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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정부의 홍콩 '영국해외시민' 대상 특별 비자 시행을 보도하는 BBC 갈무리.
 영국 정부의 홍콩 "영국해외시민" 대상 특별 비자 시행을 보도하는 BBC 갈무리.
ⓒ B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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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정부가 중국의 홍콩 보안법 시행에 맞서 홍콩인의 영국 시민권 획득을 확대한다.

영국 BBC에 따르면 오는 31일부터 영국 정부는 홍콩인이 비자를 신청하면 최대 5년간 영국에서 거주하고 시민권 신청도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시행한다.

비자 및 시민권 발급 대상은 영국이 1997년 홍콩을 중국에 반환하기 전까지 홍콩 시민에게 준 '영국해외시민(BNO) 여권' 소지자와 그 부양가족이다.

지금까지는 BNO 여권 소지자가 영국 비자를 신청하면 최대 6개월 동안 영국에 체류할 수 있지만, 새 제도에 따라 체류 기간이 5년으로 대폭 늘어나고 취업 및 시민권 신청도 가능해진 것이다.

앞서 영국 정부는 중국이 지난해 7월 제정한 홍콩 보안법이 영·중 공동선언 위반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영국이 홍콩을 반환하며 체결한 이 선언은 2047년까지 중국이 홍콩의 기존 체제를 유지하는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를 담고 있다.

그러나 중국이 홍콩 보안법을 통해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중앙 집권을 강화하려고 나서자 영국 정부가 과거 식민지였던 홍콩인을 보호하겠다며 시민권 획득의 길을 열어준 것이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전날 성명을 내고 "홍콩의 영국해외시민이 영국에서 살고, 일하고, 정착할 수 있게 되어 대단히 자랑스럽다"라며 "우리는 홍콩이 지켜온 자유와 자치권을 지지해왔다"라고 강조했다.

현재 BNO 여권을 소지한 홍콩인은 290만 명, 부양가족은 25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된다. 영국 정부는 새 제도를 통해 향후 5년간 약 300만 명의 홍콩인이 이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국, BNO 여권 소지자에 '불이익' 경고 

중국 정부는 강력히 반발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9일 정례회견에서 "영국이 중국의 주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내정을 함부로 간섭하는 것"이라며 "이는 국제법과 국제관계 기본 준칙에 어긋난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새 제도는 홍콩인을 영국의 2등 시민으로 만드는 것"이라며 "영국은 BNO 여권을 정치적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뿐 아니라 홍콩인의 재능과 자본을 통해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얻으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27일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으로부터 화상 업무보고를 받으며 기존의 '홍콩인이 홍콩을 다스린다'가 아닌 '애국자가 홍콩을 다스린다'는 원칙을 강조하기도 했다. 

중국 정부는 BNO 여권 소지자의 여행 및 신분증명을 중단하겠다는 방침이다. 또한 더 나아가 BNO 여권 소지자의 공직 진출 및 투표권도 박탈하겠다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다만 BBC는 "외국으로 피하지 않고 홍콩에 남아 민주화를 위해 계속 싸우려는 젊은이도 많다"라며 "실업 및 경제난에 시달리는 영국 국민들이 새 제도를 반기지 않을 수도 있다"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영국 내무부는 "홍콩에 거주하는 영국해외시민에게 선택권을 주려는 것"이라며 "우리가 그들에게 했던 역사적 약속을 이행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태그:#영국, #홍콩,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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