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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보 상류에서 떠오른 가창오리들이 왕진교를 향해 이동하고 있다. ⓒ 조수남

백제보 상류에 가창오리가 찾아들었다. 4대강 공사와 함께 사라진 지 12년 만에 다시 찾은 것이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적색자료목록에 수록돼 보호받고 있는 가창오리가 찾은 백제보 인근에는 사진을 찍기 위해 몰려든 차들이 넘쳐났다.
 
18일 4대강 사업 구간의 모니터링을 위해 금강을 찾았다. 세종보와 공주보를 돌아보고 오후 2시경 충남 부여군 백제보 상류 왕진교 다리 위에서 상·하류 사진을 담기 위해 차에서 내리던 순간 강물에 떠 있는 한 무리의 새들이 보였다. 300m 이상 거리를 두고 있었지만, 직감적으로 가창오리임을 알았다.
 
망원렌즈 카메라로 확인해보니 4대강 사업과 함께 흔적을 감추었던 가창오리다. 물 위에 모여 있는 무리로 보아 어림잡아 2~3만 마리 정도는 되는 듯했다. 왕진나루터 하중도 부근 백제보 수문개방으로 드러난 작은 모래톱에 1~2만 마리 정도가 앉아 있는 것까지 합하면 총 3~4만 마리 정도로 보였다.
 
가창오리 주변에는 가마우지와 다른 오리들이 무리 지어 있다. 강변에 앉아 있던 왜가리 백로가 이따금 날아오르는 평화로운 모습이다. 그러나 맹금류인 흰꼬리수리와 쇠황조롱이, 참매가 기류를 타고 활공할 때면 긴장한 가창오리들이 일시에 무리 지어 이동했다.

4대강 사업 전에는 흔하게 보던 겨울 철새
 
가창오리는 세계자연보전연맹 적색자료목록에 취약종(VU)으로 분류된 국제보호조이다. 무리를 지어 막 떠오른 가창오리. ⓒ 조수남
 
청양군 청남면 중산리 부근과 왕진교 다리 위쪽 수질오염 상시 감시초소 부여측정소 부근에도 사진작가들이 카메라 삼각대를 받쳐놓고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조급한 사람들이 이른 시간부터 강변 모래톱까지 내려가 카메라를 세우고 자리다툼을 벌이면서 놀란 가창오리들이 한꺼번에 떠올랐다.
 
세 무리로 쪼개진 가창오리는 인적이 없는 백제보 가까운 곳으로 이동하고 다른 무리는 청양군 산 능선을 타고 사라졌다. 간간히 배고픈 새들은 무리로 떠나기도 하면서 3~4만 마리 정도의 가창오리가 순식간에 반 토막 나고 1~2만 마리 정도로 줄어들었다.
 
4대강 사업 전 겨울이면 이곳에서 흔하게 보던 겨울 철새다. 2009년 4대강 공사 당시 소음과 지형변화로 인해 간혹 1~20여 마리 정도가 확인된 적은 있지만, 이처럼 큰 무리로 확인된 것은 12년 만이다. 지난해 12월 세종보 인근에서 6마리의 가창오리가 확인된 이후 최대 규모다.
     
군산에서 가창오리 사진만 전문적으로 찍는 조수남 작가가 기자의 연락을 받고 도착했다. 조 작가는 "지난 겨울에 눈도 많이 오고 날씨가 추워서 금강하구를 찾았던 무리가 고창과 영암을 걸쳐 지금은 왔던 곳으로 돌아가기 위해 천수만에 가 있는데 이곳에 한 무리가 떨어져 있는 줄 몰랐다"며 서둘러 카메라를 들고 강변으로 내려갔다.

"자연생태계가 조금씩 회복되고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
 
오후 6시가 넘어들면서 강물위에 앉자 있던 가창오리들이 일시에 떠오르고 있다. 멀리 보이는 구조물이 4대강 사업으로 건설된 백제보다. ⓒ 김종술
  
새 박사로 통하는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4대강 사업 전에는 무리를 지어 오다가 공사가 진행되면서 몇 마리로 왔다. 대규모로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계절적 요인과 월동지 상황 변화와 날씨 등 여러 가지 요건이 있겠지만, 지난해 백제보 수위가 내려가면서 상류 모래톱이 생겨나면서 찾은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백제보 인근에서 대규모로 확인되었다는 것이 자연생태계가 조금씩 회복되고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볼 일"이라고 덧붙였다.
     
가창오리가 먹이를 찾아 들녘으로 날아갈 시각인 오후 6시가 넘어가면서 작가들의 움직임은 더욱더 분주해졌다. 왕진교 도로까지 차량이 세워졌다. 수면에 앉아 있던 새들이 한꺼번에 떠오르면서 펼치는 군무를 찍기 위해서다. 그러나 작가들의 기대와는 다르게 1~2만 마리의 가창오리는 한꺼번에 떠올랐고 왕진교 다리를 넘어 상류 청양군 화양리 인근으로 순식간에 사라졌다.
 
전 세계 30만 마리 내외가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창오리는 겨울철 우리나라의 진객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에 서식하는 가창오리 100%가 국내에 월동한다. 30만 마리가 노을을 배경으로 군무를 추는 모습은 새를 관찰하는 사람들이라면 꼭 한번 보고 싶어 하는 버킷리스트 중 하나다. 금강을 중심으로 전남 영암호, 고창을 오가며 월동을 한 이후 봄에 시베리아로 북상한다.
 
태그:#4대강 사업, #가창오리, #백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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