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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 한 분이 요양원으로 가셨다. 치매 환자인 어르신은 주간보호 서비스를 이용하는 낮시간을 제외하고 남편의 돌봄을 받으며 집에서 생활해오셨다. 그런데 일년 사이에 병세가 급격히 악화되면서 병수발과 돌봄이 한계에 이르자 자녀들이 요양원 입소를 결정했다.  

노인복지시설 종사자로서 이런 순간을 목도할 때마다 안타까움과 무기력함을 느낀다. 어쩔 수 없다는 체념과 함께 '우리가 어르신을 좀 더 잘 케어했더라면 집을 떠나지 않아도 됐을까?' 하는 자책도 든다.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전쟁과 가난을 겪으며 오로지 가족을 위해 자신을 희생해온 어르신의 고단했던 삶을 생각하니 공허한 슬픔이 밀려온다. 

누구나 살던 집과 익숙한 동네에서 생의 마지막까지 안전하고 존엄하게 살기를 원하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는 지독한 현실이 있다. 주간보호센터에 오시는 어르신 대부분은 요양원 입소를 사망 선고와 다름없이 받아들인다. 어떻게든 살던 집에서 지금처럼 살다가 가족들 고생시키지 않고 조용히 가고 싶다고 하신다. 

치매와 각종 노인성 질환을 복합적으로 앓고 있는 고령의 어르신들의 삶은 불안하다. 입퇴원이 반복되는 과정에서 적절한 돌봄이 동반되지 않을 경우, 건강은 가파른 하강곡선을 그리면서 악화된다. 가족의 병수발 부담이 높아질수록 가정은 불화와 고통을 겪는다. 병든 노모를 보살피다 견디지 못해 '간병 살인'을 하고 자신도 목숨을 끊는 사연들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요양과 돌봄이 필요한 어르신이 이용할 수 있는 노인복지 서비스는 충분하지 않다. 주거 환경의 정비, 돌봄을 지원하고 조력할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의 연계, 마을의 관심과 보살핌, 인간적인 관계망의 유지 등 갖추어야 할 조건들도 만만치 않다.
  
 책 <케어>
 책 <케어>
ⓒ 시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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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소개하는 책은 '돌봄'의 본질에 대한 깊은 사유와 통찰을 제공한다. '사람이 사람을 돌본다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은 '돌봄'이 얼마나 인간답고 가치있는 행위인지를 일깨워준다. 보건의료복지 정책을 입안하는 데서도 돌봄의 가치는 재평가되고 중요한 비중으로 반영되어야 한다. 

사람을 '돌본다'는 것

정신과 의사이자 치료와 간병을 연구해온 의료인류학자이기도 한 아서 클라인먼은 치매에 걸린 아내를 10년 동안 간병했다. 책 <케어>는 치매 환자인 아내를 돌본 10년간의 기록이며, 이를 통해 한 인간으로서 자신이 겪은 변화와 성숙에 관한 이야기다. 

클라인먼은 어느날 아내 조앤이 '불길하고도 미묘하게' 치매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는 믿을 수 없으나 엄연히 벌어진 현실 앞에서 긴 돌봄의 시간에 적응해 간다. 조앤은 기억력 상실로 가족을 알아보지 못하고 섬망 증세를 보이며 폭력적으로 행동하는 등 점점 상태가 나빠져 간다. 비논리적이고 예측불가능하고 발작적인 치매의 증세들이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돌봄이 필요한 모든 순간에 성공과 실패, 희극과 비극, 환희와 고통이 쉼 없이 교차한다. 
 
돌봄은 모든 인류에게서 볼 수 있는 가장 보편적인 행위이며 그와 동시에 가장 무겁고 좌절을 안겨주는 행위다. 우리안의 인간애를 온전하게 깨닫게 하는 실존적 행위이기도 하다. 돌봄의 미천한 순간들, 즉 이마의 식은땀을 닦아주고 더러워진 시트를 깔고 짜증을 달래고 마지막 순간에 사랑하는 사람의 볼에 키스할 때 내 안의 가장 훌륭한 나의 모습이 구현된다. 돌보는 사람과 돌봄을 받는 사람에게도 일종의 구원이 찾아온다. (16쪽)
가장 지독한 조건의 돌봄에서도 돌봄은 상호적이다. (92쪽)

주간보호센터 어르신 중에는 똥오줌에 절은 기저귀를 하고 오시거나, 화장실로 가기도 전에 대소변 실수를 하시는 분도 있다. 우리는 창피해하는 어르신을 안심시키고 자존심이 다치지 않게 배려하면서 조용히 목욕탕으로 모시고 간다.

누구나 다 그럴 수 있다며 전혀 문제 될 것 없다는 듯이 기저귀를 벗기고 씻겨드리고 새 옷으로 갈아입히는 과정이 자연스럽다. 어르신도 순조롭게 케어가 진행될 수 있도록 협조하면서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신다. 

'돌봄'은 상호작용이다. 돌봄은 일방적이지 않고 호혜적이다. 돌봄을 주고받는 이의 관계 속에서 만들어지는 삶의 과정으로 이해한다. 돌보면서 함께 살아가는 과정을 통해 이전보다는 더 나은 사람, 좀 더 인간적인 사람이 되어가는 것이다. 

돌봄은 그런 '미천한' 순간이 얼마나 안쓰럽고 인간적이고 보편적인지 일깨워 주는 것 같다. 나는 어르신들을 통해 인간성을 상실하지 않으면서 존엄하게 늙어간다는 것이 혼자만의 힘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늙어갈수록 신체적, 인지적 기능이 쇠약해지고 병에 걸리고 다른 이의 보살핌 없이는 정상적으로 살아가기 어려워질 것이다. 배설하는 것조차 내 의지로 조절되지 않는 지경에 이르러서도 인간다움을 잃지 않으려면, 나의 존엄을 지켜줄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의료복지체제가 간과하는 문제들
 
 치매가 진행될수록 점점 자립능력을 상실하게 된다.
 치매가 진행될수록 점점 자립능력을 상실하게 된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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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들은 치매가 진행될수록 점점 자립능력을 상실하게 된다. 혼자서 외출을 하거나 물건을 살 수 없고, 계절에 맞게 옷을 골라 입지도 못하며,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기도 하고 더 심해지면 음식물을 씹어 삼키기도 어려워진다. 환각, 환시, 중얼거림 등 망상 증세를 보이거나 갑자기를 화를 내기도 하고 베갯속을 다 헤집어 놓는 등 행동장애를 보인다. 

치매는 완치가 거의 불가능하다. 한번 시작되면 계속적으로 나빠진다. 치매 진단을 받으면 약물적, 비약물적 접근을 통해 증상이 악화되는 것을 최대한 늦추면서 관리해야 한다. 치매 환자를 케어할 때는 비약물적 접근을 우선시하고 약물적 접근을 보조적인 수단으로 삼는다. 비약물적 접근이란 치매 환자의 인지기능 퇴화 속도를 늦추는 다양한 치유 회복 프로그램, 친절하고 따뜻한 태도, 관계를 통한 돌봄, 심리적 정서적 안정과 지지 등이다. 

치료보다는 '간병'이 중요하다. 어쩌면 꽤 긴 시간이 걸릴지도 모르고, 환자의 건강 상태나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간병이다. 간병은 환자의 치료와 예우에도 큰 작용을 하는 중요한 문제다. 의사이기도 한 저자는 "의료전문가들은 간병과 돌봄에 너무나 무심하다"(40쪽)며 "의사들은 실질적인 지식뿐만 아니라 도덕적 지혜를 익혀야 한다"(187쪽)고 지적한다.
 
미국에선 의료보험을 주제로 한 국가적 토론이 수시로 열리지만 어느 누구도 돌봄의 가치나 성질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는다. 언제나 이야기하는 건 재정, 정치, 의료보험 시스템, 그리고 보험과 진료에 미치는 영향 등이고 정작 어떤 돌봄을 제공해야 하는지에 대해 심도 깊게 토론하려는 이는 없다. 돌봄에서 가장 중요한 인간적인 경험을 기준으로 돌봄의 질과 돌봄의 결과를 이해하려는 시도는 적다. (143쪽)

한국의 현실도 미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는 한국에서 돌봄의 필요와 수요가 높아지고 있으나, 돌봄 노동은 그만한 대우를 받고 있지 못하다. 돌봄에 대한 태도는 의료 및 복지 정책의 수립과도 연관을 갖는다. 모든 의료 복지 돌봄 서비스가 사람과 사람의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책 논의가 '서비스 전달 체계 개편'에만 집중되는 점은 늘 아쉽다. 

돌봄의 중요한 가치가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돌봄 노동이 대우받으며 돌봄을 주고받는 행위가 보편적이고 자연스러운 과정이 되어야 한다. 저자의 말처럼 "돌봄은 사회적 고통과 역사적 변화라는 실제 위협에 대응하며 이 사회를 유지하고 발전시켜 온 방법"(152쪽)이기 때문이다. 

케어 - 의사에서 보호자로, 치매 간병 10년의 기록

아서 클라인먼 (지은이), 노지양 (옮긴이), 시공사(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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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시골 농촌에서 사려깊고 유쾌하고 유능한 동료들과 함께 마을교육공동체 활동을 하고 있다. 좌충우돌하는 마을학교를 운영하면서 날마다 협동의 위력을 실감하고 있다. 작지만 커다란 변화는 '그렇게' 만들어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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