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3.09 07:35최종 업데이트 21.12.20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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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상위권을 형성하고 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가운데)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왼쪽),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 ⓒ 오마이뉴스

 
대선 1년 전 지지율 1위 후보는 대선에서 승리하지 못한다?

20대 대통령 선거를 1년 앞두고 이른바 '1위 후보 징크스'가 다시 등장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대선주자 선호도 1위를 달리자, 8일 <매일경제> 등 일부 언론은 "대선 1년 전 1위 후보는 대선에서 승리하지 못한다"는 속설을 보도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지난 7일 MBN '정운갑의 집중분석(시사스페셜)에 출연해 "대선 1년 전 지지율대로 대통령이 뽑힌 적은 거의 없는 걸로 안다"면서 "특히 지금은 굉장히 가변성, 역동성들이 많다"고 말했다.


공교롭게 지난 4일 사퇴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사퇴 직후 여론조사에서 1위로 올라섰다는 보도가 나오자, 이번엔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반짝 지지율 1위는 조만간 가뭇없이 사라질 것"이라며 "한때 반짝 지지율 1위였던 고건, 김무성, 반기문도 훅 갔다"고 지적했다.(TBS-한국사회여론연구소 3월 5일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 윤석열 32.4%, 이재명 24.1%, 이낙연 14.9% / 문화일보-리얼미터 3월 6~7일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 윤석열 28.3%, 이재명 22.4% 이낙연 13.8%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과연 대선 1년 전 지지율 1위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하지 못한다는 '1위 후보 징크스'는 사실일까?

1위 징크스, 1997년 박찬종 후보 탈락하며 대두... 하지만 이미 14년 전 깨져

이른바 '1위 후보 징크스'를 확인하기 위해 지난 1997년 15대 대선부터 2017년 19대 대선까지 한국갤럽에서 분석한 역대 대통령선거 전 여론조사 추이를 살펴보고, 여론조사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구했다.

'1위 후보 징크스'는 지난 1997년 15대 대선 당시 1년 전까지 여론조사 1위를 달리던 박찬종 후보가 신한국당 경선에서 탈락한 데 이어, 본선에서도 김대중 후보가 당시 여론조사 1위였던 이회창 후보를 꺾고 당선하면서부터다.

지난 2002년 16대 대선에서도 노무현 후보가 당내 유력 후보였던 이인제 후보를 경선에서 꺾은 데 이어, 본선에서도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의 '대세론'을 뒤집고 당선했다.

하지만 2007년 대선 이후 이 같은 징크스는 힘을 잃었다. 이명박 후보는 대선 1년 전부터 같은 한나라당 박근혜 후보는 물론, 정동영(대통합민주신당) 등 다른 당 후보들을 크게 앞섰다. 2012년 대선에서도 박근혜 후보는 문재인-안철수 후보와 3자 대결을 펼쳤지만 1년 전부터 여론조사 1위 자리를 거의 놓치지 않았다.
 

2007년 17대 대선 전 1년간 한국갤럽 대선후보 지지도 여론조사 추이. 이명박 후보가 1위를 유지했다. ⓒ 한국갤럽

  

2012년 18대 대선 전 1년간 한국갤럽 대선후보 지지도 여론조사 추이. 박근혜-문재인-안철수 다자 구도에서 박근혜 후보가 줄곧 1위를 유지했다. ⓒ 한국갤럽

 
박근혜 탄핵 때문에 5월로 앞당겨진 2017년 19대 대선도 여러 변수가 있었지만 문재인 후보가 2016년 초반부터 여론조사 1위 자리를 거의 차지했다.

대선을 1년 앞둔 2016년 5월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한때 여론조사 1위에 올라서기도 했지만 일시적이었고, 비슷한 기간 다른 조사에서는 문재인 후보가 1위로 나타나기도 했다. 오히려 그해 6월부터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이 한동안 지지율 1위에 올라섰지만 '탄핵 촛불' 이후 지지율이 떨어졌고 결국 2017년 2월 초 출마를 포기했다. (한국갤럽 자체조사, 차기 정치지도자 선호도, 2016년 5월 10~12일, 안철수 20%, 문재인 18% / 리얼미터-MBN, 5월 9일~13일, 문재인 25.7%, 안철수 17.5%,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고.)
 

2017년 19대 대선 당시 한국갤럽 대선 후보 지지도 여론조사 추이. 안철수 후보가 대선 1년 전인 2016년 4-5월 조사에서 앞선 것을 빼면 문재인 후보가 줄곧 1위를 유지하고 있다. ⓒ 한국갤럽


전문가들 "1위 징크스, 과학적 근거 없어"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2007년 대선 이후로 '1위 후보 징크스'는 깨졌다고 보고 있다. 벌써 10년도 훨씬 더 된 이야기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8일 "여의도 정가에는 '대선 1년 전 지지율 1위 후보는 대통령이 안된다'는 속설이 있었지만 2007년 대선 이후 이미 깨졌다"면서 "대선 1년 전 지지율이 낮았던 노무현 후보가 당선한 2002년 대선을 제외하면, 대선 1년 전 1위는 아니라도 선두 그룹에 포함된 인물이 최종적으로 당선했다"고 말했다.

윤 센터장은 "1위 징크스 자체가 과학적이지 않은 분석"이라면서 "오히려 대선 1년 전까지 상위권에 진입하지 못한 후발 주자는 대중에게 자신을 충분히 알릴 시간이 부족해 당선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도 "같은 정당 내로 한정하면 1997년 박찬종과 2002년 이인제를 제외하면 1년 전 여론조사 1위가 거의 유지됐다"면서 "2017년 대선 당시에도 2015년 말까지는 안철수 후보가 앞섰지만 탈당 이후 문재인 후보로 지지율이 쏠렸고, 대선 1년 전 총선에서 국민의당 돌풍 덕에 안철수 후보가 잠시 1위를 한 적은 있지만 이후 문 후보가 줄곧 1위를 유지했다"고 말했다.

다만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최근 퇴임 직후 여론조사에서 1위를 차지한 데 대해선 평가가 엇갈렸다.

엄경영 소장은 "1위 징크스는 이재명보다는 윤석열 같은 정치 신인에게 맞는 속설"이라면서 "이재명 지사는 성남시장, 경기지사, 대선 경선 출마 등 다양한 정치 경험이 있는 반면 윤석열 전 총장은 반기문이나 고건, 정운찬 등과 마찬가지로 정치 신인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윤희웅 센터장은 "국민의힘 중심의 범보수 야권 후보들 가운데 의미 있는 지지율을 확보한 인물이 없고 새로운 주자가 부상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는 점에서 (윤석열 전 총장이) 최소한 범야권 후보 가운데 중심인물이 될 가능성은 있다"고 평가했다.

최근 대선 결과에 부합하지 않고 과학적 근거도 없어 '거짓'

'대선 1년 전 지지율 1위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하지 못 한다'는 속설은 지난 1997년과 2002년 두 차례 대선 사례에서 비롯됐다. 그만큼 대선 출마 여부조차 불투명한 다수의 대선주자들이 경쟁하는 상황에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가 1년 뒤 실제 대선 결과와 일치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하지만 2007년 대선부터 최근 3차례 대선 결과만 놓고 보면 이 같은 속설은 성립하지 않는다. 과거 일부 사례를 일반화하고 있을 뿐, 속설을 뒷받침할 만한 과학적 근거가 없어 '거짓'으로 판정했다.

   

[근거자료]
1. 한국갤럽 역대 대통령 선거 후보 지지도 추이(1987-2012) 2012.10.15
https://www.gallup.co.kr/gallupdb/reportContent.asp?seqNo=346

2. 한국갤럽 데일리 오피니언 제258호(2017년 5월 7~8일) - 대선후보지지도, 예상득표율, 정치 관련 인식(2017.5.8)
https://www.gallup.co.kr/gallupdb/reportContent.asp?seqNo=830

대선 1년 전 지지율 1위 후보는 대선에서 승리하지 못한다

검증 결과 이미지

  • 검증결과
    거짓
  • 주장일
    2021.03.08
  • 출처
    다수 언론 보도출처링크
  • 근거자료
    한국갤럽 역대 대통령 선거 후보 지지도 추이(1987-2012) 2012. 10. 15자료링크 한국갤럽 데일리 오피니언 제258호(2017년 5월 7~8일) - 대선후보지지도, 예상득표율, 정치 관련 인식, 2017. 5 .8.자료링크 한국갤럽, 전국 전례 정당 지지도 결과, 2016. 5. 13자료링크 리얼미터-MBN, 정례 정치조사 5월 2주 주간집계. 2016. 5. 16.자료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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