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겨울 서울의 한 다세대 주택. 주차선을 무시하고 차를 삐딱하게 주차하거나, 주차 공간 두 칸을 차지하는 등 무려 4대의 고급 승용차로 주차갑질을 해 입주민들을 불편하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그런데 단순히 '주차갑질'인 줄 알았던 이 사건의 이면에는 또 다른 범죄가 숨어 있었다. 바로 '렌트 사기'. 이 차량 중 1대가 본인의 차라며 '렌트 사기'를 주장하는 피해자가 나타난 것이다.

간단하게 요약하면 이렇다. 주차 갑질을 한 차주의 신상은 치킨맨. 그는 각종 범죄혐의를 받고 있는 유튜버 빅보스맨 김씨의 오른팔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빅보스맨 김씨는 지인들에게 캐피탈을 통해 고급차량을 구입해 렌터카 사업을 하려고 하니, 명의를 빌려달라고 했다. 물론 매달 나오는 차 할부금과 대출금의 1%를 수익으로 돌려주겠다는 약속이 있었다. 그러나 몇달 후부터 통장으로 들어오던 차 할부금과 수익금이 들어오지 않았고, 자신 명의의 차량이라도 돌려달라는 피해자들의 요청도 묵살됐다. 이런 식의 피해차량만 105대.

이 과정에서 빅보스맨과 경찰 사이의 수상한 유착 의혹도 나온다. 많은 피해자가 발생했지만 빅보스맨이 처벌받은 건 2019년 여객운수법 위반 하나 뿐. 벌금은 500만 원이 전부였다. 이에 대해 남양주경찰서는 공문을 통해 2019년부터 현재까지 총 20건의 고소사건이 접수됐고 그 중 16건이 종결됐다고 알려왔다. 물론 원칙에 따라 수사했다는 답변이었다. 어떻게 된 걸까.   

지난 16일 MBC < PD수첩 >에서는 주차 갑질 사건을 통해 수면 위로 드러난 렌트 사기를 추적하는 '슈퍼카와 꾼들' 편을 방송했다. 취재 이야기를 듣고자 방송 다음 날인 17일 '슈퍼카와 꾼들' 편을 취재한 박미소 PD를 전화로 만났다.
 
 <PD수첩>의 한 장면

의 한 장면 ⓒ MBC

 
다음은 박 PD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지난 16일 방송된 < PD수첩 > '슈퍼카와 꾼들'편을 취재하셨잖아요. 이게 많이 알려진 사건인가요?
"커뮤니티 '보배드림' 사이트에서는 굉장히 이슈가 되었던 사건이고 자동차 관련된 업계에 종사하시는 분들은 많은 관심 가지고 봤던 사건이에요."

- '슈퍼카와 꾼들'편은 법망에 걸려들지 않는 개인 렌트 사기의 실체를 추적한 거잖아요. 어떻게 취재하게 되었어요?
"제가 MBC <실화탐사대>에서 주차 갑질 아이템 진행하면서 그 뒤에 숨겨져 있던 사건들을 알게 되었고요. 주차 갑질 사건으로 인해 묻혀 있던 사건이 수면 위로 나오게 된 거예요. 그래서 <PD수첩>에서 취재하게 된 거죠."

- MBC <실화탐사대>에서 서울 다세대 주택의 주차갑질 논란이 방송으로 나가고, 그 방송을 본 실제 차주가 연락을 해 온 건가요?
"아니요. 방송을 보고 연락한 게 아니라 그 주차 갑질 취재하면서 알게 된 거예요."

- 처음에 이 문제 들었을 때 어떤 느낌이었어요?
"많이 모르는 세계이다 보니까 좀 더 알아봐야 되겠다는 생각을 했죠. 많은 문제가 있었는데 아직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도 않고 지속되고 있었다는 게 충격적이었습니다."

- 처음에 어디부터 접근했어요?
"처음 시작은 주차갑질이었어요. 그런데 그 갑질 차량의 실제 차주가 나타난거고요. '갑질남'은 실제 차주가 아니었던거죠. 어떻게 된 것인지 실제 차주에 물으니 렌트 사기를 당한 거라고 설명했어요. 그리고 그 이면에 경찰 유착과 빅보스맨, 조직간 갈등 등 여러 사건이 거미줄처럼 얽혀있었죠. 일단 피해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어요."

- 방송에 나오는 '빅보스맨'은 어떤 인물인가요?
"방송에도 나왔듯이 이미지가 센 조직의 수장이죠. 그러니까 위압감과 다소 무섭다는 표현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 빅보스맨이 렌터카 사업 한 건 맞나요?
"렌터카 사업을 했던 건 맞는데요. 사실상 하는 척을 했다는 표현이 정확할 거 같아요."

- 이게 정확하게 사기인가요. 아닌가요?
"글쎄요.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사기라는 의견인데, 사기가 성립되는 요건을 증명하기 힘들다고 하더라고요. 법률적으로 기만의 행위로 인해서 부당하게 이익을 편취할 경우 사기 사건이 성립되는데, 그걸 다 밝히기 힘든 구조예요. 피해자의 시선에서는 분명 사기가 맞지만, 법률적으로 따져봤을 때 사기가 될 요건을 갖추기 힘든 부분이 있는거죠."

- 법적으로 어떻게 못하나요?
"네. 거의 사기죄의 경우 무혐의로 풀려나요. 여객운수법 위반으로 벌금형 정도로 끝나버리는거죠."

- 벌금이 400~500만 원이라던데, 너무 적은 거 아닌가요?
"네. 당연히 금액도 적고 처벌 수위도 낮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계속 발생하는 것 같아요. 피해자는 어디가서 구제도 받지 못하고, 우후죽순으로 이런 형태가 계속 생기게 되는 거죠. 저희는 이 부분이 문제라고 생각을 하고, 이 사기 형태의 사업을 어떻게 하면 근절할 수 있을지 고민했어요. 그리고 방송에서 설명했듯이 유사수신 범죄혐의를 찾은거죠. 다른 법을 적용해서 이 사업 형태가 범죄라는 인식이 생기면 피해를 좀 막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의도로 방송했던 거죠."

- 유사수신 행위라는 게 뭐죠?
"금융당국 허가 없이 원금보장이 되고, 일정한 금액의 지속적인 이자를 지급한다고 하면서 돈을 모으는 행위를 유사수신 행위라고 해요."

- 명의를 빌려주는 건 문제 없나요?
"이게 빅보스맨이 법망을 빠져나가려고 만들어놓은 형태인 거예요. 피해자들이 자기 이름으로 차를 할부로 구매하고, 그 차량을 빌려주는 거기 때문에 사실상 명의를 빌려주는 건 아니에요. 그런데 사기꾼들이 '처음부터 명의만 빌려달라 넌 아무것도 안 한다, 이 명의로 차를 그냥 구입을 하는 거다'라고 했죠. 명의만 빌려주면 된다고 함으로써 피해자들을 공범으로 엮는거죠. 피해자들이 나중에 '사기가 아니냐'라고 했을 때 '너도 명의 빌려줬잖아. 그래서 너도 같이 공범이 될 수 있어'라고 말이죠."

- < PD수첩 >이 확인한 피해 차량이 105대인데,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나요?
"105대는 GPS가 달려있는 차량 명단이에요. 실제로 피해자들 만났을 때 그 명단에 자신의 피해 차량이 없는 사람도 있었어요. 그러니까 그 차량보다도 좀 더 있는 거겠죠. GPS를 달아놓지 않은 사람들도 많으니까. GPS가 달려 있는 차량만 105대였고 GPS가 달려 있지 않은 차량도 있기는 있죠."

- GPS를 차량에 왜 달았을까요.
"방송에서도 나왔다시피 두 가지 이유가 있어요. 처음에 피해자들한테 사업을 하자고 설명하면서 '여기 GPS가 다 달려 있다. 내가 만약에 돈을 너한테 입금시키지 않으면 이 GPS로 위치를 아니까 네가 차 그냥 가져가서 팔면 되지 않냐'라고 안심시킨거죠. 두 번째는 명의 빌려준 지인들의 차를 제 삼자에게 돈을 받고 대포차로 넘기고 수익을 챙겨요. 그리고 그 넘긴 차량의 GPS를 확인해서 다시 차를 몰래 훔쳐와요. 그 과정들을 계속 한 3, 4번 해요."

- 방송 보니 해외로 나간 차도 있는 것 같아요.
"네. 아마도 그런 거 같아요. 저희가 실제로 만난 사람 중에서도 해외 밀수출하는 사람도 있었어요. 대포차로 돌리다가 차주가 운행을 정지시키면 차 운행을 더이상 못하니까 해외로 파는거죠. 아니면 부품을 다 분해해서 팔아버리거나. 사실상 차량의 행적을 더이상 찾을 수 없는거죠."

- 피해자를 많이 만나셨는데 어떠셨어요?
"사실상 좀 나뉘는데요. 피해자 중에도 처음에는 피해자였지만 가해자로 바뀌는 사람도 있고 정말로 속은 사람도 있어요. 그런데 다들 너무 쉽게 고정적으로 수입을 얻는다는 유혹에 넘어갔다고 후회를 하시더라고요. 사기를 당한거지만 처벌이 이루어지지도 않고 구제되지도 않고 오히려 자신이 공범이 되거나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아야 하니까 괴롭죠. 악순환이 반복되는 거죠."

- 취재하며 느낀 점이 있을까요?
"생각보다 이 분야가 알려지지 않았더라고요. 자동차 시장과 구조적인 문제점들을 들여다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부분들이 많아요. 비싼 고급 차 하나로 많은 이익구조가 얽히고설켜 여러가지 방식으로 부당이익을 취하는 사람이 많은거죠. 이런 악순환이 계속되지만 자정작용도 없고 처벌도 미흡해요. 좀더 관심을 갖고 들여다 볼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해요."
박미소 PD수첩 슈퍼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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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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