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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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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스플래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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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은 소띠 해라 '행복하소', '건강하소' 같은 새해 덕담 많이 들으셨죠? '소처럼 정직하고 근면하자'는 얘기도 많이들 했지요. '소처럼 우직하게'라는 말도 들어보셨을 거예요.

우직하게… 그건 '소(牛)+스럽게'라는 말이 아니랍니다. 주어진 일을 불평불만 없이 묵묵하게 해내는 사람들에게 우직하다고 하죠? 근데 '소 우(牛)' 자가 아니고요, '어리석을 우(愚)'에 '곧을 직(直)'이래요. 

원래 사전적 의미가 '어리석고 고지식하다'거든요. 소들은 묵묵히 밭을 갈고 달구지를 끌기도 했지만, 불평불만이 없는 게 아닌 것 같아요. 말을 못 할 뿐이고, 참도록 길들 만큼 유순한 편이기 때문이죠.

사람들은 소가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주기에 고맙다고 하지요. 그러나 저는 고맙다고는 못하겠고 죄스러운 마음뿐이네요. 소가 원해서 내어주는 게 아닌데 어찌 고맙다고 할까요. 그저 인간에게 남김없이 빼앗길 뿐이지요. 

아주 기본적인 존엄성조차 존중받지 못하고 모든 것을 빼앗깁니다. 젖소의 경우는 수차례 갓 낳은 송아지까지 빼앗기며 우유기계로 살다 죽습니다. 사실 젖소란 인간 입장에서 지은 이름이라, 저는 '우유 빼앗기는 소'라고 하고 싶네요.

인간중심적으로 그리는 동물 이미지

매해 띠 동물에 관심을 갖지만, 그들에 대해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요? 내가 아는 한에서만 자기중심적으로 대상을 파악하고 세상을 보려 하지 말고, 그의 처지에서 고민해보고 보이지 않는 세상에 대해서도 파보고 상상해보면 좋겠습니다.

캐나다 여행 중 가이드가 들판의 소를 가리키며 '스테이크'라 해서 매우 가슴이 아팠지요. 그 마음을 바로 표시했어야 하는데, 순간을 놓치고 카톡으로 가이드에게 전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요즘은 소를 고기로 많이 접하겠지만, 살아있는 소만큼은 생명으로 봐주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러네요. 소 이야기를 하자니, 먹는 얘기부터 해야겠습니다.

저는 '먹는 것이 나를 만든다'는 명제는 진실이라 여깁니다. 그런데 먹는 것이 나를 만들 뿐 아니라, 세상을 만들기도 합니다.

조천호 전 초대 국립기상과학원장은 JTBC <차이나는 클라스> 137회에서 말합니다.

"(온실가스는) 우선 사람이 없으면 가장 많이 줍니다. 육상 척추동물 중 사람이 차지하는 비율은 30%밖에 안 됩니다. 키우는 가축이 67%나 되고요. 야생은 단 3%입니다. 인간을 위해 97%가 있는 것입니다. 인구와 가축 숫자의 안정도 중요한 측면입니다. 

(중략) 채식도 큰 효과가 있습니다. 소가 배출하는 온실가스보다는 운송, 저장, 비료 등 다 화석연료가 필요한 부분입니다. 소고기 1kg를 위해 16kg의 옥수수가 필요합니다. 육식을 줄이면 농토도 덜 쓰고, 많은 화석연료를 줄일 수 있습니다."


정말로 축산은 그 양으로만 보아도, 사람이 지구에 주는 피해 중 가장 심각한 부분일 수도 있는데요. 가축들이 배출하는 메탄가스와 분뇨, 사료 재배로 인한 산림 파괴와 사막화, 그리고 농약, 항생제, 에너지, 물 등의 과다사용, 가축전염병을 이유로 한 대량몰살 등 문제가 너무도 많습니다. 

그러기에 기후변화 문제를 고민하는 사람들 중에 많은 이들이 채식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건강 관련 책들을 많이 본 사람들도 채식으로 결론을 내리는 경우가 많더군요.

'인도적으로 생산된 것으로' '가끔씩' '제값 주고' '조금씩' 먹기
 
제가 가본 소 농장 중에는 이렇게 소들이 똥늪에 푹푹 빠지는 곳에서 살게 하는 곳들이 꽤 있었습니다. 몇 달씩 치워주지 않습니다. 빗질을 해주기는커녕 무릎까지 빠지는 똥늪에서 똥을 덕지덕지 묻힌 채 살아가게 합니다. 늦가을, 날은 추운데 곧 출산을 앞둔 어미가 몸을 풀만한 마른 자리도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제가 가본 소 농장 중에는 이렇게 소들이 똥늪에 푹푹 빠지는 곳에서 살게 하는 곳들이 꽤 있었습니다. 몇 달씩 치워주지 않습니다. 빗질을 해주기는커녕 무릎까지 빠지는 똥늪에서 똥을 덕지덕지 묻힌 채 살아가게 합니다. 늦가을, 날은 추운데 곧 출산을 앞둔 어미가 몸을 풀만한 마른 자리도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 동물권행동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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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고기는 1kg 생산에 곡물이 16kg 든다(미국 농무부 경제연구소)고 했는데요. 1,350kg의 콩과 옥수수는 22명의 사람이 먹을 수 있지만, 소에게 먹이면 단 한 사람만이 고기와 우유를 먹을 수 있다고 합니다. 

소고기 1kg 위해 물은 또 15400L나 쓰인다(유네스코 산하 물환경교육기관)고 합니다. 소고기 1㎏을 안 먹으면, 2L 생수 7700병을 아끼는 셈이죠. (수돗물을 믿지 못해 생수로 연명하시는 분은 'DIY 정수기'라도 검색 주문해 설치하시길 권합니다. 값은 싸고, 품질은 고가의 정수기와 다름없거든요.)

게다가 소고기는 육류 중에서 메탄가스도 가장 많이 배출하므로 특히 적게 먹을 필요가 있는 거고요. 모든 동물성 식품들은 지구와 인체에 부담을 많이 주는 만큼, 안 먹으면 가장 좋지만 먹더라도 비교적 인도적으로 생산된 것으로, 가끔씩, 제값 주고, 조금씩 먹으면 좋겠어요. 계속해서 지금처럼 동물성 식품을 값싸게 많이 먹으려 한다면, 공장식 축산을 줄여가며 인도적이고 친환경적인 축산을 보편화하기가 힘드니까요.

친환경 농장이야말로 구제역, 조류독감 바이러스의 맥을 끊어주는 보루입니다. 지속가능한 축산의 한 축이었던 화성 산안마을의 닭들은 37년간 한 번도 조류독감에 걸린 적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최근에 그 건강한 닭들을 '예방적 살처분'이라는 명목으로 대량 살처분하는 비극이 있었습니다. 예방적 살처분하는 나라는 한국뿐, 이런 무차별 살생정책은 어렵게 일구는 자연친화적 농장들을 죽이고 결국 대규모 공장식 축산들을 키워주는, 무모하고 무자비한 정책입니다.

서울시나 수원시 등은 관내 채식이나 비건 식당들을 소개하고, 서울시와 각 구청, 그리고 대전 대덕구 등이 구내식당에 주 1회 '채식의 날'을 도입하기 시작했습니다. 학교에도 친환경농산물 급식에 이어 주 1회 정도 채식급식을 도입하는 교육청이 점차 늘어나고 있고요. 이러한데 정부가 앞장서서 채식의 필요성을 널리 알리고, 공장식축산을 억제하며 자연 친화적 중소 농장들을 적극 지원하는 정책을 펼쳐야 합니다.

1. 새해에는 소들이 '똥늪'이 아니라 보송보송한 바닥에서 살게 해주세요
 
산청청정골축산영농조합법인에서 운영하는 유기농 축산 농장입니다. 이 축사의 바닥들은 보송보송했고요. 소들을 교대로 우사 바깥으로 내보내 운동을 할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산청청정골축산영농조합법인에서 운영하는 유기농 축산 농장입니다. 이 축사의 바닥들은 보송보송했고요. 소들을 교대로 우사 바깥으로 내보내 운동을 할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 동물권행동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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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뇨를 퇴비화하면서도 쾌적하고 친환경적이며 냄새도 잘 나지 않게 잘하고 계신 분들이 있습니다.

2. 새해에는 소들이 운동 못 하게 하려고 묶어놓은 짧은 줄을 풀어주세요
 
많은 소들이 짧은 줄에 묶인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마블링이 많은 꽃등심을 만들기 위해 운동을 막습니다.
 많은 소들이 짧은 줄에 묶인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마블링이 많은 꽃등심을 만들기 위해 운동을 막습니다.
ⓒ 동물권행동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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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비자들은 학대로 만든 꽃등심을 찾지 말아 주세요. 소들이 옴짝달싹하기도 어렵게 묶어놓아서 살에 마블링이 많아지게 한 것이거든요. 건강에도 매우 좋지 않습니다.

소수지만, 찾아보면 동물복지를 고려하여 좋은 환경에서 가축을 키우는 분들도 계십니다. 동물성 식품들은 먹더라도 '비교적 인도적으로 생산된 것으로, 가끔씩, 제값 주고, 조금씩' 먹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지요? 

이런 농장을 찾아서 고기를 택배로 받아 소분하여 냉동해 두었다가 가끔씩 드시면 좋지 않을까요? 이렇게 좋은 농장 제품에 관심 갖고 윤리적 소비를 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져야, 이런 농장들이 늘어나고 공장식 축산이 줄어들 수 있어요. 그렇게 동물성 식품 소비를 줄여가며 채식에 대한 공부도 하면서 동물성 식품을 먹지 않는 것에 대해서도 고민해보시면 좋겠습니다

'짧은 줄' 얘기하니 시골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개들이 생각나네요. 개들도 1m 줄에 묶어 키우면 안 되고 산책은 꼭 필요합니다. 제가 이웃 개들을 대신 산책시켜주기도 하는데, 하고 나면 마음 후련하고 확실히 운동 되는 아주 좋은 일입니다.

3. 새해에는 동물들에게 무리한 훈련을 시켜 억지로 싸움을 하게 하는 일을 그만둬주세요

누구든 원치 않는 싸움을 하게 하는 것은 학대입니다. 학대행위를 구경하고 즐기는 것은 내 정서와 자녀의 인성을 해치는 일입니다. 소싸움은 우리가 이어가야 할 자랑스러운 전통이 결코 아닙니다.

4. 새해에는 키우는 동물들이 춥지 않게 해주세요
 
북향 빈터에 묶여 사는 개와 염소입니다. 염소는 여기저기 풀을 뜯어먹게 하려는 건지 종종 우리쪽에 매놓는 줄을 풀어놓아 주긴 합니다. 개들만 추운 게 아닐 것 같아, 송아지옷을 구해 이 염소에게도 입혔어요. 그러자마자 진안의 15마리 염소 동사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북향 빈터에 묶여 사는 개와 염소입니다. 염소는 여기저기 풀을 뜯어먹게 하려는 건지 종종 우리쪽에 매놓는 줄을 풀어놓아 주긴 합니다. 개들만 추운 게 아닐 것 같아, 송아지옷을 구해 이 염소에게도 입혔어요. 그러자마자 진안의 15마리 염소 동사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 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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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위적으로 사육되는 가축들은 적정온도를 유지해줄 필요가 있는데, 한우나 육우는 10~20℃, 젖소는 5~20℃라고 합니다. 적정온도를 유지 못 하면, 가축은 스트레스를 받고 식욕과 면역력이 떨어지며 새끼는 발육 부진이나 질병으로 죽음에 이를 수 있어요. 

그래서 옛날에는 겨울에 큰 소에게도 가마니처럼 짠 덕석을 등에 덮어주고, 여물을 따뜻하게 끓여주었지요. 그러다가 헌 옷이나 이불을 씌워주기도 했는데, 요즘은 여러 크기의 패딩 방한복이 판매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 때문이라고 하죠? 이례적으로 올해는 겨울에 한파가 아주 길게 이어지는 현상이 나타났는데, 진안에서 추위로 염소가 15마리나 죽었다는 소식 들으셨나요?

특히 추울 때는 이웃의 동물들을 살펴봐 주세요. 개나 가축의 방한복을 구하기 어렵지 않아요. 올겨울에 저는 우리집에서 제일 가까운 곳에 묶여있는 두세 마리 개들만 옷을 입혀줄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너무 춥다보니 자꾸 다른 아이들도 생각이 나는 거예요. 그래서 옷을 선물한 친구들이 염소 포함 16마리까지 늘어나게 되었네요. 겨울이 갈 때까지 녀석들이 옷을 잘 입어주고, 봄이 되면 보호자분들이 옷 벗겨서 잘 빨아 보관해주시고, 저는 다음 겨울에 더 많은 동물들에게 옷을 입혀줄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합니다.

우리는 남을 이용하기보다 배려하고 도우면서 더 행복하고 건강해질 수 있어요. 2021년 우리 모두 소처럼 남에게 피해주지 말고 온유하게 살되, 세상에 잘 보이지 않는 부분들도 관심갖고 고민하며 길을 찾아가면 좋겠습니다.

태그:#소띠해, #띠동물, #동물복지, #꽃등심, #소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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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모든 생명들과 더불어 평화로운 숨을… 사람과 동물의 관계를 모르고, 인권,생명,생태란 시대적 화두를 풀어갈 수 있는가? ♥ 좋아하는 문구 : 세상을 본다 = 다른 이들의 아픔을 느낀다/ 단순한 거짓말, 복잡한 진실/ 특이성을 생산해 배치와 관계망을 바꿔나가기/ 소수자되기는 성공주의와 승리주의의 해독제/ 더불어 숨쉬고 더불어 자라기/ 분자혁명. 나비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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