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3.02 07:43최종 업데이트 21.03.02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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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후 서울 성북구청앞에 설치된 코로나19 임시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체채취를 하는 동안 방호복을 입은 관계자들이 분무기 소독을 하고 있다. 2020.12.18 ⓒ 권우성

 
지난 1년여 간 우리는 코로나19 감염을 피하려고 생활 속으로 스며든 방역과 긴 시간을 함께해 왔다. 마스크를 쓰고, 만남을 줄이고, 거리두기를 하고. 일상이 된 방역이라고는 하지만 여전히 장바구니는 매번 소독해야 하는지, 택배 상자는 괜찮은지, 어디 더 소독해야 하는 곳은 없는지 끊임없이 생각한다.

지난 2월 2일 <네이처>에 이와 관련한 흥미로운 기사가 실렸다. "코로나바이러스는 공기 중에 있는데, 표면(소독)에 대한 강조 지나치다"라는 글이다. 이 기사는 코로나19 팬데믹에 들어선 지 1년 이상 지난 지금까지 모인 증거로 볼 때 코로나19 감염은 주로 공기 중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런데도 세계보건기구(WHO)와 각국의 공중 보건 기관들은 일반인들을 위한 방역 지침에 이를 명확히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표면(surface)이란, 손이 자주 닿는 문의 손잡이나 엘리베이터의 버튼, 에스컬레이터의 손잡이, 공공장소의 의자나 벤치, 가방이나 장바구니, 우편물이나 택배 상자의 표면 등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날아가 닿을 수 있고 그것을 만진 사람의 손에 묻어 눈이나 입을 만지는 과정에서 감염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모든 매개체를 말한다.

초기에 알려진 것과 지금 알게 된 것

코로나19 초기인 2019년 말~2020년 초만 하더라도 이 바이러스가 침방울을 통해 전염되고, 침방울이 꽤 멀리까지 날아갈 수 있다는 것과 이런 침방울이 혹여 옷가지에 묻었다가 그것을 무심코 손으로 만진 뒤 눈이나 입에 갖다 대면 감염 위험이 있다고 알려졌다.

그런데 최근에는, 대부분 코로나19 감염자가 말을 하거나 재채기, 기침을 할 때 코나 입에서 튀어나온 방울들이 공기 중에 날아가 가까이 있는 사람들을 직접 감염시키는 것으로 보인다는 데에 합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네이처>는 지난 1월 WHO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코로나바이러스가 오염된 표면을 매개체로 해서 전이된다는 증거는 제한적이라고도 적었다. 그런데도 세계보건기구의 대중 지침에는 "표면을 만지지 마세요. 특히 공공장소에서는 코로나19 감염자가 먼저 만졌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표준 소독제로 표면들을 주기적으로 닦으십시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고 지적했다. WHO 지침은 2021년 2월 현재까지도 그대로다.

<네이처>는 이어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역시 웹사이트에 "(매개체에 의한 전염은) 코로나19 전파에 흔한 일이 아님"이라고 하면서도 동시에 "여러 사람들이 함께 만지고 손이 닿는 곳이나 물건들은 자주 소독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적어 사람들을 헷갈리게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코로나19 전파의 주경로가 매개체를 통한 것이 아니라는 것은 그간 꾸준히 기사화 되어 왔다. 2020년 5월 21일 <워싱턴포스트>는 "바이러스가 표면이나 동물을 통해 '전염되는 일은 흔치 않다'라고 CDC 웹사이트는 말한다"라는 기사에서, 당시 코로나19의 주요 감염 경로는 공기를 통한 것이라는 CDC 지침을 소개하며,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주로 요양원이나 교도소, 크루즈 선박, 정육 공장 같은 곳에서 쉽게 전파되어 왔다는 점을 예로 들었다. 이런 장소들은 많은 사람들이 가까운 거리에서 살거나 함께 일하는 공간이라는 특징이 있다고도 설명했다.

같은 기사에는 국립 알레르기 및 감염질환 연구소의 바이러스 생태 분야 연구자 빈센트 문스터(Vincent Munster)와 한 인터뷰도 실렸다. 문스터는 연구실 실험을 통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종이상자에서 24시간까지 살아남고, 플라스틱과 금속 표면에서는 3일까지도 살아남는다고 보고한 실험 연구에 참여한 연구자이기도 하다.

이 연구는 여러 기사에서 인용되었지만, 기온이나 자외선과 같이 바이러스가 살아남는데 영향을 미치는 환경을 제한한 실험 결과라는 정보는 함께 전달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에 대해 기사는 "실험은 이상적인 상황에서 진행됐다"면서 전형적으로 바이러스는 숙주의 몸속에서 나온 뒤에 몇 시간 안에 분해되어 버린다는 문스터의 말을 소개한다. 

<뉴욕타임스>의 2020년 5월 22일 기사 역시, "표면은 코로나19가 전염되는 '주 경로가 아니다', CDC는 말한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버지니아텍의 에어로졸 연구자 린제이 마르(Linsey Marr)의 말을 인용했다. 

기사에 따르면 표면을 통해 바이러스 감염이 되려면 몇 가지 조건이 있어야 한다. 첫째 바이러스가 그 표면에 꽤 많은 양으로 오염되어 있어야 하고, 둘째 그 표면에 다른 사람의 손이 닿을 때까지 살아남아야 하고, 이 두 가지 조건이 갖추어져서 다른 사람의 손으로 옮겨가게 되더라도, 그 손 표면에서 다시 눈이나 입으로 가닿을 때까지 살아남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매개체를 통해 감염이 일어나는 데에는 (공기 전염보다) 더 많은 조건들이 충족되어야 하는 거죠"라고 마르 박사는 말했다. 공기 중의 전파는 이에 비해 1.8m 이내의 가까운 거리나 좁은 공간과 같은 조건이면 전파 조건이 충족된다.

그렇다고 코로나19가 매개체를 통해 전혀 감염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마르 박사의 말처럼 특정 조건이 충족된다면 우연히 매개체에 살아남은 바이러스가 감염시킬 가능성은 있다. 다만 그런 일이 흔하지 않다는 것이다.
 

<미국국립과학원회보>에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확진자 확인 이후 일본의 요코하마항 근처에 묶여 있었던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의 사례를 분석해 대부분 에어로졸 흡입과 같은 공기 중 전염이었다고 결론을 낸 연구가 보고되었다. ⓒ 미국국립과학원회보

 
표면 소독의 부작용

표면 소독을 지나치게 강조할 경우, 감염 경로 외에도 두 가지 문제점이 더 있다.

하나는 비용과 우선순위다. 표면이나 물건이 코로나19 감염의 매개체가 되는 일은 흔치 않은데 비해 일반 대중이나 기관들은 여러 표면과 물건들을 소독하는 데에 지속적으로 높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앞서 언급한 <네이처> 기사는 뉴욕시 교통당국이 2023년까지 매해 코로나19 관련 위생비용으로 쓸 돈을 3억 8천만 달러로 계산하고 있다고 인용했다. 철저하게 시험을 거친 공기 정화 체계를 도입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고 중요한데도 적용하기 쉬운 표면 소독에 자원이 집중되어 왔다는 것이다. 이를 조정해 불필요한 노력과 자원을 마스크 사용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일이나 더 효과적인 환기 시스템을 도입할 방안을 찾는 데에 쏟아야 하며, 일반인들에게도 방역의 중점을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 최신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기사는 주장한다. 

또 다른 문제는 환경이 오염되고 미생물들이 항생제 저항성을 갖는다는 것이다. 지난 1월 29일 <사이언스> "소독제가 항생제 저항을 퍼뜨린다"라는 제목의 기사는 방역에 사용되는 소독 약품들이 바이러스 살균에 적당한 수준 이상으로 남용되는 사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잔여량이 자연으로 흘러 들어가면 환경오염을 일으킬 뿐 아니라 미생물들이 항생제에 저항성을 갖도록 해, 코로나19 팬데믹에 이어 새로운 재난이 들이닥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소독제로 사용되는 제품들은 염소나 알코올 등 여러 화학 성분을 포함하는데, 이것이 자연환경에 노출되면 미생물들은 돌연변이를 통해 항생제 저항성을 키우게 된다. 바이러스는 숙주를 통해 번식하고 생존한다. 따라서 감염률이 낮아지면 개체 수도 줄어든다. 그에 비해 세균은 독립적으로 번식하고 살아갈 수 있고 세대에서 세대로 항생제 저항성 돌연변이를 축적해 나가게 된다. 세균이 항생제 저항성을 갖는 문제는 이미 오랫동안 제기되어 왔다. 따라서 지금 사용되는 소독 약품들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마스크를 쓴 시민들 2020.3.2 ⓒ 권우성

 
종합하면, 코로나19의 주요 감염 경로는 공기를 통한 것이라는 데이터가 모아졌으므로 우리 방역의 우선순위는 마스크 쓰기와 거리두기, 환기와 같은 것에 두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또한, 손 씻기와 같은 개인위생 습관을 철저히 하되 표면이나 물체를 통한 감염은 흔하지 않은 만큼 지나치게 자주 닦을 필요가 없을 뿐 아니라, 지나치면 오히려 환경오염이나 세균의 항생제 저항에 기여한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여러 기관이나 당국의 소독 관련 프로토콜은 필요 이상의 소독제를 사용하지 않도록 규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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