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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들목섬에서 확인한 가창오리 .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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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금강에는 가창오리가 풍년이다. 겨울을 보낸 가창오리는 이제 북상을 준비중이다. 금강에서 확인됐던 가창오리는 이제 북상해서 아산만으로 이동해 있다. 우리나라를 떠나 이제 다시 장거리 이동해 시베리아에서 번식할 때가 온 것이다. 

이런 가창오리가 23일 공주의 새들목섬을 찾았다. 가창오리가 새들목섬에서 확인된 것은 아마 처음일 것이다. 비록 한쌍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2월 대규모로 백제보를 찾았던 개체 중 일부가 공주 새들목섬에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른 무리와 함께 이동하지 않은 채 다른 오리류와 함께 이동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가창오리는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의 멸종위기종목록에 등재돼 보호받는 국제 보호종이다. 환경부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돼 있으며, 전세계 개체군의 99%가 국내에 월동하는 종이다. 때문에 탐조인들에게는 꼭 한 번 만나고 싶은 새이기도 하다. 특히 국외에 있는 탐조인들에게는 한국의 가창오리는 매우 특별한 종이다. 다른 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종이기 때문이다. 

러시아에서는 한쌍씩 번식하는데, 툰드라 지대의 넓은 면적에 산개해 번식하기 때문에 찾기조차 힘든 환경이라고 한다. 따라서 대한민국의 월동지가 가창오리를 만날 수 있는 가장 쉬운 곳이다. 국제적 탐조인들 사이에서 가창오리 하면 대한민국을 떠올릴 수 밖에 없다. 이렇게 귀한 새가 새들목섬에서 확인된 것이다. 

'새들의 나들목'이라는 이름으로 지어진 새들목섬은 공주대교 상류에 있다. 서울에 밤섬이 있다면, 공주에는 새들목섬이 있다고 할 수 있는 섬이다. 시민들의 공모로 지어진 이름인데, 새들이 많이 있어서 붙여졌다. 실제 현장을 찾아 확인해보면 다양한 겨울 철새들이 서식샂다. 새들목섬은 이 지역의 특징을 정확히 알아본 공주시민들의 선견지명을 느낄 수 있는 이름이다. 

'공주다운' 새들목섬을 지켜야 한다

새들목섬은 사람들이 들어가기 어려워 새들뿐만 아니라 야생동물의 천국같은 곳이다. 이런 곳을 공주시는 여러가지 개발을 통해 사람들을 유입시키려 했었다. 지금도 이 '개발계획'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사람들이 있다. 대규모 관광개발을 꿈꾸며 새들목섬을 노린 것이다. 뭔가를 만들기만 하면 사람들이 올 거라는 단순한 사고 체계를 그대로 보여주는 한계이기도 하다.(관련기사 : 천연기념물 서식지서 고기 파티? 공주시 의장님, 정말 어이없네요 http://omn.kr/bi0x) 
     
사람들이 많은 새들목섬만을 상상하는 것은 새들목섬의 진짜 가치를 모르는 것이다. 시민들이 새들목섬이라고 이름을 지은 의미도 퇴색하게 만드는 일이다. 공주시가 공주시만의 역사·문화·자연을 보호하는 게 곧 스스로의 정체성 지키는 일임을 왜 알지 못할까? 자연스러운 섬으로 놔두지 않으려는 공주시의 단순한 마인드가 도시를 망치는 일이 될 수 있는 것을 알지 못하는 것이다.
 
새들목섬 전경
 새들목섬 전경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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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러운 섬을 지킬 수 있는 행정이 진행될 때 공주시는 공주시다워지는 것이다. 이미 공주시는 인구감소를 경험하고 있다. '공주다운 것이 인구유출을 막을 방법이 될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공주만의 특색을 살려 인구 유출을 막아야 하며, 다양한 지원과 혜택 등을 마련해야 한다.

그중 하나가 자연과 공존하는 쾌적한 환경이 될 수 있다. 금강이 제공해준 다양하고 특색 있는 아름다움을 살려야 한다. 하지만 그동안 공주시는 아름다운 비단강 금강을 지속적으로 개발하며 훼손해 왔다. 아름다운 금모래빛의 금강을 볼 수 없게 만들어 왔다.

새들목섬까지 이렇게 개발한다면 공주지역에서 아름다운 금강을 만날 수 없다. 공주답지 못하다. 평이한 도시를 만든다면 공주의 미래는 없다. 금강이 만들어준 새들목섬의 의미를 다시 살리기 위해서는 이제 다른 시각에서 새들목섬을 바라봐야 한다. 

새들목섬에 깃들어 사는 다양한 생명들에 대한 구체적인 조사와 자료를 토대로 지킬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시민들과 함께 새들목섬의 가치를 알려야 한다. 이를 토대로 자연이 회복된 새들목섬을 시민들과 공유하는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 대규모 개발로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프로그램과 보전을 기반으로 말이다. 

공주가 가지고 있는 백제의 역사와, 그 역사를 담은 자연을 제대로 지켜야 한다. 이렇게 지켜질 때 공주를 찾은 가창오리에게 내년이라는 희망이 있다. 새들목섬이라는 시민들이 이름을 지어준 의미를 살릴 수 있다. 새들이 없는 새들목섬은 의미가 없는 것이다. 

국제멸종위기종인 가창오리가 찾아온 새들목섬은 이제 다시 봄을 맞는다. 봄이 지나고 다시 오는 겨울 가창오리가 찾을 수 있도록 지켜야 한다. 공주시가 새들목섬의 개발이 아니라 보호지역의 지정이라는 가치를 담은 행정을 펼칠 수 있기를 바란다. 

태그:#공주새들목, #대전환경운동연합, #가창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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