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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돈이 말을 한다는 말이 실감이 난다. 영어에 'Money talks'라는 일종의 속담처럼 쓰이는 관용적인 표현이 있다. 자본주의의 오만한 얼굴을 보여주는 속담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른바 사람 낳고 돈 낳지 돈 낳고 사람 낳지는 않았다.

초등학생들에게 장래 꿈을 물어보았더니 건물주가 되는 것이라는 답이 가장 많이 나왔다고 한다. 혹 50억을 줄 테니 감옥에서 10년 살 수 있겠냐는 질문을 했더니 반수 이상이 그러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현명한 답일지도 모르겠다. 다 기성세대가 가르쳐준 삶의 지혜가 아니겠는가? 누굴 탓하랴. 그게 삶이고 그게 성공이며 그래야만 행복하다고 강변하는 어른들이 많은데 어린아이들이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

돈은 참 요물이다. 없어서는 안 되는 긴요한 종이지만, 관심을 가질수록 더 욕심을 부리게 하는 요술 방망이니 괴로울 수밖에 없다.

'Bootstrpping'이라는 단어를 살펴보면 돈에 대한 인간의 욕망 지도를 볼 수가 있다. 이 단어는 1800년 초반에 처음 사용된 단어로 '신발 끈만 사용하여 울타리를 넘어가기'라는 뜻으로 사용되었다. 즉 한 바퀴의 자전거로 도로를 달릴 수 있다는 도무지 있을 수 없는 일을 한다는 의미로 쓰였다.

시간이 흘러 이 단어는 그런 풍자적인 의미는 사라지고 개인만 열심히 일한다면 가난한 사람도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의미로 바뀌게 되었다. 이 단어의 의미 변화에는 자수성가(自手成家)한 부자들을 존경하는 미국과 유럽 나라들의 사회적인 의견이 반영되었다. 다시 말해 부정적 의미에서 긍정적인 뜻으로 바뀌어 버렸다.

물려받은 재산 없이 자기 스스로 가정을 이룬다는 극히 평범한 의미를 지닌 이 자수성가(自手成家)라는 단어가 부자와 성공, 출세라는 단어와 묘하게 궁합이 맞아 많은 사람을 현혹하였다.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라는 신념의 소유자 고 정주영 회장이나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라고 주장한 고 김우중 회장처럼 열심히 일해서 큰 부를 쌓을 확률은 그리 높지 않다. 무조건 열심히 일만 한다고 다 부자가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의 자동차 왕, 헨리 포드의 노동관을 잠시 들어보자.

"일은 우리의 정신 건강과 자존심을 지켜주고 우리를 구원해 준다. 건강과 부, 행복은 일을 통해 오직 일을 통해서만 확보될 수 있다."

포드의 노동관은 일만 열심히 하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는 숨은 뜻이 들어 있다. 즉 일이 사람의 가치와 자격, 지위까지 결정한다는 포드의 말에서 '돈이면 안 되는 것이 없어'라는 돈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다. 시간이 돈이라고 생각한다면 한가하게 시간을 보낸 사람은 돈을 낭비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인의 스트레스의 중심에는 시간과 돈이 있다. 즉 시간은 매우 소중하니 낭비해서는 안 된다는 강박관념이 깔려 있다. 어두운 밤을 대낮으로 만들어 놓고 일을 더 못 해서 안달을 하는 우리는 누구인가. 쉬면서 시간을 그냥 보내지 못하고 도대체 죽도록 일만 해야 하는가.

현대인에게 여가생활을 할 시간이 부족한 것은 당연하다. 최선을 다해 많은 일을 하지 않은 사람은 아무 쓸모 없이 보일 뿐이다. 결국 바쁘게 지내야만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을 수 있으며, 쉼 없이 일을 해야만 자신 또한 불안하지 않다.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게으른 자를 위한 변명'의 한 문장을 읽어 보자. "이른바 게으름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아니라 지배 계급의 독단적인 규정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많은 일(여가생활)을 하는 것이며, 근면성만큼이나 그 입장을 진술할 타당한 권리가 있다."

결국 'Money talks'는 "일은 휴식 없이 계속해야 가치가 있으며 자수성가할 수 있다"라고 말하고 있다. 우리가 바라는 삶의 모습인지 묻고 싶다. 지금처럼 노동만이 선이고 게으름은 악이라는 명제가 성립하는 한, 우리는 일의 굴레에서 한시도 벗어 나지 못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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