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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버스터와 '동물국회'라는 우여곡절을 겪고, 20대 국회에서 겨우겨우 통과했던 "18세 선거권". "학교가 정치판으로 될 것이다.", "그냥 친구 따라 투표하겠지"라는 일부 언론을 중심으로 한 세간의 비아냥 쏟아졌다. 그러나 18세 유권자들이 높은 투표율을 보여주면서 이러한 '악담'은 단숨에 무너졌다.

이러하듯 우리 사회에서 청소년 참정권을 바라보는 시선은 그저 따갑기만 하다. 그들은 "학생은 그저 공부만 하는 존재", "학교는 정치 금단 구역", "정치는 성인들만의 전유물"이라는 틀을 만들고, 그것을 이용하여 청소년 참정권, 청소년 정치를 바라보며 비난하고 악담을 쏟아낸다. 공직선거법이 18세 선거권으로 개정되기 전, 청소년 참정권을 요구하는 청소년을 향해 그저 실실 웃는 정치인을 여러 매체를 통해 여과 없이 보여주기도 했으며, 18세 선거권이 패스트트랙에 오르고 본회의장에 상정될 때, 일부 언론과 보수 단체는 사회주의 세뇌 공작이라며 18세 선거권을 깎아내리기에 급했다. 물론, 18세 선거권이 통과되고 나서도 이러한 시선은 개선되지 않았지만.

"정당 가입연령 제한 폐지" 반대?

18세 선거권이 통과하고 나서, 21대 총선을 통해 개원한 21대 국회는 청소년 정치에 대한 참여도가 높아진 현실에 부응했는지 청소년 참정권에 대해 확대하고자 하는 노력이 있다. 다양한 법률안을 통해서 청소년 참정권 확대 방안에 대해 논의해보자 하는 몇몇 의원들의 법안 중에서, 정당 가입연령과 관련된 정당법 22조와 관련된 법률안은 총 4개(더불어민주당 장경태, 이재정, 박상혁 의원, 정의당 이은주 의원)가 발의된 상태이다. 그중에서도 장경태 의원의 법률안 경우에는 현행 18세 이상에서 16세 이상으로 낮추자는 법안이고, 이재정, 이은주, 박상혁 의원의 법률안 경우에는 현행의 나이 제한을 없애고 각 정당의 당헌과 당규를 통해 자율적으로 규정하자는 법안이다.

국회 입법예고 홈페이지를 통해서 이들 법안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의견을 보았다. "인기영합적 당리당략적 전체주의 포퓰리즘(populism) 법안이다", "청소년을 선동하는 '홍위병'법이다", "좌파적 정치활동 부추긴다", "중국식 사회주의의 길로 들어서는 법안이다" 등 "사회주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에서 시작하는 "레드 콤플렉스"에 시작한 <좌파 사회주의의 선동>으로 청소년 참정권을 가둬두고 보는 듯하다. 앞서 설명한 사례의 후속작이 된 사례다. 우리 사회가 청소년 참정권에 대해 얼마나 부정적인지 여실하게 보여주는 대목일 터이다.

그중에서도, 유독 돋보이는 의견이 있었는데,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청소년은 아직 미성숙하고 정치적 중립을 유지함으로써 '건전한' 사고관을 가진 성인으로 자랄 수 있게 해야 한다", "고등 기초학력 실력 저하와 전공 선택의 실수 경험이 너무나 많은 현실에서 선거교육과 정당 활동을 가능케 하자는 것은 그저 교육수준 하향된 정부 옹위 부대 홍위병 만들기 법에 불과하다".

과연 그들의 주장대로 청소년은 그저 공부만 해야 하는 존재일까?

과연, 청소년은 미숙하고, 정치적 중립성을 가지는 존재인가

먼저, 다른나라는 어떤지 보자. 영국, 프랑스, 독일, 스위스, 캐나다 등 많은 국가에서는 당원 가입연령이 선거연령보다 낮으며, 당원의 가입연령 등은 정당 자율에 맡기고 정당은 당헌⋅당규를 통해 규정하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에 비해 대한민국은 어떤가? 만 18세가 넘어야 정당에 가입할 수 있다고, 법률로써 명시하고 있다. 그렇지만, 국민의 힘,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등 많은 정당에서는 이러한 정당법에 따라 정당에서 활동할 수 없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예비당원제"를 운영하고 있거나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이들은 예비적인 존재일 뿐이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과연 청소년은 미숙한 존재여서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해야 할까? 발달학적으로 보자면, 피아제(Jean Piaget), 콜버그(Lawrence Kohlberg) 등 많은 발달학을 연구에 따르면 10대 초반에서 15세 이상의 청소년은 자율적으로 사회의 문제점에 대해 이해할 수 있고, 이성적으로 사고할 수 있으며, 미래에 대해 숙고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또한, 국내의 한 설문조사 및 연구에 따르면 청소년이 정치⋅사회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연령에 대해서는 평균해서 볼 때 14세 중반에서 16세 중반이라고 답변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많은 연구 및 설문조사에서 나타나듯이 10대 중반의 청소년들 또한 성인과 비슷한 수준의 판단력과 인지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렇듯 청소년은 단지 미숙한 존재가 아니다. 덧붙이자면, 노령층은 성인과 비교해 판단력이 떨어진다고 정당 가입을 막고, 피선거권을 제약하지는 않는다.

또, 정치적 중립성 차원으로 보자. 현재 시행하고 있는 2015 개정 교육과정에 추구하는 인간상은 크게 4가지이다. 그중에는 "공동체 의식을 가지고 세계와 소통하는 민주 시민으로서 배려와 나눔을 실천하는 더불어 사는 사람"이라는 인간상이 설정되어 있다. 2015 교육과정 총론의 해설서에 보면 이러한 인간상에 대한 해설로 "이를 위해 학교는 학생들이 공동체 의식과 민주 시민 의식을 가지고 세계 시민으로서 살 수 있도록, 지역⋅국가⋅세계 공동체의 구성원에게 요구되는 가치와 태도를 가르치며"(2015 개정 교육과정 총론 해설서-고등학교, 교육부 고시 제2020-225호)라는 대목이 있다. 또한, 2015 개정 교육과정의 학교 급별 교육 목표에서는 "공동체 의식을 바탕으로 타인을 존중하고 서로 소통하는 민주 시민의 자질과 태도를 기른다"(중학교), "국가 공동체에 대한 책임감을 바탕으로 배려와 나눔을 실천하며 세계와 소통하는 민주 시민으로서의 자질과 태도를 기른다"(고등학교). 즉, 교육적 측면으로 보아도, 적어도 중학교 교육을 이수하고 있거나, 이수한 국민에게 "민주 시민 의식"이 있다는 것을 기대하고, 그렇게 하도록 각급 학교마다 목표를 설정해 두고 있다. 다르게 말하면, 청소년은 정치적 중립성을 가지는 존재가 아니라, 민주 시민으로서의 함양을 가진 국민이다.

기초학력과 정당 가입은 어떠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는가?

기초학력이란, 읽기, 쓰기, 셈하기 따위와 같이 여러 교과를 터득하기 위하여 학습의 초기 단계에 습득이 요구되는 기초적인 능력(표준국어대사전)을 의미한다. 국가 수준의 학업 성취도 평가에서의 기초학력은 20% 이상 50% 미만의 성취도를 가질 때를 의미한다. 물론, 국가 수준의 학업 성취도를 통해서 기초학력 미달의 학생이 점점 증가하는 건 사실이다. 고등학교 2학년의 경우에는 2017년 9.9%, 2018년 10.4% 정도 된다. 기초학력 보장에 대해서 논의가 필요한 것은 맞다.

그러나 이것이 정당 가입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가? 기초학력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은 정치에 발을 들이면 안 될까? 투표하면 안 되고, 정당 가입은 말려야 할까? 반대로 생각해보자. 오래된 자료이지만, 2008년에 실시한 비 문해율 조사에 따르면, 성인의 1%가 문맹으로 나타났고, 전체 성인의 7%가 기초 문해력 부진 계층으로 나타났다. "학교에 못 다녀서", "글을 깨치지 못해서"라는 이유로 '기초적인 학력' 조차 이수하지 못한 성인에 대해서 법은 그들의 참정권을 제약한 적이 없다. 법률이 보장하는 얼마든지 참정권을 누릴 수 있는 성인이다.

따지고 보면 기초학력 또한 부재하거나 미달한 성인들도 같이 제약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기초학력의 저하로 청소년의 참정권을 제약하자는 것은 정말 어불성설이다.

정당 가입연령 제한 폐지는 모두의 기회이다

정당 가입연령 제한 폐지는 특정 정당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우리공화당,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국가혁명배당금당 등 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정당들 모두가 함께 적용받는 혜택이다. 그만큼 청소년 유권자의 선택폭이 넓어진 만큼 좌우 모두에게 좋은 혜택이다. 그러므로 청소년 유권자가 꼭 "사회주의적 좌파 정당"에 들어갈 보장은 없다. 보수주의 정당을 택할 수도 있고, 민주적 가치를 지향하는 정당에 가입할 수도 있고, 진보주의적 관점을 가진 정당에서 활동할 수도 있다. 그것은 오로지 청소년들의 선택이다. 우리 헌법에서 보장하는 정당 가입의 자유를 온전히 실현하는 방법 중 시작은 바로, 정당 가입연령 폐지일 것이다.

연구마다 약간씩의 오차는 있지만, 보통 한국에서 정당에 가입한 국민은 전체의 10%라고 한다. 그렇게 높은 수치는 아니다. 10명 중의 9명은 정당에 가입되어 있지 않다는 소리다. 이것은 비단 청소년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저 자신이 정당에 가입하고 싶으면 가입하는 것이지, 누군가의 강요로 떠밀려 의무적으로 가입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노동현장에서 "어느 정당에 무조건 가입합시다"라고 강요하지 않듯이, 정당 가입연령 제한이 폐지된다면, 가입하고 싶은 청소년만 가입할 것이다.

유럽의 30대 정당 대표, 40대 국가원수는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을까? 청소년 시절부터 각 정당의 청년 조직에서 활동하면서 많은 정치적인 과정을 익혀왔기에 지금의 그 위치에서 활동하는 젊은 청년 정치인이 많은 것이다. 그들은 선동당하고, 정당(혹은 정권)의 홍위병으로 살아오지 않았다. 그저 정당 정치를 했을 뿐이다.

이제 청소년 참정권에 대한 오해의 그늘에서 벋어나서 누구나 평등하게 참정권을 누리고, 다양한 목소리가 조화롭게 울려 퍼지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해서 정당 가입연령 폐지부터 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태그:#청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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