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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에서는 유사·동일 성범죄의 수사 촉구 및 재발 방지를 위해 플랫폼 명칭을 적시하였습니다. [기자말]
주범이 잡히면 모든 것이 끝날 줄 알았다. N번방 방지법이 통과되면 더 이상의 피해자는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곳'을 보기 전까지는.

필자는 최근 인터넷 채팅 메신저 디스코드(Discord)를 통해 지인들과 통화도 하고, 메시지도 나누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취미가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여 서버(채팅방)를 열어 놀기도 한다. 그러던 중 우연히 단순히 '어떤 자료'를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는 디스코드 서버를 발견했다.

간단한 클릭 한 번으로 인증을 받고 나서야, 서버의 모든 실체가 드러났다. 다름아닌 성인물 공유·판매였다. 인원은 약 800명, 적지 않은 사용자들이 접속한 이 서버에서는 다양한 성인물을 판매하고 있었다. 
 
디스코드 서버 내의 카테고리 갈무리
 디스코드 서버 내의 카테고리 갈무리
ⓒ 인터넷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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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를 보니 더 충격적이었다. 15테라(TB), 10테라, 3테라, 엄청난 양의 자료가 있을 뿐만 아니라, 연예인딥페이크, 중고딩 등 불법촬영물도 포함되어 있었다. 심지어는 지난 11월, 실형 40년형이 선고된 N번방 범죄의 핵심 주범 조주빈(박사)의 자료까지 "ㅂㅅ방(박사방)"이라는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었다. 이들은 "다른 서버보다 저렴하게 판매한다", "다른 서버에는 없는 자료다"라며 구매자들을 유인했다.
 
디스코드 서버 내 판매 유도글
 디스코드 서버 내 판매 유도글
ⓒ 인터넷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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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구매자도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해당 서버 내의 '구매로그'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간 박사방 자료 구매자는 23명, 그 외 자료 구매자는 40명에 이르렀다. 심지어 이 기사를 쓰고 있는 시각에도 또 하나의 구매로그가 올라왔다. 
 
디스코드 서버 내 구매로그
 디스코드 서버 내 구매로그
ⓒ 인터넷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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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디스코드 서버는 성인물 자료 판매를 통해서 이득을 챙기면서, 또 다른 방법으로도 수익을 창출한다.

이른바 '배너'로 불리는 광고이다. 다른 서버와의 제휴, 또는 불법 사설도박사이트와의 제휴를 통해 서버 내에 광고를 게재함으로써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다. 광고로 게재된 다른 서버 역시 이 서버와 비슷하게 성인물을 포함하여 게임핵 등 불법프로그램까지 판매하고 있었다.
     
디스코드 서버 내 배너광고
 디스코드 서버 내 배너광고
ⓒ 인터넷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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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서버를 운영하며 얻은 수익금을 통해 또 다른 성인물을 구하고, 또 새로운 영상을 업로드하고, 새로운 서버를 개설하며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취재를 위해 서버를 둘러보던 중 의문이 생겼다. 과연 이러한 서버는 얼마나 많이, 얼마나 크게 운영되고 있을까?

의문점을 해소하기 위해, 디스코드 서버 목록을 보여주는 '디스보드(Disboard)'를 통해 서버를 찾아보기로 했다. 디스보드를 확인하자마자 필자를 당황하게 한 것은 한국어 인기 태그(검색어)였다. 이러한 서버를 찾으려는 이용자들이 많다는 것을 방증하듯, 인기 태그에는 성인물과 관련된 키워드가 다수 노출되고 있었다.

이러한 키워드를 바탕으로 디스코드 서버를 찾자 중복을 제외하고 총 187개, 거의 200개에 가까운 디스코드 서버가 표시되었다. 이 수치 역시, 디스보드에 등록된 서버만을 집계한 것이기에 실제로는 더 많은 것이다. 이러한 서버에는 적게는 200명, 많게는 15,000명이 넘는 회원들이 있었다. 
 
디스보드 목록 중 음란물 합성 서버 갈무리
 디스보드 목록 중 음란물 합성 서버 갈무리
ⓒ 인터넷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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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서버 중에는 N번방 때와 마찬가지로 지인의 얼굴과 음란물을 합성해준다는 서버도 발견할 수 있었다. N번방의 주범들이 잡히고, N번방 방지법이 시행됐음에도 우리나라의 성범죄는 여전히 줄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지난해 3월, 경향신문의 보도(텔레그램 n번방' 성범죄, 이번엔 '디스코드'서 버젓이 활개)에 따르면 텔레그램에서 활동한 가해자들이 디스코드로 옮겨가는 정황을 포착했으며, 경찰 역시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같은 해 4월, 디스코드를 통해 아동성착취물을 판매한 일당이 검거되었다는 소식 외에는 별다른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고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미궁에 빠져있다. 관련 소식이 들려오지 않자 음란물 판매 서버 운영자들은 더욱 활개를 치고, 규모 또한 이전보다 훨씬 커지기 시작했다.

경찰이 지난해 온라인 성범죄에 대해 엄정한 수사 방침을 밝힌 만큼, 더 이상의 피해자 양산을 막기 위해 수사기관의 신속하고 더욱 엄격한 수사와 처벌이 필요해 보인다.

태그:#성범죄, #N번방, #박사방, #디스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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