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마지막 등판에서 10승에 도전하는 유희관

유희관 ⓒ 두산 베어스

 
'느림의 미학' 유희관이 올해도 두산 유니폼을 입고 마운드에 오른다.

두산 베어스 구단은 16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FA투수 유희관과 1년 총액 10억 원(연봉 3억+인센티브 7억)에 FA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유희관은 올해 성적에 따라 연봉을 포함해 최대 10억 원을 챙긴 후 내년 연봉 상승을 기대할 수 있고 올 시즌 부진하면 연봉이 삭감되거나 최악의 경우 방출을 당할 수도 있다. 선수로서 FA의 최대장점이라 할 수 있는 '고용보장'을 누리지 못하게 된 셈이다.

유희관은 통산 266경기에서 97승62패 평균자책점4.44를 기록했고 2013년부터 작년까지 8년 연속 두 자리 승수를 기록한 두산의 '레전드 좌완 투수'다. 하지만 FA를 앞둔 작년 10승11패5.02으로 부진했고 30대 중반으로 접어드는 적지 않은 나이 때문에 FA특수를 누리지 못하고 1년 계약에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유희관이 앞으로도 꾸준히 두산에서 활약하기 위해서는 올 시즌 성적이 대단히 중요해졌다.

FA 앞두고 부진했던 두산 역대 최고 좌완

시속 150km를 상회하는 강속구 투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시대에 시속 130km에도 채 미치지 못하는 빠른 공의 평균구속. 여기에 미국 중계진을 폭소하게 만든 시속 80km도 나오지 않는 슬로커브는 때론 타자들을 기만한다는 오해를 사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모두 빠른 공을 던질 수 없는 평범한 어깨를 가진 투수 유희관이 1군 무대에서 생존하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었다.

그렇게 유희관은 날카로운 제구력과 영리한 수 싸움을 통해 강속구 없이도 1군 무대에서 살아남은 것은 물론이고 두산의 핵심 선발 투수로 성장했다. 2013년 많은 야구팬들의 예상을 깨고 데뷔 첫 두 자리 승수를 따낸 유희관은 2014년 12승에 이어 2015년에는 18승으로 '토종 다승왕'에 올랐다. 야구팬들 사이에서 수상자격에 대한 논란이 있었지만 2015년 '한국의 사이영상'을 표방하는 최동원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유희관은 2016년에도 더스틴 니퍼트, 마이클 보우덴, 장원준과 함께 '판타스틱4'를 결성해 무려 70승을 합작하며 리그 최강의 선발진으로 활약했다. 유희관은 2015년에 이어 2016년에도 2년 연속 두산의 한국시리즈 우승이 결정되는 마지막 경기에 선발로 등판해 승리투수가 됐다. 그만큼 유희관은 두산 선발진의 확실한 '10승보증수표'이자 김태형 감독이 큰 경기에서도 믿고 투입할 수 있는 선발 카드였다. 

유희관은 KBO리그에 타고투저 현상이 절정에 달했던 2018년 풀타임 선발 투수가 된 이후 처음으로 규정이닝을 채우지 못하며 크게 고전했다. 가까스로 10승을 채우긴 했지만 평균자책점이 6.70으로 치솟았고 야구팬들은 또 다시 유희관의 느린 구속을 트집잡으며 그가 쌓아온 커리어를 부정했다. 하지만 유희관은 2019년 166.1이닝을 던져 3.25의 평균자책점으로 부활하며 자신을 향한 부정적인 평가들을 날려 버렸다.

일찌감치 두산 역사상 최고의 좌완 투수가 된 유희관은 2020 시즌이 끝난 후 FA 계약을 통해 진정한 두산의 레전드 좌완으로 인정받으려 했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았다. 유희관은 작년 이렇다 할 부상 없이 시즌 막판 두 번이나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되는 등 시즌 내내 140이닝도 채우지 못했다(136.1이닝). 유희관은 시즌 마지막 등판에서 간신히 10승을 채웠지만 NC 다이노스와의 한국시리즈에서 1경기도 등판하지 못하는 수모를 경험했다.

통산 100승 노리는 유희관, 선발진부터 합류해야

유희관은 두산의 '레전드 좌완'이라는 간판이 있기 때문에 구단이 어느 정도 자존심을 세워줄 거란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허경민과 정수빈, 김재호를 붙잡는데 무려 166억 원을 투자한 두산은 작년 시즌 부진했던 30대 중반 투수의 자존심까지 챙겨줄 여유가 없었다. 결국 유희관은 차우찬이 LG 트윈스와 맺은 2년 20억 원 계약의 1년 몸값과 같은 1년 10억 원에 계약을 체결했다(보장금액도 유희관과 차우찬이 연 3억 원으로 같다).

통산 97승을 기록하고 있는 유희관은 두산에서는 역대 최초, KBO리그 역사에서는 7번째로 좌완 100승에 도전하고 있다(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98승의 류현진은 최소 2023년까지 KBO리그에서 뛸 확률이 거의 없다). 물론 예년 같았으면 '붙박이 선발' 유희관의 100승은 시간 문제였을 것이다. 하지만 올 시즌은 다르다. 두산 선발진에서 유희관을 위한 자리가 완전히 보장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외국인 원투펀치 라울 알칸타라(한신 타이거즈)와 크리스 플렉센(시애틀 매리너스)을 모두 떠나보낸 두산은 뉴욕 메츠 시절 플렉센의 동료였던 워커 로켓과 대만 프로야구 출신의 아리엘 미란다를 새 외국인 투수로 영입했다. 큰 이변이 없는 한 로켓과 미란다는 올 시즌 두산의 원투펀치로 활약할 확률이 매우 높다(투구스타일은 다르지만 미란다는 유희관과 같은 좌완이다).

작년 대체 선발로 투입됐다가 10승투수가 된 사이드암 최원준도 선발진의 다양화를 위해 로테이션에 포함될 확률이 높다. 2019년 17승을 따내며 차세대 국가대표 우완으로 떠올랐다가 작년 5승11패6세이브4.64로 체면을 구겼던 이영하도 올 시즌 선발로 돌아올 예정이다. 작년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5.1이닝1실점으로 호투했던 김민규 역시 올 시즌 두산 선발진의 '비밀병기'고 '129승투수' 장원준도 마지막 명예회복을 노린다.

유희관은 느린 공으로 타자들과 수 싸움을 벌이는 투구스타일 상 불펜보다는 선발이 어울리는 투수다. 실제로 2014년부터 작년까지 최근 7년 동안 유희관이 불펜으로 등판한 경기는 단 4경기에 불과했다. 바꿔 말하면 유희관이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하지 못하면 1군 엔트리에서 살아남기도 쉽지 않다는 뜻이다. 유희관이 뒤늦게 합류한 스프링 캠프에서 반드시 선발 한 자리를 따내야 하는 이유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KBO리그 두산 베어스 유희관 FA계약 느림의 미학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