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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이낙연 대표님께.

오늘은 제102주년 삼일절입니다. 일제의 침략 아래 신음하던 한민족이 마침내 들고 일어나 항거한 역사적인 날입니다. 대표님께서도 삼일절을 맞아 SNS에 독립유공자와 그 후손들에게 경의를 표한다는 메시지를 남기셨지요.
 
 제102주년 삼일절에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올린 메시지
 제102주년 삼일절에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올린 메시지
ⓒ 이낙연 대표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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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저는 대표님의 메시지를 보고 가슴이 뭉클하다기보다는 화가 났습니다. 불과 며칠 전, 대표님의 행보 때문입니다.

지난 2월 19일, 25개 독립운동가 선양단체들로 구성된 항일독립선열선양단체연합(항단연)은 대표님께 직접 찾아가 '현충원 친일파 파묘법'을 당론으로 채택해달라고 요구한 바 있습니다.

현충원 친일파 파묘법(국립묘지법 개정안)은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가 결정한 '친일반민족행위자' 등을 국립묘지에 안장할 수 없도록 하고, 안장 자격 상실시 국립묘지 밖으로 이장하도록 하는 법입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지난 19일 항일독립선열선양단체연합(항단연)과 면담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지난 19일 항일독립선열선양단체연합(항단연)과 면담하고 있다.
ⓒ 항일독립선열선양단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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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대표님은 뭐라고 답하셨는지요? 항단연의 주장에 따르면 대표님께서는 "현재 원내지도부는 당론으로 법안을 채택한 것은 한 건도 없다"며 "당론 채택은 어렵다"고 거절했다고 들었습니다. 대표님 본인은 "반대하지 않는다"면서도 "민주당 내 의원들의 반대 목소리가 많이 있다"는 궁색한 변명과 함께 말이지요.

민족의 성지인 현충원에서 친일반민족행위자들을 솎아내야 한다는 지극히 당연한 과제에 대해서도 미적거리면서 삼일절을 맞아 독립유공자들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하니 그 모순된 행보에 어처구니가 없었던 것입니다.

친일파 파묘, 85.3%가 찬성한다더니

대표님께서는 민주당 내 의원들의 반대 목소리가 많이 있다며 난색을 표하셨습니다. 여기에 대해서도 명확한 해명을 요구합니다.

지난해 4월, 제21대 총선 당시 광복회에서는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현충원에 안장된 친일파에 대한 강제이장 및 친일안내문 설치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바 있습니다. 총선 직후 <오마이뉴스>에서 분석한 결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지역구 당선자 163명 중 85.3%에 해당하는 140명이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해 총선 당시만 해도 85%라는 압도적 다수가 친일파 강제이장에 찬성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민주당 내 의원들의 반대 목소리가 많다니요. 대표님께서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궁색한 변명을 하셨거나 당시 찬성했던 후보자들이 막상 당선되고 나니 말을 바꿨다는 이야기밖에 되지 않습니다.

전자든 후자든 지금 여당의 행보는 실망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적폐 청산'을 슬로건으로 내세우며 집권한 여당이기에 그야말로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격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항일과 친일이 공존하는 기괴한 명당

'김백일, 신응균, 신태영, 이응준, 이종찬, 백낙준, 김홍준, 신현준, 김석범, 송석하, 백홍석.'

2009년 대통령 직속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친일반민족행위자로 지정한 '국가공인 친일파'들입니다. 이들 모두가 지금 현충원에 잠들어 있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7월에는 '마지막 간도특설대원'이었던 백선엽(1920~2020)이 독립운동 관련 단체들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국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됐습니다. 지금 그들 아래 신규식, 지청천, 조명하, 김상옥 등 독립선열들이 나란히 잠들어 있습니다.

이게 바로 민족의 성지인 현충원의 현실입니다. 오죽하면 임시정부의 국무위원까지 역임했던 독립운동가 조경한 선생은 "내가 죽거든 친일파가 묻혀 있는 국립묘지가 아니라 동지들이 묻혀 있는 효창공원에 묻어달라"는 유언을 남기기까지 했을까요.
 
 친일파 신태영, 이응준 등이 잠든 국립서울현충원 장군제2묘역에서 내려다 본 독립운동가 묘역. 친일파 아래 독립운동가들이 잠든 기괴한 형국이다.
 친일파 신태영, 이응준 등이 잠든 국립서울현충원 장군제2묘역에서 내려다 본 독립운동가 묘역. 친일파 아래 독립운동가들이 잠든 기괴한 형국이다.
ⓒ 김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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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이낙연 대표님!

대표님께서 진정 독립유공자와 그 후손들에게 경의를 표하고자 한다면, 말 뿐인 경의에 그쳐서는 안될 것입니다. 행동으로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현충원 내 친일파의 강제 이장은 역사의 지엄한 명령입니다. 언제까지 현충원을 독립운동가와 친일파가 공존하는 기괴한 명당으로 방치하실 요량입니까.

부디 여당에서 친일파 파묘법을 당론으로 채택하고 적극적으로 추진하도록 힘써주십시오. 더 이상 선열들께 부끄럽지 않은 대한민국,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주십시오.

2021년 3월 1일 제102주년 삼일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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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선열을 기억하기 위해 기록하고자 하는 역사학도 / 聖文神武를 꿈꾸는 사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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