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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고문 가해자하면 고문기술자로 알려진 '이근안'만을 기억한다. 당시 수많은 간첩조작사건을 비롯해 학생운동, 민주화운동에 앞장섰던 시민들을 무차별적으로 고문했던 가해자는 이근안 혼자였을까. 남영동 대공분실의 건물을 남아 민주인권기념관으로 존재하지만, 왜 여전히 그 건물 안에서 잔인하게 고문했던 가해자들의 이름조차 우리는 알 수 없을까?  

오는 22일(금) 오후 3시 30분, (사)인권의학연구소가 행정안전부장관을 상대로 정보공개거부처분 취소를 요구한 재판(사건번호: 2020 구합 60734)이 서울행정법원 지하 2층 B220호 법정에서 열린다.

이 재판이 열리게 된 경위는 지난 2018년 7월 10일 제30차 국무회의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국무회의에서 1980년대 간첩조작사건을 비롯해 부산 형제복지원 인권침해사건, 5.18광주민주화운동 진압 관련자들에게 수여했던 정부 표창을 모두 취소하는 내용을 담은 '부적절한 서훈 취소안'을 심의·의결하였다. 이에 해당하는 사례는 모두 53명과 2개 단체에 수여된 56점의 훈포장과 대통령·국무총리 표창이다.
 
2018년 07월 10일, 80년대 간첩조작사건 관련자 등 서훈 대대적 취소 보도자료
▲ <그림-1> 2018년 행정안전부 보도자료 2018년 07월 10일, 80년대 간첩조작사건 관련자 등 서훈 대대적 취소 보도자료
ⓒ 보도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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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7월 10일, 80년대 간첩조작사건 관련자 등 서훈 대대적 취소 보도자료  부록
▲ <그림-2> 2018년 행정안전부 보도자료 부록 2018년 07월 10일, 80년대 간첩조작사건 관련자 등 서훈 대대적 취소 보도자료 부록
ⓒ 보도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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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결정은 국가에 의해 버림받았던 고문피해자들에게는 실질적 혜택이 없지만 국가의 잘못을 스스로 바로잡는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결정이었다. 그러나 확인 결과, 행정안전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고문 피해자의 이름과 사건은 공개하면서 고문 가해자의 이름은 여전히 공개하지 않았다. 이에 (사)인권의학연구소는 고문 가해자의 이름 공개를 요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2019년 7월 승소하였다. 재판부는 이러한 판결에도 불구하고 행정안전부는 여전히 후속조치를 거부하고 있다. 이에 (사)인권의학연구소는 2020년 다시 한 번 행정안전부장관을 상대로 재소송을 제기하였고, 그 재판의 일부가 내일 열리는 것이다.  

 40-50년 전 간첩조작사건, 5.18광주민주화운동, 그리고 형제복지원과 같은 강제수용 인권침해 사건이 국가의 잘못이라는 사법부의 무죄판결이 있었고, 이를 근거로 2018년 제30차 국무회의에서 '부적절한 서훈 취소안'을 심의·의결했음에도 행정안전부는 여전히 고문 가해자의 인권을 고문 피해자보다 우선시하고 있다. 법정에서 행정안전부 직원들은 다양한 변명을 들며 공권력을 한 사람의 인생과 그 가족의 삶을 무참히 밟았던 실무자들의 인권을 보호하고 있는 형국이다. 행전안전부는 과거 사건으로 여전히 사회에서 냉대받고 경제적으로 어렵게 살고 있는 고문 피해자들의 인권보다 이들을 고문하며 대통령 표창까지 받으며 승승장구했던 고문 가해자들의 인권이 아직도 더 중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인가?
 
자신들을 고문했던 가해자들의 이름 공개를 위한 행정소송에 직접 참석한 고문피해 선생님들
▲ 지난 11월 행정소송을 방청한 고문피해 선생님들 자신들을 고문했던 가해자들의 이름 공개를 위한 행정소송에 직접 참석한 고문피해 선생님들
ⓒ 인권의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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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폭력의 피해로 청춘과 가족을 잃어야 했던 그 젊은이들은 이제 70-80세가 되었다. 당시 그들을 끔찍하게 고문했던 자들은 대통령 훈장과 포상을 받고 떵떵거리며 살았을 뿐만 아니라 여전히 국가에 의해 그들의 이름과 인권은 보장받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언제 이 잘못된 역사를 가해자 중심이 아니라 피해자 중심으로 바로잡을 것인지 끝까지 지켜보아야 한다. 내일 있을 재판, 눈을 크게 뜨고 지켜보겠다.

태그:#행정안전부, #행정소송, #서훈취소, #가해자, #피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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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은 박민중입니다. 생일은 3.1절입니다. 정치학을 전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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