았다

처음 나온 얘기는 아니다. 2013년 12월 21일 옛 새누리당 이노근 의원은 전국 17개 지자체 초·중교 음식물 처리비용 현황을 살펴본 결과 2010년 50억5000만 원이던 음식물 쓰레기 처리비용이 2012년 59억8000만 원으로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또 같은 기간 학생 수는 312만6000여명에서 288만1000여명으로 감소했는데도 음식물 쓰레기 처리비가 늘었다면서 "무상급식 이후 공짜 밥이라는 인식 등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이듬해 10월 14일에는 이종배 의원이 보도자료를 내고 "국민들의 세금으로 지은 밥이 쓰레기통으로 향하고, 그것을 치우는 데 또 세금이 들어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교육부 제출 자료를 분석해보니 "무상급식이 본격 시행되기 전인 2010년 잔반 처리비용이 85억 원 정도였던 것에 반해 2013년에는 124억 원으로 40억 원가량 증가했다"며 "무상급식의 질이 낮고 맛이 없을 뿐만 아니라 공짜로 제공됨에 따라 학생들이 소중함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2015년에는 이상일 의원이 서울시교육청 자료를 바탕으로 똑같은 이야기를 반복했다. 그는 2012년부터 2015년 7월까지 4년간 학교급식 음식물 쓰레기 발생량·비용을 따져본 결과, 음식물 쓰레기 처리비용은 2012년 33억9000만 원에서 2014년 43억2000만 원으로, 같은 기간 음식물 쓰레기 발생량은 2만9961톤에서 3만2282톤으로 늘어났다고 공개했다. 이 의원은 "무상급식도 중요하겠지만 학교안전시설 예산에도 신경 써야 한다"며 대책 마련을 주문하기도 했다.

숫자는 달라졌지만, 주장은 그대로다. 2013년, 2014년, 2015년 그리고 2021년에도 국민의힘은 여전히 '무상급식에 들어가는 돈이 아깝다'고 말한다.

이미 국민들은 2009~2010년 지방선거와 교육감선거 등에서 무상급식을, 보편적 교육복지의 확대를 택했다. 올 3월 22일 '어린이·청소년 행복특별시 서울 2021 시민선언 추진위원회'가 서울 시민 2075명에게 '지난 10년의 교육변화 가운데 가장 인상 깊은 것'을 물어봤을 때는 69.9%가 무상급식 도입이라고 답했다. 더 이상 '무상급식이냐 아니냐'는 토론 대상이 아니다. 

물론 음식물 쓰레기 처리비용은 사회적 낭비다. 환경을 생각해서도 개선책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공짜 밥'이라고 함부로 버린다는 주장에는 근거가 없다. '내돈내산' 급식이면 음식물쓰레기가 안 나올까. 고급 레스토랑에서도, 백반집에서도 누군가는 음식을 남긴다. 학교라고 다르지 않다.

2021년인데... 다음 문제로 좀 넘어가자
 
2010년 10월 4일, 서울시 성북구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친환경 급식'을 먹고 있는 모습.
 2010년 10월 4일, 서울시 성북구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친환경 급식"을 먹고 있는 모습.
ⓒ 홍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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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급식 시행 전인 2009년, 대구의 초등학생 54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학생들은 10회 급식 중 평균 5.48회를 남기는데 가장 큰 이유로 '맛이 없다'를 꼽았다(논문①). 무상급식 시행 후인 2015년 경기도 초중고 교사 230명에게 학생들이 음식을 남기는 이유를 5점 척도로 물었더니 학생의 편식(4.1점), 음식에 감사하는 마음이 부족해서(3.65점), 좋아하지 않는 메뉴가 제공되기 때문에(3.42점), 음식이 학생들의 입맛에 맞지 않아서(3.28점) 순으로 답변이 나왔다(논문②). 

무상급식 전에도, 후에도 '맛'이 문제라면 급식비용이나 음식물쓰레기 문제를 제기하기 전에 급식 식단부터 학생들의 식습관 등을 두루 살펴야 하지 않을까. 10년이면 강산이 변하는데, '무상급식에 들어가는 돈이 아깝다'는 국민의힘의 생각은 왜 변하지 않는가. 도대체 언제까지 급식의 핵심 이슈를 밥값으로, 또 그 돈을 누가 낼 것인가로 둘 셈인가. 

아이들의 밥이 교육이요, 복지라는 사회적 합의는 견고하다. 그러니 이제는 좀 다음 문제로 넘어가자. 2021년하고도 벌써 4월이다.

덧붙이는 글 | 논문① 초등학교 급식에서 발생하는 음식물 쓰레기의 발생 원인 및 감량화 방안 연구, 장호창·남영숙, 한국환경교육학회, 2010. 6.
논문② 학교급식과 식사 장소에 따른 경기지역 교사의 학교급식 음식물쓰레기 감량과 식사지도에 대한 인식, 유창희·김경주·이경은, 동아시아식생활학회, 2020. 4.


태그:#무상급식, #국민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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