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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후 청와대에서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접견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후 청와대에서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접견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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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쿼드(Quad)로 불리는, 2007년부터 시작된 4자 안보대화(Quadrilateral Security Dialogue)가 바이든 정부에 들어서서 공식적인 기구로 확립될 모양이다. 처음에는 미국, 일본, 호주, 인도 4개국의 비공식 전략회의로 시작했으나 사실상 1992년부터 미국과 인도가 합동으로 매년 치른 '말라바(Malaba)'라는 명칭의 해군 합동훈련이 이 회의체와 연계되면서 본격적인 군사동맹의 모습을 갖춰나가기 시작했다. 유럽 대륙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전조가 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누구나 예상할 수 있듯이 지정학적으로 볼 때 쿼드는 중국을 포위하여 그 세력을 제압하겠다는 의도가 있는 조직이다. 비록 중국의 인구가 14억이고 군사력이 세계 3위이며 경제력도 세계 2위이지만 그에 못지않은 인구와 기술력을 지닌 인도와 일본 그리고 후방 기지 역할을 할 호주를 앞세운 미국을 상대하기에는 버거울 수밖에 없다.     

그런데 3월 18일 한국을 방문한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국방장관 로이드 오스틴이 한국 측에 쿼드 문제를 논의했을 것이라는 말이 퍼지고 있다. 물론 한국의 외교부 장관 정의용은 이를 부인했다.

언제든 화약고가 될 가능성 있는 동북아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동북아시아는 휴전 상태에 놓인 분단국가가 존재하는 곳이다. 그리고 한국은 세계 4강, 곧 미국, 중국, 소련, 일본이 직접 대치하고 있는 지정학적 위치에 놓여있다. 한국전쟁 휴전 이후 68년 동안 평화가 유지돼 오고 있지만, 미국과 중국의 대립이 격화되면서 언제든 화약고가 될 가능성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 대부분은 부동산과 코로나 그리고 내년 대선에만 관심을 기울이고 있기에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의 변화에는 둔감한 편이다.     

그런데 만약 쿼드가 북대서양조약기구처럼 군사동맹의 기능을 강화하고 한국을 비롯하여 대만과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가입이 이뤄지게 된다면 이는 거의 중국에 대한 선전포고나 다름없는 일이 될 것이다. 사실 유럽의 북대서양조약기구는 미국이 소련을 상대로 연합전선을 펼치기 위하여 만든 조직이다. 그리고 결국 1990년대 소련의 붕괴로 미국의 목적이 달성됐다. 그다음 목표는 중국이 될 것이다. 그래서 유럽에서 성공한 모델을 아시아에서도 적용하고 싶은 유혹이 강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만약 중국과의 갈등이 첨예화된다면 실질적인 전선은 남중국해와 더불어 한반도가 될 것은 명약관화한 일.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점은 현재 중국이 단독으로 인도와 일본 그리고 대한민국 거기에 동남아시아 국가들을 모두 상대하기에는 능력이 안 된다는 사실이다. 단순히 군사력으로만 볼 때 미국이 1위 인도가 4위, 일본이 5위, 한국이 6위다. 2위인 러시아가 중국을 돕는다고 해도 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이 러시아에 맞선다면 승부가 안 된다.     

그러나 비록 북한의 군사력이 27위에 불과해도 일단 중국과 소련의 지원으로 분쟁을 도발하게 된다면 한반도는 문자 그대로 쑥밭이 될 것이 자명하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세계와동북아평화포럼의 장성민이 쿼드에 적극 참여할 것을 주문했다. 그의 주장대로 지금 쿼드에 한국이 가입한다고 해보자. 그럼 당장 중국과 북한은 극단적인 반발을 할 것이고 소련도 매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일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대국인 미국과 일본은 물론이고 인도도 쉽게 건드리지 못할 것이다. 당연히 한국만 동네북이 될 것이다. 싸드 배치를 둘러싼 갈등에서 이미 학습한 대로다.  

우리나라의 국익에 도움이 된다면 친미도 좋고 친중도 좋다. 덩샤오핑이 말한 대로 쥐를 잡는 데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상관없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의 대립의 대리전을 한반도에서 치르게 될 것이 뻔한 데 그런 멍청한 짓을 한다는 말인가? 그런 상황을 뻔히 내다볼 위치에 있는 사람이 이런 식으로 나온다는 것은 당략적인 차원의 의도를 읽을 수밖에 없다.    

쿼드 확대를 막아야 할 이유  

비록 한국이 경제력으로는 세계 톱 10에 당당히 속하고 군사력도 그에 못지 않지만 전쟁이 한반도에서 발생하는 가능성은 사전에 차단해야 함이 마땅하다. 그래서 쿼드는 그 문자 그대로 쿼드로 머물게 해야지 펜타, 헥사, 옥타... 이런 식으로 확장되어 궁극적으로 북대서양조약기구와 같은 형태로 확대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 누구 좋으라고 그런 짓을 하는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수립된 북대서양조약기구에 대하여 당시 유럽 유일의 분단국가였던 독일의 갈등은 극심했다. 국내적으로도 가입 여부에 대한 찬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물론 북대서양조약기구는 소련을 주적으로 하였지만 전쟁을 일으킨 원죄가 있는 독일을 견제하는 의미도 컸다.

그래서 처음에는 1947년 미국과 프랑스의 상호 협력을 위한 덩커크조약(Treaty of Dunkirk)으로 시작되었으나 베네룩스3국을 시작으로 1949년에 이르러 미국 캐나다 포르투갈, 이탈리아, 노르웨이, 덴마크, 아이슬란드까지 참여한 북대서양조약기구로 그 명칭이 변경된 것이다. 그리고 독일은 소련의 서유럽에 대한 위협이 고조되던 1955년에 와서야 미국의 요청과 독일의 필요에 따라 가입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당시 독일 초대 수상이었던 아데나워의 지략과 전략이 총 동원되어 독일의 국익을 최대한 반영하는 가운데 가입이 이뤄지게 됐다.

국제 관계, 특히 군사적 관계는 국내 문제와 별개로 한 나라의 국운을 좌우하는 중대한 일이다. 그런데 그런 일도 정쟁의 도구로 사용하는 데 골몰하는 모습을 보면 마치 임진왜란 직전에도 당파싸움에 골몰하던 그 잘난 '조상님들'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정쟁은 해야 한다. 그래야 정치가 발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엄연히 국익, 나아가 국가의 운명이 달린 문제조차도 당리당략적인 차원에서 이용하려 든다면 그들은 내부의 적으로 간주될 수밖에 없다. 아무리 국내 정치적 문제가 초미의 관심사라고 해도 국익 앞에서는 서로 협력할 줄 아는 상식이 필요하다. 미국의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국제 정세는 흔들렸다. 그럴 때일수록, 특히 한국과 같이 지정학적으로 매우 민감한 지역에 놓인 나라에서는 소탐대실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태그:#쿼드, #한반도 전쟁, #중국 포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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