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3.19 12:39최종 업데이트 21.03.19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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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자연사박물관에 있는 네안데르탈인(Neanderthal) 모형 ⓒ Natural History Museum

 
네안데르탈인과 현생 인류 사이에 여러 차례 혼혈이 있었다는 것이 많은 연구를 통해 밝혀진 뒤, 네안데르탈인과 현생 인류 조상과의 관계는 우호적이었을지, 서로 대화를 할 수 있었을지와 같은 많은 질문이 생겨났다. 최근 이와 관련한 두 연구가 진행됐다. 하나는 네안데르탈인의 귀 구조를 토대로 이들이 빠르고 복잡한 대화가 가능했을 거라는 연구이고, 또 다른 하나는 '뇌 오가노이드' 연구를 통해 이들의 뇌 기능이 인간과 구별되었을 수 있다는 연구다.

그간 우락부락한 모습에 야만적인 원시인의 모습으로 그려지던 네안데르탈인은 한 꺼풀씩 베일을 벗으며 인간의 모습에 더 가까워지고 있다. 그들과 현생 인류의 궁극의 차이는 무엇인지 더 궁금해지게 한다.

현생인류와 네안데르탈인의 교집합

지금 전 대륙에 퍼져 살고 있는 '현생 인류'는 대략 20만 년 전에 아프리카에서 기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화석 연구 및 다양한 인류 집단의 미토콘드리아 DNA와 Y염색체, 유전체(genome), 방대한 데이터를 수십 년간 분석한 뒤 얻은 결론이다.


5만~10만 년 전쯤 아프리카에 살던 현생 인류의 일부가 아프리카와 유라시아를 잇는 길목인 지금의 이집트 지역을 통해 아프리카에서 나왔다. 유라시아 대륙에 진출한 이들은 유럽과 아시아 대륙으로, 호주, 아메리카로 계속 퍼져나갔다.

그러나 현생 인류 진출 수십만 년 전부터 이미 유라시아 대륙에는 여러 사람 속(Homo)이 살고 있었다. 그중 하나가 네안데르탈인이다. 지금은 지구상에 '호모 사피엔스'만 남아, 우리가 진화해온 역사 동안 줄곧 우리만 있었던 것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현생 인류는 유인원에서 갈라져 나온 뒤 수백만 년 동안 여러 갈래의 족보로 갈라져나갔다.

네안데르탈인의 경우, 대략 수십만 년 전부터 수만 년 전까지 살다가 사라진 것으로 나타난다. 불과 수만 년 전에 그들은 우리 조상들과 함께 지구에 살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인간이 100년을 살기 어렵고, 기록으로 남은 이른바 '역사시대'가 수천 년뿐인 것을 생각할 때 수 만 년은 엄청난 시간이다. 그러나 지구 생물들의 진화 역사를 감안하면 이는 그리 긴 시간이 아니다.

인류학, 고고학적 증거들을 보면 네안데르탈인들은 우리 현생 인류와 꽤 흡사했다. 죽은 사람을 매장하고, 그들이 사용하던 물건을 같이 묻어주고, 동굴에 벽화를 남겼다. 그렇다면, 이들은 우리와 어떤 면에서 달랐을까. 우리 조상과도 서로 만났을까. 만났다면 우호적이었을까. 왜 인간은 살아남고 네안데르탈인은 멸종했을까.
 

네안데르탈인의 화석이 발견된 지역 (파란색으로 표시된 곳들) ⓒ 위키커먼스

 
지난 십여 년간 화석에서 DNA를 추출해 분석할 수 있는 '고대 DNA(ancient DNA)' 분석 기술이 발달하면서 그동안 화석과 부장품, 동굴의 벽화 등으로만 알아가던 네안데르탈인과 관련한 여러 질문들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었다. 이를 테면, 네안데르탈인과 현생 인류는 같은 사람 속(hominin)의 조상에게서 65만 년쯤 전에 갈라졌다는 것, 아프리카에서 나온 현생 인류가 유라시아로 퍼지는 과정에서 여러 번 서로 혼혈이 있었다는 것 등이다.

이 두 집단이 지속적으로 마주쳤고 함께 자손을 남겼다는 사실은 이것이 '언어 소통'과 같은 인간 특유의 기능을 동반한 것이었을지, 이들이 전쟁보다는 유대적 교류를 지향했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남겼다. 네안데르탈인이 인간과 '언어' 소통을 했는가는 특히 중요한 질문이었다. '언어' 기능과 유사한 기능이 다른 동물 종에게서 관찰되곤 하지만, 인간의 '언어'는 그 복잡성과 정교함에 있어 특유의 지위를 갖기 때문이다. 네안데르탈인에게도 언어 능력이 있었다면, 이미 그들의 조상에게서 그 기능이 나타나 있었을 것이다.

네안데르탈인의 귀와 뇌를 살펴보니

지난 3월 1일 <네이처 생태와 진화>에 실린 논문은 네안데르탈인의 귀 구조를 분석했다. 네안데르탈인들의 귀가 현생 인류의 귀에 가깝고, 이는 복잡한 언어 사용에 적응한 결과로 보인다는 연구 결과가 담겼다. 연구진은 스페인 아타푸에르카에서 발굴된 네안데르탈인의 직계 조상들과 네안데르탈인의 화석, 현생 인류의 귀 구조를 CT 스캔을 통해 3차원 모델로 재구성하고, 그 모델을 공학적으로 분석했다.

분석 결과, 네안데르탈인의 귀가 그들의 조상보다 현생 인류의 귀 구조에 가까운 걸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각 귀 구조가 감지하는 주파수 범위도 계산했는데, 이를 바탕으로 네안데르탈인의 귀가 현생 인류처럼 언어를 통한 복잡한 의사소통에 적합한 주파수 감도를 가졌다고 분석했다. 연구진은 네안데르탈인들이 인간과 언어적으로 소통할 수 있었을 거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네안데르탈인이 인간에 더 가까워지는 순간이다.

지난 2월 11일 <사이언스>지에 발표된 또 다른 연구에서는 네안데르탈인과 현생 인류의 다른 점을 밝혀내기도 했다. 연구진은 '뇌 오가노이드(brain organoid)' 실험을 통해 인간의 유전형을 가진 뇌가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반인의 공통된 유전형을 가진 뇌에 비해 형태학적, 신경생물학적 차이가 있어 보인다고 보고했다.
 

왼쪽은 호모 사피엔스, 오른쪽은 네안데르탈인의 두개골 모형 ⓒ Wikimedia Commons

 
오가노이드 기술은 어떤 장기로든 발달할 수 있는 '만능 줄기세포(pluripotent stem cell)'를 뇌, 심장, 피부와 같은 장기로 발달하도록 유도해 '체외'에서 이들 신체기관을 재현해내는 획기적인 기술이다. 오가노이드 기술은 윤리적 논쟁 중이기도 하다. 특히, 뇌 오가노이드의 경우 '의식'이 있는 상태에 관찰되는 뇌의 시그널과 유사한 시그널이 관찰되는 수준까지 갔다는 보고가 되면서 큰 논쟁이 되었다. 이번 연구에서 사용한 뇌 오가노이드는 그에 비해 훨씬 미성숙한 상태의 것으로 형태학적 관찰과, 간단한 시그널에 대한 관찰이 이루어졌다.

여기에는 유전체 편집 기술인 '크리스퍼(CRISPR–Cas9)'가 사용되었다. 인간에게서 유래한 만능 줄기세포에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반인에게서만 발견되고 현생 인류에게서는 발견되지 않는 변이(이하 '원시인형 변이')를 오려 붙이고, 그것을 오가노이드로 발달시킨 것이다.

이중 '노바원(NOVA1)'이라는 유전자가 특히 관심을 모았는데, 이 유전자에 현생 인류형 대신 원시인형 변이를 도입해 만든 뇌 오가노이드가 인간형 뇌 오가노이드와 크게 달랐던 것이다. 인간형은 매끈한 구형의 형태를 띤 데 비해, 원시인형은 표면이 거칠었고 크기가 더 작았다. 신경과 신경을 연결하는 시냅스의 형성과 반응도 차이를 보였다고 보고됐다.

이를 어떻게 해석할지를 두고는 여러 의견이 나온다. 스위스 바젤 대학의 오가노이드 전문가 그레이 캠프(Gray Camp)는 현생 인류의 세포와 유전체에 유전자 일부를 원시인형 변이로 오려 넣은 것인 만큼, 거기에서 나타난 차이가 실제 원시인형 변이가 미치는 유전적 영향인지, 아니면 원시인형 변이가 인간의 다른 유전자들과 마찰을 빚어 나타난 현상인지를 구분하기 어렵다고 평했다. 반면, 독일 뮌헨 루드비히 막시밀리안 대학의 진화유전학자 볼프장 에나드(Wolfgang Enard)는 "가장 의미 있는 결과는 (유전자를) 원시인형으로 바꿨을 때 오가노이드에 영향이 있었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오가노이드 기술이 한창 발전중인만큼, 앞으로의 연구 결과에 따라 이 관찰이 어떤 의미인지 정확히 설명될 수 있을 것이다.

네안데르탈인, 그들은 얼마만큼 '인간'이었을까? 답이 하나씩 드러날 때마다 새로운 질문도 하나씩 나타난다. 네안데르탈인을 이해하는 일은 현생 인류를 더 정교하게 이해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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