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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장 많이 이용하는 교통수단은 지하철이다. 워낙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대표적인 교통수단이기 때문인지 잠깐 이용하는 것으로도 많은 것들을 보거나 겪게 된다. 이런 지하철을 이용하며 특히 관심 두고 보는 것은 교통 약자들을 위한 배려석이다.

좋은 취지로 만들어진 좌석일 것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교통 약자 배려석을 둘러싼 갈등은 끊이지 않고 있다. 잊을만하면 관련 뉴스가 보도될 정도로 말이다. 아마도 관련 기사를 읽은 사람들이라면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댓글이 상대적으로 많이 달린다는 것을 말이다. 그만큼 갈등이 많다는 방증 아닐까?

사실 지하철을 이용하며 겪는 크고 작은 불편함이나 원치 않는 갈등을 별생각 없이 흘려버릴 때도 많다. 하지만 교통 약자 배려석을 둘러싼 문제만큼은 좀 지나치다, 너무 민감한 것 같다고 생각될 때가 많다. 무엇보다 자주 목격하거나 겪게 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정말 이 갈등을 해결할 방법이 없는 걸까?

우리가 몰랐던, 교통수단에 대한 모든 것 
 
우리나라 지하철과 시내버스에 노약자석이 공식적으로 처음 등장한 건 1980년입니다. 지하철이 먼저인데요. 1980년 8월 20일 서울시는 지하철 전동차의 오른쪽 및 왼쪽 끝 좌석 각 3개씩을 노약자 지정석으로 정했다고 합니다. 서울지하철 2호선은 개통 전이니 1호선에 처음 생긴 겁니다. 시내버스는 지하철보다 4개월가량 늦은 12월 5일에 공식으로 '경로석'이 설치됐는데요. 이보다 앞서 버스 회사별로 일부 운영하던 경로석을 공식화한 것으로 보입니다.

일반 열차에는 1년여 빠른 1979년에 '노약자 보호석'이라는 제도가 도입됐는데요. 당시 철도청이 마련한 제도로 별도의 좌석 지정이 없는 보통 열차 이하에 '노약자 보호석' 여덟 자리를 마련해 노인과 어린이들에게 편의를 제공해주는 방식이었습니다. - 203~204쪽
 
의식주 다음으로 인류에게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아마도 교통수단을 꼽는 사람들도 많지 않을까. 우리 삶에 워낙 광범위하며 밀접하게 영향을 끼치니 말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교통수단과 관련 알려진 것들은 그다지 많지 않다. 단편적인 정보인 경우가 많다.
 
<강갑생의 바퀴와 날개> 표지.
 <강갑생의 바퀴와 날개> 표지.
ⓒ 팜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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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정리해 보며 읽을 수 있도록 한 권으로 묶은 책은 없어 더더욱 아쉬웠던 터. 그래서 <강갑생의 바퀴와 날개>(팜파스 펴냄)라는 책을 발견했을 때, 반갑게 읽었다. 이 책에 따르면 교통 약자 지정석이 도입된 것은 경로우대를 강조하던 당시의 사회 분위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그처럼 경로우대를 강조하던 도입 초기 당시 사람들은 경로 우대석을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경로 우대석을 둘러싼 세대 갈등은 시행 초기부터 있었다고 한다. 지금처럼 잊을만하면 관련 뉴스가 보도될 정도로 말이다. 책에는 당시의 뉴스 몇 개가 소개되어 있다. 여하간, 그럼에도 시대 분위기에 따라 이름이 조금씩 바뀌며 40년 동안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현재의 교통 약자 배려석에는 지난날 '노약자 보호석' 혹은 '노약자 지정석'과 같은 이름이 붙기도 했었다. 노약자의 사전적 풀이는 '늙은 사람과 약한 사람을 아울러 이르는 말'이다. 그럼에도 지정 초기 강조되었다는 경로우대 때문인지, 혹은 '경로석'과 같은 노인을 지칭하는 용어 때문인지 대략 10년 전쯤만 해도 노인만을 위한 자리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 같다.

그 무렵 지하철 자리를 둘러싼 이야기를 누군가와 하게 되면 어린아이를 기어이 일어나게 한 후 앉았다는 노인 이야기를 그리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었으니 말이다. 사실 어렵지 않게 목격하기도 했다. 여전히 교통 약자 배려석을 '노인들의 특혜'로 알고 있는 사람들도 더러 보인다. 2년 전, 누가 봐도 임산부인데 큰소리를 쳐 일어나게 한 후 그 자리에 앉아 가는 젊은 노인도 본 적 있으니 말이다.

이 좌석이 이름만 바뀌며 지속되어온 40년 동안 우리 사회는 놀라울 정도로 많이 바뀌었다. 무엇보다 큰 변화는 기대수명이 늘었다는 것. 지금 추세라면 2030년 65세 이상 인구가 23.4%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통계청의 '한국 인구수 및 고령화율 추이' 2015년 자료)이 나올 정도다. 젊은 노인들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초고령 사회로의 진입이 가까워진 것이다. 

법적 노인 나이인 65세 대부분 70세 정도를 노인의 시작으로 생각한다는 설문 결과도 있다. 실제로 70대 젊은 노인들을 그리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시대 변화를 반영한 보완이 필요하지 않을까? 

책에 따르면, 외국에서도 노인이나 장애인들을 배려하기 위한 '교통 약자석'을 많이 운영한단다. 하지만 우리처럼 상당히 엄격(?)하게 자리의 주인을 따지고 충돌하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고 한다. 아마도 이용자들 간의 배려 덕분 아닐까? 나보다 힘들어 보이거나 불리한 사람들에게 우선권을 주는 그런 성숙한 배려 말이다.

저자는 교통 전문기자라고 한다. 책은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교통을 둘러싼 참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무엇보다 반가운 것은 교통 약자 배려석을 둘러싼 갈등이나, 두 줄 서기 혹은 한 줄 서기 논란이 여전한 에스컬레이터 이용에 대한 이야기 등 피부에 와 닿는 이야기들이 많다는 것이다.

책이 다루는 것들은 최초의 기내식 이야기부터 최근 다시 그 비율이 늘고 있다는 아스콘 도로 포장에 얽힌 이야기까지 72가지 종류의 주제를 다루고 있다. 한 부분도 놓치고 싶지 않을 정도로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많다. 알아가는 재미가 유독 컸던 책이다. 더더욱 반가운 것은 누구나 술술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이해 쉬운 글이라는 것이다. 구체적인 주제는 아래와 같다. 
 
▲공항에서 가장 늦게 체크인하면 짐이 정말 빨리 나올까? ▲인천공항 출국장에는 없고 입국장에만 있는 '이것' ▲9,000개 '눈'이 지켜본다, 인천공항서 수상한 행동은 하지 마라! ▲인천공항 지하에는 서울~대전보다 긴 130㎞ 고속도로가 있다? ▲표 살 땐 좌석 없더니, 기차 타보니 빈자리가 있는 이유 ▲버스, 비행기에는 있는데 KTX에는 왜 안전벨트가 없을까 ▲첨단 KTX가 고운 모래를 꼭 싣고 다니는 까닭은? ▲'KTX 특실은 왜 2~4호차일까? 특실 위치에 담긴 속뜻 ▲에스컬레이터 한 줄 서기 vs 두 줄 서기, 싸움 부르는 이 문제의 답은? ▲1호선과 KTX는 좌측통행, 2호선은 우측통행 그러면 4호선은? ▲단속 없었는데…. 하늘에서 날아온 교통위반 범칙금 ▲통행료 안 내고 달아난 얌체 차량, 열에 아홉은 돈 받아낸다 ▲완전 자율주행차 시대 오면 운전면허 안 따도 될까?
- 목차  일부

강갑생의 바퀴와 날개

강갑생 (지은이), 팜파스(2020)


태그:#강갑생의 바퀴와 날개, #교통약자배려석, #임산부 배려석, #젠더 갈등, #경로 우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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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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