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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5년 전 노조활동으로 한진중공업에서 해고된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토론회를 앞두고 자신의 명예회복과 복직을 위해 동조단식자들을 만나 대화를 하고 있다.
 35년 전 노조활동으로 한진중공업에서 해고된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토론회를 앞두고 자신의 명예회복과 복직을 위해 단식하는 사람들과 만나 대화를 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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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한 살 용접 노동자 김진숙이 예순한 살이 되었습니다. 한때 열여덟 살 한복집 노동자가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되었습니다. 스물한 살의 나이로 부산 영도 조선소에서 일하던 평범한 용접공이 노동의 상징이 되었고, 우리 사회의 모순을 온몸으로 고발하는 사회적이고 역사적인 존재가 되었습니다. 이는 그의 의지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공권력에 의한 불법 연행과 폭력, 불법 부당한 해고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노동자 김진숙은 자신의 문제 해결을 위해서만 살아온 사람이 아닙니다. 자신의 문제를 동료의 문제로, 우리 사회 전체의 문제로 확산했습니다. 고난받는 동료들의 문제를 자신의 문제로 받아들였을 뿐만 아니라 자신보다 동료들의 문제를 먼저 해결하기 위해 애써온 사람입니다. 노동과 자본의 대결을 뛰어넘어 노동과 인간 존엄을 지키기 위해 싸웠습니다. 그래서 그를, 그가 제기하는 문제를 한 기업의 틀 안에서만 보아서는 안 됩니다. 

김진숙 지도위원의 문제는 국가가 저지른 공권력에 의한 폭력에 대한 인정과 사과, 보상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인간과 노동의 존엄성을 무자비하게 짓밟은 그 시간, 그 자리, 그 행위에 대해 국가는 공식적으로 사과해야 합니다. 첫 출발의 자리에 서야 나머지 길을 온전히 갈 수 있습니다. 

그동안 국가(정부)는 빠져 있었습니다. 국가폭력의 당사자이자 불법부당한 해고의 원인 제공자이면서도 노사관계로만, 김진숙 지도위원과 한진중공업의 문제로만 책임을 미뤄왔습니다. 이제라도 국가(정부)는 결자해지의 자세로 나서야 합니다. 
 
 김진숙 지도위원, 송경용 신부, 인권재단 사람 상임이사, 송경동 시인(왼쪽부터)
 김진숙 지도위원, 송경용 신부,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상임이사, 송경동 시인(왼쪽부터)
ⓒ 리멤버희망버스 기획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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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를 무시하는 사회

김진숙 지도위원의 문제는 인간 존엄의 문제로 바라보아야 합니다. 한 인간의 온 생애라고 할 수 있는 35년을 묶어놓았고, 배제했고, 탄압했습니다. 그가 남의 생명을 해친 것도 아니고, 남의 재산을 강탈하지도 않았는데도, 국가와 기업은 다른 사람은 다 되어도 그만은 안 된다는 블랙리스트로 낙인을 찍는 잔인하고 가혹한 형벌을 부과했습니다. 국가와 기업은 김진숙이라는 한 인간의 존재를, 존재하지만 존재할 수 없도록 배척했고 말살해 왔습니다. 

이는 단지 김진숙이라는 한 인간에 대한 문제가 아닙니다. 그와 함께했던 그의 노동자 동료들, 그를 사랑했고, 그가 사랑했던 모든 인간에 대한 폭력이었습니다. '사람이 우선'이라는 구호는 김진숙이라는 한 인간에게 35년 동안 가해졌던 배제와 폭력에 대한 사과로부터 시작해야 그 진정성이 인정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야 우리 사회가 더 많은 이익의 추구를 위해 사람의 생명까지도 경시했던 물신주의 사회에서 참다운 인간 존중의 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김진숙 지도위원의 문제 해결은 노동의 가치 회복이라는 관점으로 보아야 합니다. 단순히 일개 기업의 노사관계 해결이 아니라 김진숙, 소금꽃으로 표상되는 그의 노동, 노동자들의 헌신에 대해 경의를 표하지 못할망정 공정하게 인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 사회가 이만큼 성장하는데 노동의 희생과 헌신을 빼고 이야기할 수 있겠습니까. 노동은 그 자체로 인간의 모든 행위 중에서도 가장 거룩한 행위입니다. 밥을 짓고, 옷을 지으며 생명을 유지·성장·성숙하게 하는 모든 행위가 노동입니다.

그러나 자본주의, 물신주의에 의해 노동과 노동자는 더 많은 이익 창출을 위한 도구가 되었고 상품이 되었습니다. 산업혁명이 일어나고 자본주의의 폐해가 시작되던 19세기 영국의 사상가 존 러스킨은 <나중에 온 이 사람에게도>(마태복음 20장)라는 책에서 노동은 양으로 계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노동자는 단순히 물건을 만드는 도구가 아니라고 했습니다.

인간과 사회의 생명을 살리는 기본이 노동이기 때문에 정부와 기업가는 마땅히 노동자의 가족들이 충분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임금, 한 인간으로서 교양과 존엄을 회복할 수 있는 충분한 휴식과 시간을 제공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제 우리가 그렇게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럴 수 있는 능력이 되지 않았습니까? 물신의 경제에서 생명의 경제로 성숙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소금꽃 김진숙은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의 과거를 바로잡음으로써 역사를 바로 세우는 일, 인간과 노동의 존엄성을 회복하기 위한 시대 정신의 상징이자 제물로 그 자신을 바쳐왔습니다. 인간과 노동의 존엄이라는 가장 높은 이상을 추구하며 저항하고 투쟁했으나 가장 낮은 자세로 자신을 비우며 동료들을 위해 희생했습니다. 성서에서 말하는 겸손한 자였으며, 불가에서 말하는 보살행의 삶을 살아왔습니다. 

기업인들은 모험적이고 혁신적인 기업가 정신을 이야기합니다. 그 기업가 정신이 한강의 기적, 산업화를 이루었다고 합니다. 정치인들은 민주화의 지난한 역사를 이야기합니다. 그러면 노동자들은 무엇으로 자신을 이야기할 수 있겠습니까? 무엇으로 이 사회는 노동자들을 표상해야 할까요? 

저는 소금꽃이 하나의 표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과 가족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를 위해 흘린 땀의 결정입니다. 기업가 정신, 민주 투사만큼이나 노동, 소금꽃을 인정하고 대우해야 합니다. 그것이 공정이고 공평이며, 우리 시대가 기억하고 기념하면서 추구해야 할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정치와 기업만으로 세상이 굴러가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면서 노동을 배척하고 무시해왔습니다. '소금꽃 김진숙 노동자'를 통해 정의롭지 않은 불공평의 시대를 끝내야 합니다.
 
 25일 청와대 단식농성장 앞에서 열린 김진숙 복직 촉구 기자회견
 25일 청와대 단식농성장 앞에서 열린 김진숙 복직 촉구 기자회견
ⓒ 리멤버희망버스 기획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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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위험합니다

김진숙 노동자는 한진중공업의 노동자였습니다. 그 노동자를 국가의 공권력이 끌어내서 폭력을 가했고, 기업은 해고했습니다. 그 뒤로 35년이 흘렀습니다. 처음으로 돌아가야 이미 지나온 길, 가야 할 길을 온전히 갈 수 있습니다. 처음을 바로잡아야 합니다. 처음의 자리로 돌아가게 해주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정부의 국가 폭력 인정과 사과가 즉시 이루어져야 합니다. 기업(한진중공업) 역시 책임을 인정하고 즉각적인 복직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주채권은행으로서 실질적인 권한을 가진 국책은행으로서 공공기관인 산업은행 이동걸 행장은 문제 해결에 더욱더 책임 있는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35년의 부당한 세월에 맞서 소금꽃 김진숙 노동자가 다시 항암 치료조차 거부한 채 목숨을 걸고 이곳 서울, 청와대를 향해 '만인의 길'을 걸어오고 있습니다. 청와대 앞에서 영하 20도를 넘나드는 혹한 속에 천막 하나 없이 무기한 노숙 단식을 하고 있는 송경동 시인, 성미선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김우 권리찾기유니온 활동가, 서영섭 신부, 정홍형 금속노조 부양지부 수석부지부장의 건강 또한 위험합니다. 더 늦출 수 없습니다. 대통령과 정부, 한진중공업과 산업은행의 책임 인정과 즉각적인 조치를 촉구합니다.

- 신부.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사회연대위원장
 
 김진숙복직!해고금지!광화문촛불 웹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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