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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대부분은 매일 글을 쓴다. 아니, 정확히 표현하자면 글을 써야만 한다. 사소하게는 친구들과 주고받는 카톡부터, 중요하게는 학생이라면 리포트, 직장인이라면 상사에게 보내는 업무 메일이나 보고서 등이 있을 것이다. 그렇게 각자의 자리에서 나름의 글을 쓰지만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글쓰기를 어려워한다.

최근 <나도 한 문장 잘 쓰면 바랄 게 없겠네>를 출간한 글쓰기 코치인 김선영 저자는 결국 핵심은 강한 문장이라고 말한다. 헬스장에서 PT를 받듯이 21일 동안 매일매일 15분씩만 글을 쓰면 자연스럽게 '글쓰기 근육'이 강화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지난 3월 18일 김선영 작가를 인터뷰했다. 이 인터뷰가 누구나 글을 쓸 수 있고, 누구나 글을 써야만 하는 시대에 누군가의 글이 조금 '강해지는 데' 도움이 되면 좋겠다.

- 원래 방송작가로 글을 쓰다가 중간에 에세이 작가가 되었고, 현재는 '글밥'이라는 필명의 글쓰기 코치로 활동하고 계시죠. 그 과정이 궁금합니다.
"2007년부터 약 13년 정도 방송작가로 일했어요. 방송작가라는 직업이 사실 정신적으로도 힘들고, 생활도 불규칙해집니다. 제가 주로 건강, 교양 프로그램을 맡았는데, 사람들이 병을 고치고 건강해진 사연을 보면서 제가 건강을 잃었어요. (웃음)

그러다 어느 순간 이렇게 방송국에서 정해준 아이템 말고, 나의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 카카오 브런치 플랫폼에 방송작가로 살면서 있었던 일들을 연재했는데 그게 책 출간으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그 전까지의 제 글은 영상의 보조 수단일 뿐이었어요. 그러다 오직 글만으로 무언가를 해낸 것인 만큼 성취감이 컸습니다. 이 일이 방송에서 글로 넘어간 계기가 되었어요."
  
김선영 프로필
 김선영 프로필
ⓒ 박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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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다가 글쓰기 코치로 또 진로를 바꾸셨잖아요?
"이것도 딱히 의도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독서 모임을 하면서 알게 된 지인이 일종의 모임 프로젝트를 해보자고 제안했어요. 저는 글쓰기를 맡고, 또 누구는 필라테스를 맡는 식이었어요. 시작해보니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 마케팅과 홍보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서 오신 50대 직장인, 책을 쓰고 싶어서 온 주부 등등 20대부터 50대까지 연령대가 다양했어요.

이런 과정을 통해 글쓰기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또 처음엔 글 쓰는 것 자체를 낯설어하던 분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공모전에서 수상도 하고, 글쓰기 미션 중에 썼던 글로 오디오 클립 동화를 내고, 브런치 작가에 도전해서 성공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저도 나름의 보람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이게 제 일이 될 줄도 몰랐고, 좀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이것이 어떤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오면서 여기까지 오게 된 것 같아요."
 
글쓰기 모임 강의 사진
 글쓰기 모임 강의 사진
ⓒ 박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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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나도 한 문장 잘 쓰면 바랄 게 없겠네>라는 글쓰기 책을 출간했습니다. 어떤 책인지 소개해주세요.
"글쓰기 모임을 통해 피드백을 받으면서 매일 글을 쓰는 것만큼 좋은 글쓰기 훈련이 없다는 걸 확신할 수 있었어요. 독자들에게 책을 통해 이런 훈련을 하면 분명 도움을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글쓰기 초보들이 이 책을 따라 하면서 21일 동안 매일 15분의 미션을 수행할 수 있게 구성했고, 글쓰기 코치를 하면서 알게 된 경험과 노하우도 모두 담았습니다. 아마 과정을 충실하게 실천한다면 누구나 '강한 문장'을 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 책에서도 그렇고, 방금도 얘기했지만 '강한 문장'을 강조하고 있는데, 강한 문장이란 어떤 문장인가요?
"강한 문장이란 읽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문장, 영향력을 가지는 문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문장이 모여 강한 글이 되는 것이고요. 강한 문장은 3가지 조건을 품고 있습니다. 주제가 명확할 것, 공감을 끌어낼 것, 잘 읽힐 것.

글이란 결국 메시지인데, 이 메시지를 잘 전달하려면 말할 것도 없이 주제가 명확해야겠죠. 또 제가 방송 글을 써서 그런 면도 있는 것 같은데 글을 쉽게 쓰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내용이 좋아도 독자가 이해하지 못하면 결국 읽기를 포기합니다. 그런 글은 의미가 없어지고 말아요.

공감을 끌어낸다는 것은 구성과 관계있습니다. 똑같은 글이라도 순서를 어떻게 배치하는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리고 구체적이고 생생한 표현을 쓰면 쓴 사람과 읽은 사람의 마음이 포개집니다. 저는 그런 요건들을 갖춘 문장을 강한 문장이라고 명명합니다."
 
<나도 한 문장 잘 쓰면 바랄 게 없겠네> 표지 이미지
 <나도 한 문장 잘 쓰면 바랄 게 없겠네> 표지 이미지
ⓒ 박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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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좀 더 구체적인 답변을 위해 책에 실린 작가님의 문장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사피엔스> 서평 부분이 인상 깊었는데요, 책을 읽지 않은 독자분을 위해 발췌하자면

'인류 역사는 폭력과 착취로 견고하게 쌓아 올린 첨탑이었다. 이 책은 내 가슴에 돌멩이도 아닌 바윗돌을 힘껏 내던졌다. 나는 휘청거렸고, 평화로운 시기에 태어났음을 감사했다.' 

이런 부분이 있습니다. 여기서 저는 '나는 휘청거렸고, 평화로운 시기에 태어났음을 감사했다'는 문장에 한참 서성거렸던 것 같습니다. <사피엔스>에 대해 가장 압축적이면서도 공감 가는 감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인 것 같은데요, 이 휘청거렸다는 이 단어는 어떻게 떠올리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책에서 강조한 것 중에 강한 문장을 쓰기 위해서는 오감을 활용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저는 <사피엔스>를 읽고 충격을 받았어요. 그런데 그걸 그냥 '충격 받았다'고 표현하면 빤한 문장이 되어버리잖아요. 그렇다면 이 충격을 어떻게 표현할까에 대해서 고민해야 합니다.

내가 받은 충격이 상대방한테도 생생히 전해지려면 '충격'의 의미를 가진 다른 형태의 비유를 들거나, 눈에 보이듯 표현하는 방식이어야 합니다. 그런 맥락 속에서 고민하다가 몸의 움직임을 떠올리면서 휘청거린다는 표현을 썼습니다. 내가 느낀 바를 촉감으로 쓰면 독자도 촉감으로 느끼고, 내가 미각으로 쓰면 독자도 미각으로 느낍니다. 내가 휘청거리면, 읽는 사람도 휘청거리게 됩니다."

- 답하기 조금 난감할 수 있는 질문을 하나 해보겠습니다. (웃음) 책에 제목의 중요성에 대한 부분이 나옵니다. 그렇다면 <나도 한 문장 잘 쓰면 바랄 게 없겠네> 라는 작가님의 책 제목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책에서 언급한 제목의 공식에 맞아떨어진다고 보는지?
"이 제목은 출판사에서 지었는데 사실 처음에는 마음에 안 들었습니다! (웃음) 제목의 공식에 어긋난다거나, 별로라는 이유가 아니라 좀 길다고 생각했어요. 제 첫 책 제목이<오늘 서강대교가 무너지면 좋겠다>인데 이것도 제목이 길어서 틀리는 사람들이 많아요. 제목이 길면 아무래도 사람들에게 각인시키기 어려우니까요.

그런데 곱씹을수록 이만한 제목이 없겠다 싶더라고요. 우선 글을 잘 쓰고 싶은 독자를 타깃으로 해 소구점을 한 문장으로 잘 뽑아냈다고 생각해요. 글이 아니라 '문장'이라고 표현한 것도 훨씬 구체적인 느낌을 주는 것 같습니다. 제가 늘 표현을 구체적으로 하라고 얘기하는 편인데, 그 점에서 심리적인 장벽을 낮춰주면서도 와닿는 제목이지 않나 싶습니다. 결과적으로 아주 잘 지었다고 생각합니다. (웃음)"

- 이 책은 어찌 보면 글쓰기 초보자들을 위한 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독자들이 이 책을 읽고 어느 정도 트레이닝이 되어 좀 더 높은 레벨로 넘어가는 방법에 대해서도 궁금할 것 같은데요. 아마 다음 단계는 '자신만의 문체'를 갖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요. 그런 훈련법도 있을까요?
"문체는 잘 다듬어진 습관이라고 생각해요. 꾸준히 쓰다 보면 저절로 생기는 것이기도 하고요. 제가 다음 커리큘럼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 작가의 문장 구조가 있으면 그 안에서 뼈대는 두면서 단어를 바꾸는 것인데요, 예를 들어 이번 책에도 김승호 작가의 <돈의 속성> 일부를 패러디한 게 있어요. 부자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는 내용인데 여기서 부자를 작가로 바꿔서 말을 고쳐 써보는 식입니다. 이런 방식으로 연습하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 앞으로의 계획이나 꿈을 말씀해주세요.
"사실 방송작가에서 출간 작가가 되고, 출간 작가에서 글쓰기 코치가 되었던 모든 과정이 저의 계획은 아니었어요. 저는 그저 그냥 매일 읽고, 쓰고, 또 그런 걸 좋아하는 사람과 어울렸을 뿐인데 그러다 보니 어떤 기회가 생긴 거죠. 앞으로도 저는 지금처럼 계속 읽고 쓰면서 살 테니 그러다 보면 뭔가 새로운 길이 또 열리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조금 넓은 꿈이 있다면 글이라는 도구를 통해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글쓰기 코치를 하면서 느낀 건 정말 잠재력이 있는데 스스로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거예요. 그런 장점을 잘 캐치해 좀 더 많은 사람들이 편한 마음으로 글을 쓸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것도 선한 영향력의 일종이라고 생각합니다."
   
작가의 필사노트
 작가의 필사노트
ⓒ 박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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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한 문장 잘 쓰면 바랄 게 없겠네 - 완전 초보도 3주 만에 술술 쓰게 되는 하루 15분 문장력 트레이닝

김선영 (지은이), 블랙피쉬(2021)


태그:#나도한문장잘쓰면바랄게없겠네, #김선영, #글밥, #글쓰기, #글쓰기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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