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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이자 번역가인 양지윤씨가 책 <사서의 일>로 작가로도 데뷔했다.
 사서이자 번역가인 양지윤씨가 책 <사서의 일>로 작가로도 데뷔했다.
ⓒ 좋아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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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 번역가, 그리고 에세이 작가까지. 책을 좋아하는 이라면 누구나 한번 쯤은 꿈꿔봤을 법한 타이틀을 세 개나 얻었다. 바로 책 <사서의 일>(책과이음)을 쓴 양지윤씨 이야기다.

셋 모두 타임라인을 정해놓고 성취한 목표는 아니다. 그저 꾸준히 책과 함께 일하다 보니, 어느새 '좀 더 나은 사람'이 되어있었을 뿐이라고. 

다음은 지난 2월 17일, 양지윤씨와 나눈 일문일답.

-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려요. 
"사서 일을 한 지 올해로 11년차, 번역일을 한 지는 이제 3년차인 양지윤입니다."

- 신간 <사서의 일>은 어떤 책인가요.
"제가 지난 10년 동안 경기 동두천 사동초등학교(교장 백연화) 지혜의 집 도서관에서 만나온 사람과 읽은 책에 대한 기록이기도 하고요. 또 사서 양지윤이 도서관에서 좀 더 나은 사람이 되어가는 이야기가 담긴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경기도민 양지윤씨의 신간 <사서의 일> 표지.
 경기도민 양지윤씨의 신간 <사서의 일> 표지.
ⓒ 책과이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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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좀 더 나은 사람'이라 함은.
"사실 이 일을 막 시작할 때만 해도 저는 무기력하고 매사에 소극적이었어요. 그런데 사서 일을 하면서 책을 많이 접하게 됐고, 자연스레 다양한 분야에 도전 의식이 생겼습니다.

도서관에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취미도 생기고, 더 나아가 적극적으로 번역가의 꿈도 꾸게 되었는데요. 이러한 스스로의 변화를 보며, 제가 좀 더 나은 사람이 된 것 같단 생각이 들었어요."

- 이 책을 읽기 전엔 도서관에 이렇게 일이 많은지 몰랐어요.
 "그런 이야기 많이 들었어요. 상사도 없는 공간에서 읽고 싶은 책 얼마든지 읽으니 얼마나 좋냐고요. (웃음) 겉에서 보면 맨날 자리에 앉아만 있는 것 같고, 편안한 자리처럼 보이긴 하죠."

- 속사정도 모르고 말이죠.
"맞아요. 나름의 고충이 많아요. 제한된 예산 안에서 주민 참여 프로그램도 기획해야 하고, 장서 구입도 해야 하고요. 또 몇 년 전만 해도 작은 도서관은 이용객이 없어서 문을 닫는단 이야기도 많았거든요. 그래서 이곳도 문을 닫을까 봐 불안했죠."
 
양지윤씨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한다. 사진은 역사 교실 참가자가 만든 작품.
 양지윤씨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한다. 사진은 역사 교실 참가자가 만든 작품.
ⓒ 좋아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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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서의 매력과 번역가의 매력은 각각 무엇일까요.
 "사서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최적화된 직업 같아요. 언제든 서가에서 책을 휙, 꺼내서 읽을 수 있으니까요. 번역가는 특정 외서에 제가 국내 첫 독자가 될 수 있다는 점, 이게 가장 큰 매력인 것 같아요.

일단 책을 원문으로 보잖아요. 아무리 번역을 잘해도 원문만이 주는 느낌을 살릴 수 없는 문장이 반드시 존재하거든요. 그런데 저는 그걸 번역하면서 오롯이 즐길 수 있는 거죠! 그리고 번역을 할 때 적어도 네다섯 번은 완독하니까, 책 한 권을 제대로 깊게 읽을 수 있어요."

- 도서관 이용객 사이에서 친절하단 평이 많다고 들었어요. 성격이 외향적이신가요.
"아뇨. 내향적인 편이에요. 그래도 (지금 인터뷰처럼) 일대일로는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어요. 아, 그리고 저희는 '충성 이용객'이 많아요."

- 기억에 남는 충성 이용객이 있다면.
"도서관 앞 소나무 주변에 잡초가 많이 자라는데요. 제가 뽑아줘야 하거든요. 충성이용객분들이 잡초 제거를 도와주세요. (웃음)"

- 잡초도 뽑는다고요?
"네, 사서의 업무에 대한 질문이 있었잖아요. 잡초도 뽑고 눈도 치우고, 청소도 해요. 그런데 제가 벌레를 무서워해서 잡초 뽑기가 어려워요. 그래서 충성 이용객분들이 항상 도와주세요. (웃음)"
 
경기 동두천 사동초등학교 지혜의집 도서관. 학생들뿐만 아니라 동네 주민들에게도 활짝 열려있다.
 경기 동두천 사동초등학교 지혜의집 도서관. 학생들뿐만 아니라 동네 주민들에게도 활짝 열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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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서의 일>을 쓰는 데는 얼마나 걸렸나요.
"지인이 쓴 <어느 날 갑자기, 책방을>이란 책에 손님 입장에서 추천사를 쓴 적이 있는데요. 그걸 출판사 대표님이 보시고 <사서의 일> 출판 제안을 주셨어요. 그래서 2020년 5월 말쯤에 계약을 했습니다.

처음 2주 정도는 아무것도 못 썼어요. 뭘 써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지난 10년 동안 제가 뭐 기록을 해놓은 게 아니라서요. 그러다 6월부터 쓰기 시작해서 12월 말 탈고했습니다. 분량은 A4 용지 118장 정도가 나왔어요. 처음엔 'A4 100장은 써주셔야 한다'는 출판사 말에 분량을 어떻게 다 채우나 막막했는데, 막상 써보니 못 쓴 이야기도 너무 많아요."

- 사서의 일은 어떤 분들이 읽으면 좋을까요.
"우선 책과 도서관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거예요. 뿐만 아니라, 일을 하고 있는 분이라면 누구나 다 읽어보셨으면 좋겠어요. 사회초년생, 슬럼프가 와서 일을 그만둘까 고민하는 분, 이런 분들에게도 좋을 것 같아요. 저도 처음에 도서관 일을 시작할 땐, 이렇게 10년 뒤 책까지 쓸 줄이라곤 상상도 못 했거든요.

처음에는 서툴고 막막했던 일도 시간이 지나면 차츰 익숙해지잖아요. 익숙해지고 편안해지는 순간이 언젠가는 분명히 와요. 그때 비로소 주변을 볼 수 있는 것 같아요. 이 일 가운데 나에게 주어진 소소한 행복이 무엇인가, 이런 걸 알아차리게 되는 순간이 오더라고요.

저도 이 책을 쓰면서 지난 10년간 정말 사소하지만 소중한 기억들이 많이 있었단 걸 깨달았어요. 아무리 지금 일이 힘들고, 재미없고, 미래가 안 보이고 불투명해도, 그걸 계속 꾸준히 이어가다 보면 그 안에서 또 소소한 행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는 사동초등학교 지혜의집 도서관. 양지윤씨의 고민과 노력이 엿보인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는 사동초등학교 지혜의집 도서관. 양지윤씨의 고민과 노력이 엿보인다.
ⓒ 좋아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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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
"제가 '사서의 일'을 잘 이끌어올 수 있었던 것도 사동초등학교의 지원이 있었기 때문 같아요. 제가 어떤 프로그램을 운영해도 믿고 맡겨주셔서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시도할 수 있었습니다. 또 요즘 코로나19로 다들 마음이 메말라 있잖아요. <사서의 일>이 그런 분들 마음에 자그마한 풀 한 포기 심어줄 수 있는, 그런 책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경기도 사회적기업·예술인·소상공인 특화 미디어 'JOAGG 좋아지지'(joagg.com)에도 실립니다.


태그:#휴먼스오브경기, # JOAGG, #양지윤, #경기도민, #사서의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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