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 베이징 신화=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중국 정부가 선거법을 뜯어고쳤다. 홍콩 민주파 세력의 의회 진출을 원천 봉쇄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는 30일 수도 베이징에서 전체 회의를 열어 홍콩행정장관과 입법회 선출 및 투표법 개편안을 표결에 부쳐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시진핑 국가 주석이 최종 서명한 이 개편안은 홍콩 행정장관 선거인단 규모를 1200명에서 1500명으로 늘렸다. 새로 추가한 300명은 친중 인사로 채우고, 반중 성향의 범민주 진영이 차지한 구의회 의원 몫 117석은 없애기로 했다.

아울러 '애국자가 통치하는 홍콩' 원칙에 따라 행정장관 및 선거인단, 입법회 의원 등 공직 선거 후보자들의 자격을 심사하는 자격심사위원회를 신설하기로 했다. 

이로써 홍콩 국가보안법에 따라 만든 국가안보위원회가 1차로 후보자를 검증하고, 자격심사위원회에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함으로써 두 단계에 걸쳐 검증하도록 했다. 만약 자격심사위원회의 결정에 불복하려고 해도 소송을 제기할 수 없도록 차단했다. 

또한 홍콩 의회격인 입법회 의석은 현재 70석에서 90석으로 늘렸지만, 이 가운데 시민의 직접 투표로 선출하는 의석은 35석에서 20석으로 오히려 줄였다.

홍콩 시민들 "선거 의미 없어져... 애국심, 무슨 기준인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 정부에 충성하지 않는 후보는 선거에 출마조차 할 수 없게 됐다"라며 "범민주 진영 후보가 입법회 선거에 출마하는 것이 극도로 어려워졌다"라고 전했다. 

중국 외교부의 화춘잉 대변인은 이날 정례회견에서 홍콩 선거제 개편안에 대해 "애국자가 통치하는 홍콩을 만들어 정치, 사회, 법치, 경제활동 환경을 개선함으로써 더욱 밝은 미래를 맞이할 것"이라고 밝혔다.

화 대변인은 서방 국가들의 비판을 의식한 듯 "홍콩은 중국의 특별행정구이고, 홍콩 문제는 완전히 중국의 내정에 속한다"라며 "홍콩에 개입하거나 중국에 압박을 가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친중 성향의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도 "앞서 시행한 홍콩 보안법과 더불어 선거제까지 개혁함으로써 홍콩의 발전을 막던 정치적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게 됐다"라며 "국가에 대한 충성을 보여주고, 기본법을 준수한다면 누구나 선거에 출마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앞서 중국 정부는 보안법 강행으로 홍콩 시민들의 반중 성향이 고조되자 지난해 9월 열릴 예정이던 입법회 선거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1년간 연기하기도 했다. 
 
중국 정부의 홍콩 선거제 개편을 보도하는 영국 BBC 갈무리.
 중국 정부의 홍콩 선거제 개편을 보도하는 영국 BBC 갈무리.
ⓒ BBC

관련사진보기

 
범민주 진영과 시민들은 선거제 개편에 반발했다. 에밀리 라우 전 민주파 의원은 "홍콩의 기존 선거제가 완전히 해체됐고, 새로운 선거제는 매우 억압적"이라며 "시민들이 또다시 거리로 나와 불만을 폭발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의 한 70대 남성은 "이제 투표소에 가는 것은 시간 낭비일 것"이라며 "이런 선거가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라고 반문했다. 또 다른 30대 남성은 "애국자가 아니면 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는데, 도대체 애국의 기준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홍콩 중문대학의 이반 초이 정치학 교수는 "홍콩 정치인들은 중국 정부를 어떻게 기쁘게 해줄 것이냐에만 몰두하고, 홍콩 풀뿌리 시민들의 목소리에는 관심을 덜 갖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영국 BBC에 따르면 도미닉 라브 영국 외무장관은 성명을 내고 "중국의 홍콩 선거제 개편은 명백한 공동협정 위반"이라며 "홍콩인의 자유를 침해하고, 중국의 국제적 의무를 저버렸다"라고 비판했다.

영국은 150년 넘게 통치하다가, 홍콩의 자치권을 최대한 보장한다는 공동협정을 체결하고 1997년 중국에 반환했다.

태그:#중국, #홍콩, #국가보안법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