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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받았을 이 단순한 메시지가 소셜 미디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누군가가 받았을 이 단순한 메시지가 소셜 미디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 트위터 @emilyhsh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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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 해, 집에 도착하면'(Text me when you get home)

여성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받아봤을 이런 메시지가 최근 해외 인스타그램에서 화제다. 누군가가 받았을 이 단순한 메시지에 담긴 깊은 의미에 많은 여성이 공감하기 때문이다.

소셜미디어에서 '문자 해, 집에 도착하면'이라는 문구가 회자되는 이유는 세계 여러 곳에서 아직도 사라지지 않는 직장 내 성희롱, 조직적인 여성 혐오 그리고 피해자를 탓하는 정치권과 사회의 따가운 눈빛에 대한 또 하나의 저항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미투 운동이 시작된 이후 많은 여성 피해자들이 용감하게 자기의 경험을 세상에 알렸다. 하지만 아직도 여성에 대한 잔혹한 범죄는 그치지 않고 있다.

영국에서는 지난 3월 초 사라 에버라드라는 여성이 귀가 도중 경찰에게 살해됐다. 호주에서는 피해자가 16살이었던 1988년 지금은 유명 정치인인 직장 상사에게 성폭력을 당했다는 폭로가 있었다. 하지만 경찰은 증거 부족을 이유로 조사 개시를 거부했다. 그러자 수십만 명의 여성들이 피해자에 대한 연대의 뜻을  보여주려고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성폭력 피해자 입을 열다... 지지와 우려
 
호주 뉴캐슬에서 열린 정의를 위한 여성의 행진. 2021.3.4
 호주 뉴캐슬에서 열린 정의를 위한 여성의 행진. 2021.3.4
ⓒ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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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도 호주에서는 의회에서 일어났다고 주장하는 강간과 괴롭힘 의혹이 터져 나오면서 트위터에서 성폭행 폭로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시드니 여성 샤넬 콘토스(23)는 그녀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들에게 10대 때 사립학교 남학생들에게 성폭행을 경험했는지를 물었다. 현재까지 그녀가 받은 10대 성폭행 증언은 1만 7천 건을 넘었다.

가슴 아픈 성폭행 경험을 소셜미디어에 말하는 피해자들에 대해 시드니 대학의 캐서린 루비 교수는 "성폭행은 생존자들에게 권력과 권위를 빼앗는 것"이라면서 "그들이 이야기하는 것은 그들의 목소리를 되찾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캐서린 교수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성폭력을 고발하는 것이 피해자들이 겪을 수 있는 고립감을 극복하는 것을 도와준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가까운 친구나 가족에게만 말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집단적인 방식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트위터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찾는 것이 일부 피해자들에게는 치유의 첫걸음이었고 생존자 커뮤니티와 연결될 수 있게 해주었다.

그러나 온라인에서 자신을 공개하는 것이 또 다른 학대에 노출될 수도 있다는 걱정도 있다. 온라인상에서 낯선 사람들과 친구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지만, 그것이 전문적인 심리 지원을 대체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캐서린 교수는 "당신의 이야기를 온라인으로 공유하는 것은 힐링이 될 수 있지만, 어떤 사람들은 전문적인 트라우마 지원을 받을 필요가 있습니다"라고 충고한다. 그녀는 "생존자가 처음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공개할 때, 친구들과 가족들 역시 큰 충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도움이 필요한 경우 전문가에게 도움을 청해야 합니다"라고 덧붙였다.

성폭력 생존자로서 성폭력 관련 법 개정 캠페인을 주도해 '2021 올해의 호주인'에 선정된 태즈메이니아 여성 그레이스 테임은 내셔널 프레스 클럽 연설에서 폭력 혐의의 "감정적인" 세부 사항들을 드러내기보다는 생존자들의 이야기에서 배울 수 있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단순히 사건 기록을 재생하는 것으로는 고통을 치유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이다.

그녀는 "우리는 고통스러운 이야기에 갇혀서 원을 그리며 돌아다닐 것이고, 말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 모두 지치게 될 것입니다"라고 덧붙였다.

모든 사람이 이런 운동을 긍정적인 경향으로 보는 것은 아니다. 일부는 '소셜미디어에 의한 재판'을 경고했고, 일부는 여성들이 충분한 지원 없이 온라인상에서 성폭력을 폭로하는 것을 우려한다. 일부는 '성폭행 피로감'을 걱정하기도 한다.

미국에 있는 일부 젊은 여성들은 틱톡에서 강간범 혐의를 받는 사람들의 소셜 미디어 얼굴 사진, 관련 메시지 또는 피해자들의 부상 사진을 공유하고 있다. 하지만 캐서린 교수는 이런 미국의 추세를 "매우 문제가 있다"라고 경고했다. 그녀는 "사람들이 무작위로 성폭행 가해자를 지목하는 것은 위험한 일입니다. 우리는 소셜 미디어에 의한 재판을 보고 싶지 않습니다. 우리는 형사 사법 제도를 가지고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이런 추세가 호주로 옮겨간다면, 젊은 사용자들이 예상하지 못했던 명예훼손 소송의 대상이 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1988년에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피해자는 그동안 이 사건의 기억을 지워버릴 수 없었다고 한다. 뒤늦은 폭로에 대해 그녀는 2019년 9월 자신의 기억을 되살리는 치료를 통해 '(이 사건에 대한) 더 나은 이해'를 얻었다고 한 편지에서 밝혔다.

친구들은 그녀가 믿을 만한 사람이며, 2013년에 그 강간 혐의에 대해 상담사와 이야기한 것도 사실로 밝혀졌다. 이 여성의 전 남자친구 역시 그가 1989년에 이 여성과 사건과 "관련된 논의"를 나눴다고 말했다.

한편 성폭행 당사자로 지목된 정치인은 2021년 3월 15일 의혹을 보도한 호주 미디어와 기자를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시작했다. 그는 처음 미디어 보도가 자신을 직접적으로 지목하지는 않았지만, "신원이 쉽게 밝혀질 수 있도록 썼다"라며 이 글이 자신을 해치기 위한 의도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태그:#호주, #미투, #성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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