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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 전까지 부모님 댁 근처에 살 때는 명절이 와도 특별한 감흥이 없었다. 자주 방문하던 평상시처럼 가서 음식을 준비하고 시간을 보내다가 잠은 다시 집에 가서 잤다. 다른 가족, 친척을 만나는 것이 다르기는 하지만 부모님 생신 때도 그렇게 했기 때문에 새로운 것은 아니었다.

마흔 중반을 넘겨 수도권을 멀리 벗어나 객지 생활을 시작하면서도 명절 때는 빠짐없이 고향에 갔다. 고향이 좋아서, 가족 간에 정이 넘쳐서라기보다는 그냥 그래야 할 것 같다는 막연한 의무감에서 그렇게 했다. 자식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도 그렇지만 아이들에게 명절은 그래야 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하고 싶은 생각이 더 컸다.

일 년에 한두 번, 할아버지, 할머니, 사촌 형제를 만나 맛있는 음식을 먹고, 용돈을 받는 즐거움을 어려서부터 느껴야 커서도 그런 명절을 보내게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 이유로, 코로나로 인한 5인 이상 모임 금지 규정에 맞추기 위해 가족이 번갈아 집에 들어가 잠시 얼굴을 보고 오더라도 부모님께 가려고 했다. 그러나 코로나 상황이 악화되는 것을 보면서 '나라도 가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에 마음을 정하고 부모님께 말씀드렸다. 병원에 입원 중이신 부모님이 먼저 오지 말라고 하시기도 하셨지만.

이렇게 객지에서 첫 명절을 보내게 됐다. 장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피곤함이 없는 여유 있는 시간을 보내기는 했지만 연휴 첫날, 마음이 제법 허했다. 부모님이 계시기에 그래도 고향이라고 여길 수 있는 곳을 떠나 객지에 있다 보니 더 그런 것 같았다.

음식거리를 장만하기 위해 재래시장을 분주히 오가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니, 만날 수 있는 가족이 가까이에 없는 객지에서 살고 있구나, 라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이래서 가고 오는 길이 고생스러워도 명절에 고향에 가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이런 명절을 경험하게 한다는 것이 기분 좋지 않았다.

아이들에게 명절을 느낄 수 있도록 할 만한 게 뭔가 궁리하다 음식 생각이 들었다. 평상시에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도 명절에는 의미가 다른 것 같았다. 아이들에게 나의 어렸을 적 명절을 경험하게 해 주고 싶어서 연휴 전날, 직접 쌀을 준비해 방앗간에 가서 가래떡을 해 온 것이 위안이 됐다.
 
 수십년만에 방앗간에서 직접 뽑아온 가래떡
 수십년만에 방앗간에서 직접 뽑아온 가래떡
ⓒ 강구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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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멀리 떨어져 긴 시간 동안 유학생활을 할 때, 추석, 구정과 같은 명절이 되면 종종 몇 가지 음식을 준비해 주변 사람들과 같이 식사를 했고, 다니던 교회에서도 한 가지씩 준비해 온 음식으로 공동식사를 했다. 그 때는 크게 느끼지 못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고국과 멀리 떨어져 있는 외로움과 그리움을 달래기 위한 것이었고, 그 한 끼가 그냥 식사가 아니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객지에서 처음 명절을 보내면서 이전과 다르게 느껴지는 게 많다. 임진각에 가서 합동차례를 지내고 왔다는 북한이탈주민 지인의 문자가 그랬고, 외국 생활하고 있는 친구의 넋두리 같은 얘기도 그랬다. 언젠가, 부모님이 다 돌아가셔서 이제는 갈 수 있는 고향이 없다고 했던 친구에게 간만에 연락을 했다. 고향이 없는 친구의 마음을 이전보다 조금 더 공감하면서. 정말, 당사자가 되어 직접 경험하기 전에는 제대로 알 수 없는 것이 참 많다.

언젠가부터 명절이 되면 여성의 과중한 명절 노동, 그리고 역시 여성의 관점에서 시가와 친정 사이에서 느끼는 부당함에 대한 내용이 미디어의 주를 이루고 있다. 어느 한쪽이 아닌 모두가 즐겁고 기분 좋은 명절이 되어야 하고 그것을 위해 모두가 노력해야 하는 것은 당연히 필요하다.

그렇지만 어느 쪽부터 갈 것인가를 두고 갈등했던 부모님도 언젠가는 결국 더 이상 만날 수 없는 때가 오고, 나 또한 그 갈등의 자리에 서게 될 때가 온다는 생각을 하며 문제를 잘 풀어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족 간에 정을 나누는 명절이라는 시간 속에서 외로움을 느끼고 있는 사람은 주변에 없는지 돌아보는 명절이 됐으면 하는 마음이다.

태그:#명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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