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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하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을 줄이야.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주식하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을 줄이야.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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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싸, 올랐다!!"

스마트폰을 보고 있던 직장 선배가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뭔가 했더니 주식이었다. 주식 주가가 오른 걸 보며 싱글벙글 웃고 있는 선배에게 내가 물었다. 

"주식 하시나 봐요. 요즘 주식 어때요? 사람들 많이 하는가요?"

선배는 '이렇게나 세상 물정을 모르는 사람이 다 있나' 하는 듯한 표정으로 나를 보며 말했다. 

"많이 하지. 내 주위에 주식 안 하는 사람 한 명도 없다."
"진짜요?!"


과연 주식하는 사람이 실제로 그렇게 많은지 궁금했다. 틀린 말이 아니라는 걸 아는 데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다른 부서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에게도 물어보니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대부분 주식에 투자하고 있었다.

직장 사람들뿐만이 아니었다. 친구들도 주식 하나 정도는 가지고 있었다. 직장 선배의 말처럼 주위에 주식을 안 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거짓말을 조금 보태면 나 빼고 다 하고 있는 게 바로 주식이었다. 

주식하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을 줄이야

각종 매체에서 주식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들어봤어도 이렇게 내 주위에서 직접 목격을 하니 신기하기도 하고 의아하기도 했다. 왜냐하면 그동안 주식은 인생을 망치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주식으로 삶이 황폐해진 사람을 많이 봐왔던 터라 주식은 무조건 나쁜 거라고만 생각했는데 너도 나도 주식을 하는 걸 보면서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았다. 

주식만큼이나 부동산에 투자하는 사람도 많았다. 언젠가부터는 어느 회사 주식이 좋다더라, 어느 지역 아파트가 많이 올랐다더라 등과 같은 대화가 일상이 되었다. 주식과 부동산으로 돈을 많이 벌었다는 사람들의 얘기가 심심찮게 들려왔다.

은행에 대출을 해가면서까지 투자한 주식이 몇 배가 올라 몇 천 만 원의 돈을 벌었다는 사람도 있었고 부동산 투자를 하여 하루 아침에 1억~2억의 시세차익을 남긴 사람도 있었다. 
 
다 하는 주식을 나만 안 한다는 사실에 나는 불안했다.
 다 하는 주식을 나만 안 한다는 사실에 나는 불안했다.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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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로 돈 번 사람들을 볼 때마다 나는 불안했다

주식과 부동산에 투자해 로또 맞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라 생각했다. 나는 투자에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치킨값 정도의 돈부터 억 단위까지의 돈을 버는 사람들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다들 투자해서 돈을 그렇게 많이 번다는데, 나도 따라서 시작해야 하는 걸까?'

불안했다. 다들 하는 투자를 나만 안 하고 있자니 왠지 남들에게 뒤처지는 것 같았다. 투자해서 억 소리나게 돈 버는 사람이 그렇게 많은데도 투자를 하지 않는 내가 바보처럼 느껴졌다. 투자에 관심조차 가지지 않는 내가 우둔해 보였다.  

이런 불안감, 꼭 나만 느끼는 건 아닌 것 같았다. 최근 젊은층 사이에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빚투(빚내서 투자) 열풍이 거세다는 내용의 신문기사를 읽은 적 있었다. '주변에서 주식으로 얼마 벌었다는 얘기를 들으면 나만 뒤처지는 것 같다', '주식을 안 하면 손해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주위에서 워낙에 '돈!돈!' 하는 얘기를 많이 하길래 재테크 책을 여러 권 읽으며 돈공부를 해 보기도 했다. 저축도 하고 가계부도 쓰며 알뜰히 생활해 봤지만 오래 가지 못했다. 돈이 있어도 딱히 쓸 데가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물욕이 없다. 돈을 모아서 무엇을 하겠다는 목표가 없으니 투자나 재테크를 공부해도 금세 싫증이 났다. 

돈에 관심이 없으면서 남 따라 억지로 투자를 하는 건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제대로 공부해서 투자해도 잃기 쉬운 게 돈인데 돈에 무관심한 사람이 투자를 하면 결과는 뻔하다고 생각했다. 

삶에 균형을 잡게 된 계기

그럼에도 불안한 마음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았다. 다른 사람 이야기에 휘둘리지 말자고 마음을 먹다가도 돈을 많이 벌었다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혼란스러웠다. 그러던 찰나에 내 고민을 어느 정도 해소해주는 한 스님의 말씀을 듣게 되었다. 

"수행자는 이런 세속적인 문제에 너무 염려하지 마세요. 여러분이 '적게 먹고, 적게 입고, 적게 쓴다' 이런 관점만 갖고 있으면 아무 걱정을 안 해도 됩니다. 그러니 마음을 푸근하게 가지세요."

"굳이 뭘 해보고 싶다면 한 번 해보세요. 단, 그것은 도박과 같은 것이니까 잃어도 결과를 감수하겠다는 각오가 있어야 합니다. 돈을 다 날리고 나서도 손을 탁탁 털면서 '재미있었다!' 이렇게 말할 수 있으면 해도 돼요. 그렇지 않다면 이런 건 쳐다보지 말고 일상적인 삶에 충실하는 게 좋습니다."


적게 먹고, 적게 입고, 적게 쓴다는 생각으로 살면 된다는 말이 너무나 와 닿았다. 소박한 삶은 평소 내가 실천하고 있는 삶이기도 했다. 하던 대로만 꾸준히 이어가면 될 것 같았다.

스님의 말씀을 듣고 어느 정도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그것은 자기위안이나 합리화가 아니었다. 삶에 균형을 찾은 듯한 안정감이었다. 내가 투자를 해서 돈을 번다면? 딱히 쓸 데가 없다. 반대로 돈을 잃는다면? '재미있었다' 하고 시원하게 털어낼 자신이 없다. 그렇다면 결론은 하나다. 일상에 충실하기. 
 
나는 나에게 투자하기로 했다.
 나는 나에게 투자하기로 했다.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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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현명한 투자는 나 자신에게 하는 것

누군가는 '돈이 얼마나 중요한데 돈 공부를 안 하겠다고?'라며 어이없다는 듯이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돈은 중요하다. 하지만 돈이 반드시 행복을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돈이 많을수록 행복하다면 나도 한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아등바등 하겠지만, 돈과 행복이 정비례가 아닌 반비례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돈은 너무 없어도 문제지만 너무 많아도 문제다. 나는 돈의 노예로 살고 싶지 않다. 내 삶의 주인으로 살길 원한다.

나는 배우고 탐구하고 사유함으로써 성장하는 데에서 삶의 가치를 발견한다. 그래서 글을 쓴다. 책을 읽는다. 읽고 쓴 것을 사람들과 공유한다. 고인물이 되지 않기 위해 자격증 취득, 한자 공부, 국어문법 공부, 대학교 재학 등 끊임없이 공부하고 있다.

건강한 신체를 만들기 위해 걷기, 스트레칭, 복싱 등 운동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그렇게 나에게 투자하며 산다. 당장은 돈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밥이 생기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내가 행복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투자라 생각한다. 

누군가는 돈에 관심 없다고 말하는 나를 두고 '바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괜찮다. 돈 잘 버는 똑똑이들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나 하나쯤은 바보로 살아도 괜찮으니까. 작은 것에 감사할 줄 아는 소박한 바보로 살아야겠다고 오늘도 다짐해본다. 

태그:#주식, #부동산, #투자, #성장,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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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씁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저만의 생각과 시선을 글에 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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