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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9년 9월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우리·하나은행 파생결합상품(DLF·DLS) 피해에 대한 국정조사 촉구 기자회견'에서 피해자 차호남씨가 시멘트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절규하고 있다.
 지난 2019년 9월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우리·하나은행 파생결합상품(DLF·DLS) 피해에 대한 국정조사 촉구 기자회견"에서 피해자 차호남씨가 시멘트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절규하고 있다.
ⓒ 조선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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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회사들을 긴장시키고 있는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이 25일 본격 시행됩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키코(KIKO)·저축은행 사태 등이 불거져 금융소비자를 위한 별도의 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지난해 새로 제정된 법입니다. 

금융사가 소비자를 투자 상품에 가입시키면서 원금손실 가능성 등을 잘못 설명했을 경우, 소비자가 아닌 금융사가 이를 입증하도록 하는 내용 등이 담겼는데요. 앞으로 금융소비자들의 삶이 어떻게 변화할지 차근차근 짚어봤습니다. 

[변화 ①] 소액분쟁조정 중 금융회사가 소송 못 건다

우선 25일부터는 소비자가 금융감독원에 금융분쟁조정을 신청한 사건 중 2000만원 이하 사건의 경우 조정이 끝나기 전까지는 은행·보험회사 등이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없게 됩니다. 또 분쟁조정이 신청된 사건에 대해 소송이 진행 중일 때는 판결절차를 계속 해오고 있거나 계속 할 법원(수소법원)이 소송절차를 멈출 수 있게 됩니다. 

그동안에는 금융소비자가 금융사 혹은 금감원에 민원을 제기하면, 금융분쟁조정 절차로 넘어가기 이전이나 이후 금융사가 소송을 거는 일이 종종 발생해 문제가 됐습니다. 

2019년 말 기준 전체 금융분쟁조정 2만7660건 가운데 90%를 넘게 차지한 업권은 보험권이었습니다. 2020년 한 해 동안 보험사에서 소비자가 금융분쟁조정을 신청하기 전후로 소송을 건 사례는 모두 110건에 달했죠. 금감원의 분쟁조정 결정은 '권고' 사항으로, 당사자 사이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법원 판결보다 낮은 효력을 지니기 때문에 금융사가 이를 악용하는 경우가 있었다는 얘기입니다. 

분쟁조정 절차는 길어도 약 6개월~1년이면 마무리되고 소비자의 비용 부담이 없는 반면, 소송의 경우 2~3년 가량 지속할 수 있고 대부분의 상황에서 소비자도 비용을 부담해야 합니다. 이런 점을 고려해 이번 법안에는 소비자가 가능한 분쟁조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 포함된 것입니다. 

[변화 ②] 원금손실 등 설명 안했다? 금융사가 증명해야

또 금소법에는 펀드·보험상품과 같은 금융상품을 판매한 은행·보험사 등 금융사의 손해배상책임을 강화하는 내용도 담겼습니다. 금융상품 판매업자 등이 원금손실 가능성과 같은 투자 위험성에 대한 설명 의무를 위반해 소비자에게 손해를 끼친 경우 고의 또는 과실 여부에 대한 입증 책임을 지도록 한 것이죠. 

종전까지는 금융소비자가 불완전판매에 따른 피해를 직접 증명하고, 이에 금융사의 고의나 과실이 있었는지도 입증해야 했는데 그런 부담이 줄어든 셈입니다. 

다만 여전히 적합성·적정성 원칙에 대해서는 피해자가 입증해야 하는 점은 아쉬운 부분입니다. 금융상품 계약 등이 피해자의 재산·투자경험 등에 적합했는지, 금융사가 자발적 투자의 경우 피해자의 재산·투자경험 등에 비춰 적정한 상품임을 알렸는지 여부 등을 피해자가 밝혀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때문에 금소법이 시행되더라도 은행·보험·증권사에서 상품 계약을 할 때 상세 내용을 더욱 꼼꼼히 살펴봐야 합니다.  

더불어 이번 금소법에는 보험대리점(GA) 등의 불법행위로 인해 손해를 보더라도 계약 당사자인 보험사에 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게 하는 내용도 담겼습니다. GA와 같은 금융상품 판매대리·중개업자가 위법 행위로 손해를 발생시킨 경우 해당 상품을 설계한 보험사 등 상대적으로 배상능력이 충분한 금융상품 직접 판매업자가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도록 하는 조항도 포함된 것이죠. 

보험상품 판매에 따른 수수료 수익을 비교적 높은 금액으로 단기간에 얻을 수 있는 GA 쪽 보험설계사는 이직이 잦아 금융소비자 사후관리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로 인해 문제가 발생하면 GA가 아닌 보험사에 직접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어서 앞으로는 이런 문제가 어느 정도 개선될 것으로 보입니다. 

[변화 ③] 대출은 14일 내 철회, 위법계약은 5년 내 해지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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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금융소비자가 상품 계약을 일정 기간 안에 철회하거나 해지할 수 있는 권리도 새롭게 도입했습니다. 대출성 상품의 경우 계약서류를 받은 날부터 14일 안에 청약을 철회할 수 있습니다. 보장성 상품은 보험증권을 받은 날부터 15일과 청약을 한 날부터 30일 중 먼저 다가오는 기간 안에, 투자성 상품의 경우 계약서류를 받은 날 등으로부터 7일 안에 가능합니다. 

금소법이 제정되기 이전에는 투자자문업과 보험상품에 대해서만 일정 기간 안에 청약철회권을 행사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모든 금융상품에 대해 권리를 주장할 수 있게 된 것이죠. 

또 앞으로는 은행 등 금융상품 판매업자 등의 위법 행위로 금융상품 계약을 체결한 경우 계약체결일부터 5년 안에 서면 등으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금융상품판매업자 등은 해지를 요구받은 날부터 10일 안에 금융소비자에게 수락 여부를 통지해야 하며, 거절할 때에는 거절 사유를 함께 통지해야 합니다. 

불법을 저지른 금융회사에 대한 금전 제재와 형벌도 강화했습니다. 금융회사가 설명의무 등 영업행위 준수사항을 어기면 해당 계약으로 얻은 수입의 절반 이내에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는 내용이 금소법에 포함된 것이죠. 더불어 과태료는 최대 1억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 5년 이하의 징역이나 2억원 이하의 벌금을 매길 수도 있게 됐습니다. 

[변화 ④] 금융사 과징금 도입... 징벌적 손해배상에 쏠린 눈길

이전까지는 금융사에 대한 과징금 제도조차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금전 제재의 경우 최대 5000만원까지의 과태료만 가능했고, 형벌의 경우 3년 이하 징역 혹은 1억원 이하의 벌금만 있었죠. 

하지만 이번 금소법 내 사후 제재 부문에 대해 시민사회단체 금융정의연대 등 일부에서는 여전히 금융사의 위법 행위 재발을 막기엔 역부족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은 금소법을 통해 징벌적 과징금을 도입했다는 입장이지만, 금융사의 위법 행위가 발각되더라도 그 수입의 50%까지만 내면 되기 때문에 '징벌적'이지 않다는 주장입니다. 

이 때문에 시민사회단체는 기업이 소비자 손해의 최대 5배까지 배상 책임을 지도록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하루빨리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지난해 9월 법무부는 이런 내용을 포함한 상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지만, 시행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그동안 금융소비자는 새롭게 마련된 금소법을 찬찬히 훑어보고 금융사에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적극적으로 행사하면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에도 관심을 가져보면 어떨까요?

태그:#금융소비자보호법, #금소법, #과징금, #징벌적손해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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