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소년원 정문
 소년원 정문
ⓒ 최원훈

관련사진보기

 
지난 기사(소년범죄 상습화·지능화의 주요 원인이 소년원이라고?)에서 최근 소년원생이 교사를 폭행한 사례를 보도한 바 있다. 상해진단서를 끊을 정도로 심각한 폭행을 당했기 때문에 상식적으로는 가해 소년에 대한 엄벌이 예상됐다. 하지만 기관과 본부의 판단은 상식과는 달랐다. 

"형사고발해도 소용없으니 기관에서는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
"할 거면 개인적으로 알아서 하라."
"피해 직원한테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니냐."


피해 교사는 조직 상부의 2차 가해로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 소년원에서 보호소년이 난동을 부리고 교사를 폭행하는 사례는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대처는 10년 전, 20년 전과 비교해서 달라진 것이 없다. 외부에 알려지고 일이 커지는 것을 꺼려 대충 무마하고 덮어온 것이다. 교사의 인권은 안중에도 없었다.

결국 가해 소년은 범죄를 저지르고 소년원에 수용되어 수용 질서를 무너뜨리고 공권력을 무력화시켜도 엄벌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학습한다. 자유를 박탈당하고 국가시설에 수용된 상태에서도 무법자로 생활하는 소년이 사회에 나가서 재범을 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아이러니하게도, 법무부에서 지급한 다이어리 첫 장에 나오는 법무 행정지표는 '법과 질서의 확립'이다.

이미 소년원을 2~3차례 들락날락한 상습 범죄소년은 대부분 형사재판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소년교도소로 가거나 성인범이 되어 교도소에 수감된다. 이들 중 일부는 상습범·흉악범이 되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하고, 교정시설 유지를 위한 사회적 비용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다.

보호처분 집행을 활성화·내실화하여 보호소년을 제대로 교화하면 소년범이 성인 범죄자로 진화하는 것을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지만, 현재 소년원은 이러한 재사회화 기능보다는 소년범죄가 상습화되는 주요 원인을 제공하고 있는 실정이다. 

관료들의 '복지부동'과 '무사안일주의'

그렇다면 왜 관료들은 소년원에서 교사를 폭행한 가해 소년을 엄벌하지 않는 것일까? 왜 관료제 조직은 피해를 당한 직원의 인권을 보호해 주지 않고 오히려 2차 가해를 하는 걸까? 왜 소년원이 상습 범죄 소년들의 놀이터가 되어가는 것을 방치하는 걸까?
우선 '관료'의 사전적 의미에 대해 알아보자.
 
관료[ 官僚 ] 행정을 집행하는 임명직의 개개의 공무원의 호칭. 일반적으로 국가의 고급공무원이 국가권력을 배경으로 하여, 국민의 의사와 사정을 무시하고 독선적 ·획일적으로 일을 처리하며, 자신들의 특권을 유지하는 데에 급급하는 특성에 대해서, 이를 비난하는 경우에 관료라는 말을 쓰는 경향이 있다. - 두산백과

질문에 대한 답은 관료의 본질적 속성을 통찰한 학자의 글에서도 찾을 수 있다.
 
미국 행정학자 랠프 험멜(Ralph P.Hummel, 1937~2012)은 <관료제 경험>(1977)에서 많은 사람이 관료에 대해 크게 오해하고 있다며, 5가지를 지적했다.
첫째, 사회적으로 관료는 사람을 다룬다고 생각하는데 그것은 오해이며 그들은 사람이 아닌 사례를 다룬다.
둘째, 문화적으로 관료는 우리처럼 정의·자유·폭력·억압·병폐·죽음·승리·패배·사랑·증오·구원·저주 등에 관심을 갖고 걱정하는 것 같지만, 그게 아니라 그들은 통제와 능률에만 관심을 가질 뿐이다.
셋째, 심리적으로 관료는 우리들과 같은 인간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실은 '머리와 영혼이 없는 새로운 퍼스낼리티'이다.
넷째, 언어적으로 관료는 우리와 같은 말을 쓰기 때문에 의사소통이 가능하다고 생각하겠지만, 그것은 착각이고 오히려 그들만이 통하는 비밀 언어를 쓰면서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에 관해 의견을 나누기보다 이를 어떻게 꾸미고 알릴 것인가에만 관심을 갖는다.
다섯째, 정치적으로 공공 관료제는 사회에 대해서 책임을 가지는 봉사 기구라고 생각하겠지만, 그보다는 점차 사회를 지배하는 통제기구라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 강준만  <권력은 사람의 뇌를 바꾼다>

2017년 9월, 부산 여중생 집단폭행 사건으로 소년법을 폐지하라는 여론이 빗발치고 있을 때였다. 낯선 메일이 한 통 왔다. 서울대 신문사 학생기자라고 했다. 부산 여중생 사건으로 인해 소년법과 소년범죄를 주제로 한 특집기사를 기획 중인데, 현장 전문가인 보호직 공무원과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기사를 쓰고 싶다고 협조를 요청했다.

대학생들에게 소년법의 이념과 목적, 보호처분, 소년원을 비롯한 소년보호기관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할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사전 승인을 얻기 위해 과장과 원장에게 보고했다. 원장이 불러서 갔더니 태연하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본부에 보고했더니, 이번 부산 여중생 집단폭행 사건으로 인한 소년법 폐지 및 처벌 강화 여론에 대한 범죄예방정책국의 방침은 어떠한 입장도 표명하지 않는 것이라고 합니다. 인터뷰 요청에 응하지 마세요."

순간 귀를 의심했지만, '복지부동'과 '무사안일주의'라는 말의 의미를 새삼스럽게 깨달을 수 있었다. 상습 범죄소년의 교화를 포기하지 않고 소년원 현장에서 생활지도와 교육에 임하는 교사가 상습 범죄소년에게 폭행을 당했을 때, 가해 소년을 엄벌하지 않고 피해 교사를 보호하지 않는 것에 대한 답변이 될 수 있을까?

범죄 예방 정책을 실질적·효율적으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소년원 교실에서 수업을 경청하고 있는 보호소년들
 소년원 교실에서 수업을 경청하고 있는 보호소년들
ⓒ 최원훈

관련사진보기


상습 범죄 소년들은 소년원을 밥 잘 나오고 운동하며 시간이나 때우는 곳으로 여긴다. 이들은 규정을 준수하고 자신의 비행을 반성하며 출원 후의 사회적응을 준비하는 개선 의지가 강한 동료 학생들을 괴롭히며 시간을 보낸다.

교사들의 눈을 피해 동료 소년원생들에게 폭행·갈취·협박·강요 등의 인권침해 행위를 일삼는 것이다. 교사들은 이들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일상적으로 욕설과 폭행 등의 인권침해를 당하지만, 소년원 교사의 인권과 교권은 가해 소년의 인권보다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

소년법에 따른 보호처분의 목적은 '소년의 건전한 성장을 돕는 것'이다.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소년원이 미래의 흉악범이 시간이나 때우는 곳, 개선 의지가 강한 다수의 소년들에게는 상습 범죄 소년들에게 인권침해를 당하고 범죄를 학습하는 곳이라면, 이는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 아닌가?

이 기사를 작성하던 중, 소년원에 재원 중인 한 소년에게서 문자가 왔다.

"선생님! 저 생활 잘해서 모범상도 받고 자격증도 많이 취득했어요. 오늘 보호관찰 조건으로 임시퇴원했습니다. 저 다음 주부터 대학교 가요. 이제 보호관찰 잘 받고 건전하게 평범한 삶의 길을 걸을 거예요. 지켜봐 주세요! "

자신은 상습 범죄 소년들의 수용 악습에 물들지 않고, 소년원 선생님들의 관심과 교육에 많은 것을 공감하고 배워서 대학 진학까지 하게 되었다고 한다. 사회복지학을 전공해서 과거의 자신처럼 방황하는 소외 청소년들을 이끌어 주고 싶다고 했다.

소년의 담당 보호관찰관은 시의적절한 복지적 개입과 지원을 통해 소년의 학업과 사회적응을 도울 것이다. 소년의 사례는 '소년의 건전한 성장을 돕는다'는 소년법의 목적과 보호처분의 순기능을 잘 보여준다.

"선생님, 저 꼭 사회복지사나 청소년 상담사가 되고 싶어요. 저처럼 방황하고 엇나갈 수 있는 청소년들 상담하고 도와주는 일을 하겠습니다."
  
소년원을 상습 범죄 소년들이 시간을 때우며 재범을 모의하는 무법천지로 만들 것인가? 건전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하도록 재사회화의 기능을 하는 교육기관으로 만들 것인가?

보호처분을 활성화 ·내실화하여 재범을 방지하고 범죄를 예방하는 정책을 실질적·효율적으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소년원부터 혁신해야 한다. 이를 위해 관료들의 각성과 혁신에 대한 실천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더욱 중요한 것은 주권자인 국민이 관료들의 복지부동을 견제하고 바로잡겠다는 관심과 의지다. '소년법 폐지'가 아니라 '소년원 혁신'을 청원해주시길 바란다.

댓글7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5,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