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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봄, 갑자기 튤립을 심고 싶었습니다. 마음 속에 있는 튤립의 이미지는 하얀 색,
노랑, 화사하지만 옅은 분홍도 함께 심으면 예쁠 것 같았습니다. 구근을 취급하는 화원에서 하얀 튤립 구근을 열뿌리 주문했지요.

업체의 배송 실수로 무려 마흔 개 가량의 색색깔 튤립 구근을 받게 되었습니다. 구정이 끼어 교환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알뿌리들을 선물로 주셨지요. 양파 닯은 껍질을 까놓고 주말이 오기를 부푼 마음으로 기다렸습니다.

튤립 구근을 심을 순간이 드디어 왔습니다. 물구멍이 큰 화분 바닥에 양파망을 깔고 그 위에 마사토를 깔아준 뒤, 흙을 넉넉하게 채우고 아이가 손으로 하나하나 심어주었습니다. 다 심어준 다음에는 물도 듬뿍 주고요.

작년에도 같은 과정을 반복했지만 알뿌리에 곰팡이가 생겨 싹도 꽃도 보지 못했습니다. 올해는 모든 뿌리에서 싹이 올라왔고 길고 아름답게 자라나 빨갛고 하얗고 다홍빛의 튤립을 피워올렸습니다.

모두 꽃을 피울 수 있을지 아직은 알 수 없지만 올 봄, 매일 아침 오므린 꽃봉오리가 해를 받으며 서서히 펴졌다가 저녁이면 다시 닫히는 모습에 감탄하며 씨앗을 심으면서 품었던 마음 속 행복감이 배가 되었습니다.​

이 과정을 거치며 떠오른 그림책 한권이 있어요. 봄, 시작, 기대, 기다림 하면 찾게 되는 그림책이지요. 이자벨 미뇨스 마르틴스의 작품 <씨앗 100개가 어디로 갔을까?> 입니다. 함께 읽어보실까요? 

첫 페이지를 열면 소나무 같아 보이는 침엽수 한 그루가 등장합니다. 이 나무는 천천히 기다립니다. 꿈과 희망을 가득 품고서. 과연 무엇을 기다리는 것일까요? 아. 이어서 나무가 들려주는 군요. 

모든 일이 잘 되기를,
그리고 너무나 완벽한,
더할 나위 없는 하루를.

그날을 위해 나무는 추위와 더위, 궂은 날씨, 불안한 날도 기다려냅니다. 마침내 완벽한 순간이 왔고 나무는 씨앗을 세상에 내 보내지요. 이제 또 나무가 잘 하는 일을 할 차례가 왔습니다. 또다른 중요한 순간을 기다리는 것이죠.

100개의 씨앗 모두가 멋지게 세상에 뿌리를 내리고 성장하는 것은 아니었어요. 일부는 새와 벌레라는 위험에 처하고 도저히 뿌리를 내릴 수 없는 곳에 떨어기도 합니다. 겨우 남은 몇몇 씨앗이 어린 나무가 되지만 순탄치 않죠.

100개의 씨앗의 여정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그림책을 통해 직접 보아주세요. 아름다운 그림, 메시지 뿐만 아니라 씨앗의 여정을 통한 자연 지식도 채울 수 있는 아이들에게도 읽어주기 좋은 그림책이랍니다. 

올해는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하는 해입니다. 출산 후에도 업무가 바빠 쓰지 못했던 육아휴직을 신청했습니다. 신청 후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다행히 아이의 입학식 날짜에 맞춰 휴직을 시작했습니다.  

어린이집 2년, 유치원 3년 기관에 익숙해진 아이라 학교라는 공간에서도 크게 긴장하지 않는 것 같아 마음이 놓이는 한편, 유치원 때와 많은 것이 달라질 것이기 때문에 아이의 몸과 마음이 편안하게 적응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나무로부터 떨어져 나와 곳곳에 떨어진 씨앗처럼 아이도 학교라는 보다 넓은 공간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고 뿌리를 내리며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기 위해 애를 쓰게 될 것입니다. 우리 집 튤립 알뿌리들처럼요.

처음에는 희망을 가득 가지고 모든 것이 잘 될줄만 알았지만 마음대로 싹을 피워올릴 수 없는 상황도 생길 것입니다. 먼저 싹을 피워올린 친구들을 보면서 마음에 조바심이 생기기도 하고 비교하는 날도 있겠지요.

그러나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면 각자 앉은 자리에서 자신만의 과정으로 때로는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얼마든지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씨앗 100개가 어디로 갔을까?>는 씨앗의 여정을 통해 흥미진진하게 보여줍니다.

저희 아이처럼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는 학생들에게는 앞으로의 학교 생활을 응원하는 메시지가 될 수도 있고, 수험생에겐 입시, 취준생에겐 입사가 될 수도 있겠지요. 그런 아이를 둔 엄마들에게도 의미있는 메세지를 줄 겁니다.

<씨앗 100개가 어디로 갔을까>가 주는 기다림의 시간을 통해 각자 자신만의 상황에서 시작하는 지금, 희망과 용기를 내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모든 시작을 진심으로 응원하며 이 그림책을 읽어드렸습니다. 한 주 평안하시길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저의 블로그와 브런치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https://blog.naver.com/uj0102
https://brunch.co.kr/@mynameis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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