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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이면 직장에서 먹을 간식을 싼다. 오후 4시가 넘어가면 슬슬 배가 고파 오기 때문이다. 과일, 빵, 요거트 등등 저녁식사에 부담이 되지 않도록 간단한 먹거리를 준비해간다. 

얼마 전에는 시장에서 간식으로 싸갈 딸기를 한 바구니를 샀다. 딸기 꼭지를 따고 물에 담가 깨끗이 씻은 후 밀폐용기에 담았다. 통에 딸기를 가득담고 뚜껑을 닫으려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걸 사무실 사람들이랑 같이 나눠 먹어야 되나?'
 
 아침에 직장에서 먹을 간식을 쌀 때마다 생각한다. '이걸 같이 나눠 먹어, 말어?'
 아침에 직장에서 먹을 간식을 쌀 때마다 생각한다. "이걸 같이 나눠 먹어, 말어?"
ⓒ 권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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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고민을 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직장 사무실 사람들 몰래 혼자 간식을 먹을 때마다 왠지 모를 회의감이 들기 때문이다. 오후 4시가 되면 간식이 들어있는 가방을 가지고 밖으로 가지고 나온다. 그러곤 아무도 없는 빈 사무실에 혼자 짱 박혀서 맛있게 먹는다.

수업시간에 선생님 몰래 신나게 과자를 먹는 학생마냥 혼자 즐겁게 간식을 먹는다. 입은 즐겁지만 마음은 편치는 않다. 행여나 누가 갑자기 사무실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와 혼자 간식을 먹고 있는 나를 발견할까 봐 싶어 신경이 곤두서있기 때문이다. 복도에서 들려오는 발소리에 귀를 바짝 기울이고 있는 나를 볼 때마다 생각한다. 

'그냥 좀 같이 나눠 먹으면 될 것을, 꼭 이렇게까지 몰래 먹어야 하나?'

스스로가 너무 야박하게 느껴졌다. 우리 사회가 갈수록 인간미가 없고 각박해지고 있다며 한탄하면서도 정작 타인에 대한 온도가 미지근한 사람이 나였다는 생각에 슬퍼졌다. 

물론 처음엔 간식을 나눠먹을까 생각도 해봤다. 하지만 생각이 너무 많은 게 문제였다. 

'같이 먹자고 했을 때 거절하면 어떻게 하지? 예의상으로 하는 거절일 수도 있는데 한 번 더 권해야 하나?'

'만약 같이 먹는다고 했을 때 한두 개만 주고 나머지를 나 혼자 다 먹으면 좀 치사해 보이려나?' 

'간식이 자기 입에 맞지 않는데 억지로 꾸역꾸역 먹진 않을까?'


이런 과한 걱정 때문에 간식을 권하기가 부담스러웠다. 물론 아깝다는 생각이 든 것도 사실이다. 나눠 먹으면 내가 먹을 양은 자연스레 줄어든다. 간식도 아깝고 간식을 사는 데 소비한 나의 돈과 시간도 아까웠다. 다른 사람들도 같이 나눠 먹자며 간식을 권하지 않는데 굳이 내가 싸 온 간식을 같이 먹을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사람들과 간식을 나눠 먹지 않고 혼자 몰래 먹는다고 해서 문제 될 건 없다. 하지만 이런 나를 보고 있자니 왠지 좀 서글퍼진다. 남 주기 아깝다며 빈방에 혼자 숨어 딸기를 맛있게 야금야금 갉아 먹는 나를 보고 있으면 괜스레 씁쓸해진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음을 바꾸게 된 계기가 있었다. 본가에 갔을 때였다. 주말 동안 시간을 보내고 집을 나서는데 어머니께서 나에게 요구르트 음료 4개를 쥐여주며 이렇게 말했다. 

"직장 사람들이랑 같이 나눠 먹어."

엄마의 말에 의아하다는 듯이 내가 대답했다.

"같이 나눠 먹을 필요가 뭐 있어. 나 혼자 다 먹으면 되지."

투덜거리듯 말하는 내게 어머니가 다독거리듯이 말했다.

"에이, 그래도 같이 먹으며 좋잖아. 하나씩 나눠 먹어."

엄마의 그 말이 별것 아닌 말이었지만 나에게 적잖은 울림을 주었다. 듣는 순간 내가 너무 나밖에 몰랐구나 하는 생각이 들며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었다.

'그래, 이게 뭐라고. 다 같이 나눠먹는 게 좋겠지?'

다음날이었다.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가방에서 어머니에게서 받은 요구르트 음료를 꺼내 사람들에게 하나씩 나눠주었다. 요구르트 음료를 좋아할까? 거절하진 않을까? 하는 생각에 신경이 쓰였지만 그것은 기우였다.

기대 이상으로 다들 고마워했다. 옷장에 넣어둔 외투 속에서 만 원짜리 한 장을 발견한 것마냥 좋아했다. 별것 아닌 간식거리에도 고마워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같이 나눠 먹길 잘했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에는 아이에게 간식을 싸주며 "다른 애들 주지 말고 혼자 다 먹어"라고 말한다는 엄마가 많다는 이야기를 아이를 키우는 지인으로부터 들은 적이 있었다.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에 하는 말이라는 것은 이해가 된다.

하지만 정말 아이를 위한다면 "혼자만 먹지 말고 친구들이랑 같이 사이좋게 나눠 먹어"라고 말해주는 게 더 좋지 않을까. 내가 엄마의 말을 듣고 생각을 바꾸고 행동을 바꿨던 것처럼 자라나는 아이들에게도 서로 나누고 베푸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가르친다면 지금보다는 타인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지 않을까. 

최근에 읽은 시 중에 감명 깊은 시가 한 편 있다. 마종하 시인의 책 <활주로가 있는 밤>에 실려있는 '딸을 위한 시'라는 제목의 시이다. 마지막 문장이 특히나 인상적이었다. 

한 시인이 어린 딸에게 말했다.
착한 사람도, 공부 잘하는 사람도 다 말고
관찰을 잘하는 사람이 되라고.
겨울 창가의 양파는 어떻게 뿌리를 내리며
사람들은 언제 웃고, 언제 우는지를.
오늘은 학교에 가서 도시락을 안 싸 온 아이가 누구인지
살펴서 함께 나누어 먹으라고.


나는 미혼이다. 아직 결혼 생각은 없지만 만약 결혼을 한다면, 그래서 아이를 낳아 키운다면 이 시와 같은 말씀으로 아이를 키우고 싶다. 돈도 좋고 공부도, 대학도, 좋은 직장과 직업도 다 좋지만 그전에 타인을 이해하고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이 되라고 그렇게 말해주고 싶다. 그러기 위해선 우선 나부터가 변해야 할 것 같다.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며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브런치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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