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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남군 정충신 장군의 일대기를 그린 대하역사소설 <깃발>(전 5권, 이계홍).
 금남군 정충신 장군의 일대기를 그린 대하역사소설 <깃발>(전 5권, 이계홍).
ⓒ 범우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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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광역시의 중심가인 '금남로'(錦南路)는 1980년 5.18민중항쟁의 근거지였다. 그런데 '금남로'가 조선시대 무장인 정충신 장군(1576-1636년)의 작호(爵號)인 '금남군'에서 유래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당연히 정충신 장군을 아는 이도 드물다. 

그런 가운데 금남군 정충신 장군의 일대기를 그린 대하역사소설이 출간돼 눈길을 끈다. 언론인 출신인 이계홍 작가는 최근 5권짜리 대하역사소설 <깃발>(범우사)을 펴냈다. 정충신 장군에 관한 전기가 나온 적이 있으나 소설로 그의 일생을 재구성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44년 동안 '무장의 외길'... '금남군'-'충무공' 작호.시호 받아

이계홍 작가는 우연한 기회에 정충신 장군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충격을 받았다. 자신은 물론이고 주변에도 정충신 장군을 아는 이가 드물었기 때문이다. 정충신 장군이 '임진왜란의 영웅'인 이순신 장군처럼 '충무공'이라는 시호(諡號)를 받았음에도 그를 아는 이가 많지 않았다는 점에서 더욱 큰 충격이었다.

전라도 광주 출신인 정충신 장군은 만 16살에 무과에 차석으로 과거에 급제했다. 이후 군기시정, 선사포 첨사, 조산보 만호, 보을하진 첨사, 포이 만호, 창금남군', '충무공' 작호.시호 받아 주 첨사, 만포진 첨사, 안주 목사 겸 방어사, 평안도 명마좌우후, 영변대도호 부사, 팔도 부원수, 주사 원수, 오위도총부 도총관, 포도대장, 경상우도 병마절도사 등을 지냈다. 이괄의 난' 전부대장으로도 활약하며 난을 평정했다.   

특히 임진왜란 3대 육전(육지전투) 가운데 하나인 '이치.웅치대첩'(전라도 금산.완주.무주.진안.장수전투)에서 소년 척후병으로 참전해 승리로 이끈 주역이었다. 당시 소년 병사였던 정충신 장군은 이치.웅치대첩의 전과를 기록한 권율 장군의 장계를 선조에게 전달하는 임무를 맡았다. "이치.웅치전투에서 호남을 지켰으니 도강하지 말아 달라"는 권율 장군의 장계를 품에 안고 20여일 동안 2500리 길을 달려 압록강변에서 명나라 배가 오기만을 기다리던 선조에게 전달한 것이다. 

정충신 장군은 60년의 생애 가운데 44년 동안 '무장의 외길'을 걸었다. 정유재란(1597년)과 이괄의 난(1623년), 인조반정(1624년), 정묘호란(1627년) 등 국난의 한복판에 서 있었다. 그는 이괄의 난을 평정한 공을 인정받아 살아생전에 선조로부터 '금남군'이라는 작호를, 사후 49년 만인 숙종대에는 임진왜란에서의 공을 인정받아 '충무공'이라는 시호를 받았다. 조선시대에 44년 무장의 경력으로 '충무공'이라는 시호를 받은 것은 그가 유일하다고 한다. 

그럼에도 정충신 장군은 역사에서 철저히 소외됐다. 이에 이 작가는 정충신 장군에 관한 자료들을 찾아 나섰다. 정충신 장군이 직접 쓴 <백사북천일록>과 <만운집>, <금남집>뿐만 아니라 <조선왕조실록>, <연려실기술>, <국조인물고>, <광해군일기>, <이조 5백년 기담전>, <택리지> 등을 보며 정충신 장군의 일생을 추적했다. 금정 정씨 종친회에서 보유하고 있는 세보(世譜)와 <금남군 충무공 정충신 전기>(정환호)도 적극 활용했다.

다만 정충신 장군의 청년기 기록이 부족해 애를 먹었다고 한다. 청년기 기록이 도둑을 맞아 멸실됐기 때문이다. 정충신 장군이 서울 반송방(현재의 서울 서대문구 냉천동 지역)에서 살 때 도둑이 물건을 훔치러 들어왔다가 장군집치고는 너무 궁벽해 문서꿰짝을 들고 달아났는데 거기에 일기 등의 기록들이 포함돼 있었던 것이다. 

결국 이 작가는 200자 원고지 7000장의 대하역사소설 <깃발>을 완성했고, 이를 <남도일보>에 총 650회에 걸쳐 장기연재했다.
 
 충남 서산 소재 진충사에 있는 정충신 장군 영정
 충남 서산 소재 진충사에 있는 정충신 장군 영정
ⓒ 금정 정씨 종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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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충신 장군이 제대로 '역사의 호명'을 못받은 이유

이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이괄의 난, 정묘호란, 병자호란 발발 직전까지 오직 군인의 길을 걸어온 금남군 정충신 장군의 일생은 드라마적 파노라마 바로 즈 자체였다"라며 "우리 역사장 가장 불행했던 시기인 선조, 광해군, 인조 대의 무장으로 시대 모순을 헤쳐 나간 보기 드문 개혁파로서의 일생을 살았던 인물이다"라고 정충신 장군을 평했다. 

이 작가는 "그런데도 잘 몰랐다"라며 "신분제 사회였던 조선조 사회에서 한미한 집안 출신이라는 한계 때문에 그의 활약상이 묻힌 측면이 있을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정충신 장군이 이렇게 제대로 역사의 호명을 받지 못한 이유와 관련, 이 작가는 "주류 권력층에서 비주류로서 견제를 받은 점과 서민 계급 출신이라는 이유로 역사적으로 저평가되었을 것이다"라며 "거기에 외교적 역할이 당시의 정치풍토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구조라는 점도 작용했다고 보여진다"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정충신 장군은 명.청 교체시기에 중립외교노선을 걷자고 주장했다. 상관인 장만 장군, 그의 사위인 최명길과 함께 '주화파'에 속해 있었다. 후금국(청)에 사실상 선전포고를 하는 내용이 담긴 조정의 사찰을 중간에 가로채 불살라버려 귀양을 가기도 했다. 

이 작가는 "정춘신 장군은 주화파인 최명길과 나눈 군사대담집에서 현실주의에 입각해 친금노선이 나라의 진로 방향이라고 주장하는데, 이것이 주류사회인 척화파로부터 배척을 받아 최명길과 함께 평생 비주류로 살았다"라며 "이런 것이 그가 역사에 크게 호명되지 못한 요인이 되었다고 본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 작가는 "특히 광주광역시의 주도로이자 5.18 민주화항쟁의 본거지인 '금남로'가 정충신의 업적을 기려 내린 시호인 '금남군'에서 유래된 점에 유의하면서 개혁적인 광주 정신과 일치된 정충신 장군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그리고자 했다"라고 <깃발> 출간에 의미를 부여했다.
 
 대하역사소설 <깃발>을 펴낸 언론인 출신 이계홍 작가
 대하역사소설 <깃발>을 펴낸 언론인 출신 이계홍 작가
ⓒ 이계홍 작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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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 <문화>, <서울신문> 기자로 활약... 74년 <월간문학>으로 등단

이 작가는 동국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동아일보>와 <문화일보>, <서울신문>에서 문화부.체육부 기자, 문화부 차장, 여론독자부 차장, 문화부장, 체육부장, 특집부장, 사회부장, 논설위원, 수석편집부국장, 통일문제연구소 소장 등을 지냈다. '장군이 된 이등병' 최갑석 장군과 채명신 전 주월한국군사령관 전기 등을 쓰기도 했다. 현재는 <세종포스트> 주필로 재직중이다. 

지난 1974년 <월간문학> 신인상(소설부문)을 수상하며 문단에 등단했다. <틈만 나면 자살하는 남자>, <비켜 앉은 남자>, <밑천>, <초록빛 파도>, <늦은 저녁>, <서올 노마드>, <행군-어느 민족주의자를 위한 변명> 등의 소설(집)를 펴냈다. 

이 작가는 "언론계 생활을 하면서 사실상 문학을 중단했는데 퇴직과 함께 우리 역사의 내면, 그 중에서도 역사의 수난기를 관심있게 추적했다"라며 "그 수난기는 임진왜란-정유재란-정묘호란-병자호란 시기와 구한말의 망국 시기, 그리고 해방공간의 혼란기 등 크게 세 시기로 본다"라고 설명했다. 

이 작가는 "이때 우리가 좀더 역사의식에 투철하고, 갈등과 분열과 대립상을 성찰하는 가운데 창조적으로 미래세계를 설계했더라면 어두운 시기를 극복하고 향기로운 역사를 가졌을 것이다"라며 "묻힌 역사적 인물을 호출해 그들의 행로를 더듬어 재생함으로써 우리가 나아갈 바를 되돌아보는 거울이 되도록 노력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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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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