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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훈 언론노조 위원장 후보
 오정훈 언론노조 위원장 후보
ⓒ 오정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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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 만에 경선으로 치러지는 전국언론노동조합(이하 언론노조) 임원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윤창현 후보는 야구로 비유하면 7회인데 선발투수가 120개 공을 던졌고 지쳤기 때문에 싱싱한 투수로 교체해야 한다고 각을 세웠다.

연임에 도전하는 오정훈 후보 입장은 무엇인지 듣고자 지난 1월 31일 전화 인터뷰를 통해 언론 개혁 등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았다. 다음은 오정훈 후보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 11대 언론노조 선거가 진행 중이잖아요. 2주가 지나 종반인데 어떠세요?
"저와 송현준 후보(수석부위원장 후보)가 이번 선거 운동 기간 동안에 언론노조 산하 전 사업장을 찾아가겠다는 각오로 전국을 다니고 있습니다. 대의원 사업장이 94군데 정도 되는데요. 지난 2주 동안 대략 60여 곳 이상을 다니면서 대의원들을 만났고 이제 남은 이틀 동안에 최선을 다해 찾아뵙지 못한 분들을 만날 수 있도록 노력을 할 겁니다.

선거운동 기간 동안에 매체 환경변화와 코로나 위기로 힘든 상황을 대의원들과 공유하고 현장에서 직면하고 있는 현안들을 경청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노동조합을 지키고 있는 현장 집행 간부들의 열정과 힘을 다시 한번 실감하고 느끼게 되는 기회였습니다."

- 연임 이유에 대해 '미처 완결 짓지 못한 사업과 투쟁에 마침표를 찍기 위해서'라고 하셨던데 그럼 왜 2년 동안 마침표를 못 찍었나요?
"누구나 거시적인 계획을 2년 안에 이룰 수 있다고 보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지난 10대 집행부가 총파업을 통한 언론 정상화 투쟁의 결과물을 안고서 후속 작업을 진행해 왔고요. 대통령 직속 미디어 개혁 위원회 설치와 같은 구체적인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서 시민 사회와 꾸준히 연대하고 있습니다.

그런 성과로 2019년 7월에 미디어시민넷이 결성되고 지난해 9월 최종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현재 집권 여당은 미디어 개혁기구 설치를 위한 논의를 시작하고 있고요. 언론노조는 언론 시민사회 연대체와 함께 정부가 미디어 개혁 위원회를 조속히 설치하도록 촉구 압박하는 단계에 있습니다.

언론을 둘러싼 매체 환경의 급격한 변화는 촛불 혁명과 총파업 투쟁 시기부터 가속화하고 있는데요. 10대 집행부가 임기를 시작할 무렵에는 언론계 전반에 매출 하락 상황이 발생했고 엎친 데 겹친 덮친 격으로 팬데믹 위기가 들이닥치기도 했습니다. 그런 위기 속에서도 언론노조 집행부는 온몸으로 조합원과 시민사회의 뜻을 모아 나가는 데 집중을 했습니다. 이제 반전의 기회라고 생각을 합니다. 내리막을 향해 내달려온 힘을 언덕 꼭대기까지 단숨에 오를 수 있는 힘으로 반전시키도록 하겠습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말 떠올라"

- 위원장으로서 2년은 어떻게 평가하세요?
"위원장으로서 2년을 보내왔던 시기가 굉장히 힘든 시기였다고 봅니다. 매체 환경 변화에 따른 매출 감소라든지 여론 양극화에 대한 언론 불신 또 청주방송 이재학 PD 사망으로 점화된 언론계 비정규직 문제 등 곪아서 수면 아래 잠자던 이슈들이 한꺼번에 분출된 시기였습니다. 신문과 방송이나 중앙과 지역을 가리지 않고 위기감이 고조된 것도 사실입니다. 또 언론노조가 각 사안마다 해결책을 제시하고 현장에서 늘 조합원들과 함께하려고 했습니다.

성과가 적지 않습니다. 미디어 개혁 시민넷과 함께 20년간 지체된 언론 관계법과 제도의 개선 방향을 제시했고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서 1년 넘게 청주방송 대책위와 연대에서 비정규직 9명의 정규직 전환을 이뤄냈으며 또 중앙집행위원회 결의로 사업장 비정규직 문제를 단체교섭에 반영하는 걸 지침화했습니다. 뿐만 아니고 조직 활동 강화를 통해서 성평등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여성 중앙집행위원회 비율을 30%로 확대했습니다.

비정규직 조직화를 통해서 TBS 교통방송 재단 출범 시에 비정규직 조합원들의 정규직 채용을 이뤄냈고 재단 이사회의 노동 이사까지 내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 문체부 장관과 직접 담판을 해 지역 언론 생존을 위한 100억 규모의 지원책을 끌어내기도 했습니다. 위기의 상황에서 누구도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하겠다는 심정으로 달려온 2년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 아쉬운 점은 뭔가요?
"아쉬운 점은 아직도 진행해 왔던 사업들이 완결되지 않고 또 올해 완결될 수 있는 가능성 등이 보이는데 이것은 좀 더 구체화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고요. 여러모로 현장에 있는 조합원들과 함께하려 했지만, 조합원들이 바라보고 있는 눈높이에 모두 다 맞출 수 없었다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 윤창현 후보는 야구로 비유하자면 7회 선발투수는 공 120개 던졌고 지고 있는 상황이라 투수교체 타이밍이라고 하는데.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뉴욕 양키스의 최고 포수 요기 베라의 말이 떠오르는데요. 현재 상황을 지고 있다고 표현하는 것도 이해가 안 됩니다. 조직을 이끄는 사람으로서 지나친 낙관도 금물이지만 지나친 비판도 멀리해야 됩니다. 현재 상황에서 나름 언론자유도 향상됐지만 언론 신뢰도가 하락하고 있는 것이 문제입니다.

사실 개혁이나 개선이나 속도가 더딜 수는 있습니다. 이것을 승패의 논리로 치환하는 건 과도하다는 게 제 생각이고요. 법과 제도의 틀을 바꾸기 위한 노력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진 않습니다. 지난 2년 동안 시민단체 등 여러 세력과 미디어 개혁을 위한 논의의 틀과 연대의 틀을 다져가며 설정해준 목표들이 있습니다. 속도가 더디다는 비판을 받을 수는 있지만,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는 신중함도 필요합니다. 중간에 선수를 바꾸는 거는 맞지 않다고 봅니다."

- 투수가 공을 너무 많이 던졌다면 바꿔야 하지 않나요?
"제가 공을 많이 던졌는지 적게 던졌는지 판단하는 건 매우 주관적이고요. 굳이 답변 드리자면 아직 몇 회 안 던졌다고 봅니다. 그리고 제가 지쳐 있다고도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 윤 후보는 지고 있다고 보는데 그럼 후보님이 보는 언론 상황은 어떤가요?
"말씀드린 대로 지금의 언론 상황이 전반적인 불신과 그리고 신뢰의 위기를 맞이한 건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언론노조가 지금 언론 신뢰 회복을 위한 노력과 투쟁에서 지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상식이 통하는 언론환경 조성되어야"

- 언론개혁에 대해 그동안 언론노조가 뭐 했냐는 목소리도 있는데 5대 핵심과제로 제시한 것 중 언론개혁이 있죠. 언론 개혁 방향성에 대한 생각이 궁금해요.
"언론 개혁 과제를 앞에 두고 그동안 무엇을 했냐는 말씀은 아무것도 한 게 없다는 지적은 아니라고 봅니다. 부족한 부분이 있더라는 평가라는 정도로 긍정적으로 생각을 합니다. 언론개혁에 관한 언론 노조의 노력은 앞서 미디어 개혁 위원회와 관련해 간단히 말씀드렸습니다.

좀 더 보태자면 '기레기'로 상징되는 언론에 대한 뿌리 깊은 사회적 불신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인데 그걸 언론 개혁의 방향으로 잡아야 한다고 말씀드립니다. 정치권에서 거론하고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이나 허위 조작 정보 퇴치로만 언론개혁을 국한 시켜서는 안 됩니다.

극단적인 여론 양극화와 이를 부추기는 행태는 바로 잡아야 하는 것이 사실입니다만 근본적인 개혁은 제4부 권력이라고 하는 언론의 힘을 국민과 이용자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것이고요. 이와 함께 좋은 언론을 육성하고 여론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제도와 법 개정뿐만 아니라 언론계에 자리 잡은 잘못된 관행에 대한 성찰과 개선시도도 함께 병행해야 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그리고 <미디어오늘>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80%가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에 대해 찬성하고 있는데요. 책임지지 않는 언론에 대한 국민의 반발 심리가 그만큼 강하다고 봅니다. 그러나 대기업들이 자신들에게 불리한 기사를 막기 위해서 기자 개인을 상대로 고액의 소송을 제기하는 등의 전략적인 봉쇄소송이라는 부작용도 우려가 되는 상황이기도 하고요.

제가 제시하는 5대 핵심과제는 허위 조작 정보에 대한 대처 방안이라든지 포털과 언론사 간의 관계 재정립 글로벌 플랫폼 사업자의 공적 책임 문제 지역 언론정책 미디어 정책 방송계 비정규직 문제 등 지금까지 시민사회와 언론노조 산하 사업장과의 소통을 통해서 도출한 내용이에요. 굳이 공약이 아니라 과제라고 말씀드렸고요. 지난해 9월 발표한 미디어 정책 보고서가 대표적인 로드맵의 결실이라고 생각하고 이런 노력이 언론개혁의 성과로 나타날 것이라고 믿습니다. 열심히 투쟁할 거라고 말씀드립니다."

- 지금 언론 혐오 문제도 있는데 어떻게 보세요?
"기본적으로 우리 사회를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은 여론이 너무 양극화돼 있더라고 보고 있어요. 이런 여론 양극화를 그 누군가 부추기고 언론혐오를 부추기고 있는지 먼저 원인을 파악해야 된다고 생각을 합니다.

첫 번째는 허위조작정보 또는 오보를 내면서까지도 소위 말해 진영 논리로 갈라치기 하려고 하는 수구 언론의 행태는 반드시 배격해야 될 거고요. 두 번째는 제대로 된 언론, 제대로 된 비판을 하는 언론에 대해서는 육성을 할 수 있는 긍정적인 육성 방안들이 마련이 돼서 궁극적으로는 우리 사회가 다양한 여론 속에서 하나의 진실로 다가갈 수 있는 제도와 그리고 그런 상식이 통하는 언론환경이 조성되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 정필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법을 발의했는데요.
"정필모 의원께서 발의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에 대해서는 말씀드리자면, 지난 이명박 박근혜 정권 시절에 KBS MBC가 장기파업만 세 번이나 했습니다. 그때마다 간절했던 건 낙하산 사장 방지하기 위한 공영방송 지배구조개선의 문제입니다. 정필모 의원이 지난해 발의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법안은 그동안 전국언론노동조합과 시민사회가 원했던 내용을 대폭 담고 있습니다.

매우 긍정적인 생각을 하고요. 다만 지난 19대 국회 때부터 21대 국회까지 공영방송 지배구조 관련 법안 발의된 것만 수십 건이 넘지만 단 한 건도 통과되지 못했습니다. 여야 모두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고자 경영진과 이사진 선임에 국민 참여를 보장하고 정치권은 손 떼라는 외침을 무시하고 법 개정 논의조차 하지 않는 상황이 오지 않도록 시민사회가 함께 여론 만들고 그 투쟁의 선봉에 서겠다는 것이 제 의지입니다."

"늘 현장에 있었던 역할과 활동들을 기억해 주시길"

- 민주당에 의지가 있다고 보세요?
"민주당에 의지가 있느냐고 단선적으로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일단 지배구조 개선은 문재인 대통령의 후보 시절 공약이기도 합니다. 민주당 내에서도 이를 가볍게 여기지는 못 하고 있고요. 미디어 개혁위원회 설치와 같은 논의 안에 공영언론 지배구조개선이 우선적으로 논의되고 있다고 얘기 들었습니다."

- 문재인 정부 언론 정책은 어떻게 평가하세요?
"이명박, 박근혜 정부처럼 강압적이거나 폭력적인 언론정책은 아니라고 봅니다. KBS 양승동 사장 선임 때나 MBC 전 최승호 사장이나 박성제 사장 선임 때 문재인 정부가 관여하지 않았다고 봅니다. 하지만 언론노조 위원장 입장에서 잘못됐다고 지적할 점은 너무 많습니다. 현 정부는 아주 소극적인 언론관을 가지고 있는 게 문제인데요. 조중동 등 일부 수구 언론들이 악의적으로 기사를 쓴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다른 언론 노동자들이 내는 오보도 악의적으로 내는 거는 아닙니다.

대한민국 시민들의 70%가 네이버를 통해서 기사를 접하는 상황에서 네이버가 언론사들을 줄 세우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기자들은 수익을 위해서 1분이라도 먼저 기사를 써야 되고 격무에 시달리고 있는데요. 이 와중에 교차확인이라는 원칙은 교과서에나 나오는 이야기가 되어버렸습니다. 사실 맥락 있는 기사는 일상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그야말로 '워너비'가 된 상황입니다.

올바른 여론 환경과 다양성을 구축하기 위해 정권 초기부터 고민을 했어야 되는데 현 정부가 그러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의 징벌적 손해배상 논의도 언론 정책에 대한 자신들의 과오를 인정하지는 않고 자신들에게 불리한 기사를 막으려는 미봉책으로 읽히는 대목이 많아서 답답한 측면이 있습니다."

- 윤창현 후보에 대한 평가는 어떻게 하세요?
"윤창현 후보는 오랫동안 민영방송 SBS 정상화와 소유 경영 분리를 위해서 투쟁해 오신 분이고 또 그 투쟁을 이끌면서 성과를 내왔던 훌륭하신 조합원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출중하신 능력 있으시고요. 매우 훌륭하신 후보로 나설 수 있는 자격이 있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않을 것입니다."

- 왜 오정훈을 찍어야 하냐고 묻는다면 뭐라고 답하시겠어요?
"제 자랑을 꼭 해야 되는 거 같아서 좀 민망하긴 하지만 그 누구보다도 언론노조 조합원으로서 진정성을 가지고 어려운 처지에 있었던 동료들을 위해서 헌신해 왔고 또 작은 조직의 문제들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을 해 왔습니다.

그뿐만이 아니고 산별 중앙에 와서 산별 정신을 가지고 언론노조가 개척해야 될 언론 개혁의 과제를 시민사회와의 끈끈한 연대를 통해서 이번에도 이루어내는 과정에 와 있습니다. 우리 언론노조 대의원들 그리고 조합원들이 오정훈·송현준 후보의 진정성과 늘 현장에 있었던 그 역할과 활동들을 기억해 주시고 반드시 현명하게 선택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태그:#오정훈, #언론노조, #언론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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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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