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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국무총리가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기업인 신년 인사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기업인 신년 인사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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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구조조정의 필요성?

구조조정에 대한 필요성은 구체적인 데이터를 가지고 검토해야 한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중소)기업 도산은 일본이 2020년 9월 현재 500건에 달했고, 특히 자동차부품 관련 중소기업의 경우 일본은 12월 현재 200개 업체가 도산했다는 발표가 있었다. 그에 비해 한국은 그보다 훨씬 적거나 0 수준이어서 소위 K방역의 위력을 느끼게 했다.

9월 이후 10월을 제외한 12월까지의 수출액은 코로나19 이전인 작년 동기 수출액을 상회한 가운데, 9월의 경우 중소기업 수출액이 전년동기 대비 19.6% 증가해서 오히려 대기업의 증가율 3.8%를 앞서기도 했다. 그래서 중소기업혐동조합 중앙회가 11월에 500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코로나19 확산의 영향을 보면 경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경우가 수출기업의 경우 62.8%, 비수출기업은 66.5%로 나타나서 수출기업은 약간 낮은 것으로 나타난다.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정부의 맞춤식 여러 경제대책의 효과도 그 성과를 인정해야 한다. 정부는 총 4차에 걸쳐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서 중소벤처기업부가 1차, 3차, 4차 등 세 차례 추가경정예산 11조2365억원을 투입할 수 있었다. 이렇게 고용유지 지원금 등 긴급자금 공급, 보증지원, 매출채권보험 등 금융지원과 소상공인·중소기업의 경영피해 복구 및 경제활력 보강을 위한 피해점포 지원(소상공인 새희망자금), 온라인판로 지원, 온누리상품권 할인 발행, 임대료 인하운동과 세제 지원 등의 정책을 시행했다. 자영업 부문이 겪고 있는 지금의 위기가 온전히 경제 영역 내에서 발생한 것이 아니고, 경제외적 충격에 의해 모두가 겪게 된 유례없는 사태인 만큼 국가적인 지원이 이렇게 진행된 것은 불가피하고 당연한 조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함에 따라 올해 2~3월에는 적지 않은 도산 사태가 있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이미 작년 7월에 연 매출액 1억원 이상 중소기업 100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재단법인 경청 의뢰,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중소기업의 77.0%가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이 감소했고, 매출액 규모는 평균 39.2%나 감소했다. 매출액 감소의 폭은 50~70% 감소했다는 응답이 34.6%로 가장 높았고, 70% 이상 줄었다는 업체도 12.2%에 달했다. 업종별로는 '숙박 및 음식업'의 95.2%, '교육 서비스업'의 94.9%가 매출액이 감소했다. 11월 넷째 주 전국 소상공인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56% 격감했다고 보도됐다(한국신용데이터 발표).

이제 이 상황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가 남는다. 원래 자영업은 창업과 포기의 순환이 반복적이다. 한국경제에서 특히 더 그렇다. 이에 대해 시장에서의 신진대사를 중소기업부문까지 포함해서 보더라도, 국가가 모두 구제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는 '가난 구제는 나라도 못 한다'라는 말이 옛 선조들의 경험의 결정체임을 절감할 수 있다.

특히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우리가 향후 일정 시기 이후 겪게 될 소위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훨씬 앞당겼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역시 산업구조 전환의 큰 흐름을 받아들이면서 그 속에서 개별 사업자의 안전망을 강화해서 생활고를 완화하고, 보다 전망 있는 새로운 사업으로의 재기를 지원하는 것은 구조조정을 맞는 국가 및 사회의 책무이다.

2. 구조조정의 방식, 시장친화적 구조조정 방안

채권단 주도의 구조조정은 이해관계자, 즉 채권단 내 다양한 입장의 조율에 시간이 걸리는 문제점이 있고, 법원에 의한 법정관리는 공개적으로 구조조정 절차에 들어가는 순간 시장에서는 부실기업으로 낙인이 찍혀버려서 회생을 위한 절차가 사실상 사형선고와 다름없게 되는 문제가 있다. 그래서 시장친화적인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제기되어 왔다. 이 방식은 인수합병(M&A)을 통한 것인데, 그것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사모투자전문회사(PEF)를 통한 방식이 있고, 기업구조조정조합(CR조합)을 통한 방식이 있다. 그런데 이들 방식은 대체로 대기업에 해당하는 것이지 중소기업, 자영업에는 적용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물론 혁신기술을 개발한 스타트업의 경우 M&A펀드를 통해 인수합병이 가능하지만, 현재 코로나19에 따른 경우들과는 좀 다르다.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등 소규모 사업자에 적용할 수 있는 방식으로는 일본에서 혹은 EU에서 시행되는 방식을 참고할 수 있다. 일본에서는 '산업경쟁력강화법'에 따라 중소기업재생지원협의회를 지역 단위에 공적으로 설치해서 제3자의 중립적인 입장에서 채무조정, 재생계획 지원을 동시에 진행하는 방식을 취한다. 그래서 대출조건 변경 등의 채무조정프로그램이 중소기업에게 많이 활용되고 있다. 물론 채무조정, 금융 지원은 역시 채무누적으로 남을 뿐이어서, 전반적인 수요 활성화와 그 순간까지의 생존을 위한 생계비 지원은 사회가 감당해야 할 과제이며, 시장 소비자가 선택하는 업종과 업태, 경영능력은 개별 사업자가 감당해야 할 과제라 할 수 있다.

유럽에서는 1994년 EU위원회가 '위기 기업의 구제 및 구조조정을 위한 정부지원에 관한 지침'을 처음 채택했고, 2004년 EU위원회는 새 지침을 채택해서 2014년 재개정될 때까지 유지했다. 2014년 이전 지침은 정부 지원이 이루어질 때 시장경쟁에 왜곡을 최소화하는 방안에 초점을 두었다가 2014년 재개정에서 정부 지원이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정부 지원이 공공의 이익 측면에서 실제로 부합하는지를 검토하는 여과 장치들을 포함시켰다.

정부 개입이 필요한 경우는 해당 지역 및 주변 지역의 실업률이 EU 평균보다 혹은 국내 평균보다 높고 지속적이며 새로운 고용 창출의 어려움이 동반되는 경우 중 하나에 해당할 때, 신용시장의 실패 혹은 불리한 인센티브가 생존 가능한 기업을 파산에 이르게 할 경우 등 7가지 경우로 명확히 했다. 구조조정에 관한 지원은 긴급한 도산을 방지하기 위한 일시적인 긴급 지원으로서의 구제 지원, 장기적인 생존능력을 회복하게 하는 구조조정 지원, 중소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지원을 간소화하면서 시장왜곡을 줄이기 위한 일시적 구조조정 지원 등 3가지 범주로 구분하였다.

부실자산 대책으로 채무조정 때문에 은행에 손실이 발생할 경우 자산보호제도를 통해 총 손실의 일정 부분을 보상해주고, 수수료 또는 우선주 등을 수취하는 보험계약을 체결하는 영국의 예를 참고할 수 있다. 은행에 정부가 구제금융을 제공하는 대신 국내 대출 우선조건을 부과하는 등 자금운영에도 개입할 수 있다. 구조조정 담당 기구에 관해서는 종업원 20인 이하의 경우와 250인 이하, 400인 이상 기업의 경우를 분리하는 프랑스의 예를 참고할 수 있다.

3. 한국경제에서 구조조정의 성공적인 선례

산업 측면에서는 한국이야말로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진행함으로써 국가경제와 기업의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여온 가장 성공적인 나라라 할 수 있다. 1997년 외환위기에 직면해서 단군 이래 최대의 경제 재난을 겪었지만, 그전까지 소위 선단형 체제라 해서 통칭 목장갑에서 자동차, 비행기까지 전 분야 업종을 거느렸던 재벌의 문어발식 체제를 탈피해서 업종전문화를 하도록 유도했다. 그 결과 오늘날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가전, 자동차, 조선 등 각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게 되었다 할 수 있다.

물론 IMF의 요구에 따른 노동분야 구조조정으로 비정규직 노동을 양산함으로써 지금까지도 한국사회의 양극화의 원점이 된 것도 간과할 수 없다. 그나마 그 과정에 우리나라 복지제도의 기본틀을 짜서 현 정부에서 '포용국가'의 사회안전망으로 강화될 수는 있었다. 당시 김대중 정부가 사회안전망과 재고용 관련 제도를 법제화하기 전에 인천에서 대우자동차가 파산하면서 노사 합의에 의해 기업 단위에서 실직자 재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 것도 소중한 경험이었다.

외환위기 이전에는 1970년대 중화학공업 투자가 1980년대 석유위기를 맞아 중화학투자조정을 겪어야 했고, 중동 건설붐을 타고 무분별하게 확장했던 해운 건설업이 1986년 또 구조조정을 거쳐야 했던 사례가 있다. 이것은 투명한 절차를 갖추지 않은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 사례라 할 수 있다. 미시적으로 1986년에 '기업활력제고법'이 한시 특별법으로 제정되어 (대)기업의 사업재편을 지원했는데, 이 법에 따라 사업을 맞교환함으로써 일부 대기업들이 석유화학, IT, 방위산업 분야 등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게 되었고, 그 성과가 요즘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가장 최근인 재작년 2018-19년에는 남해안 벨트에서 조선산업 불황으로 많은 실직자들이 나와서 시름이 깊었는데, 물길을 가르는(유체역학) 숙련 역량을 가진 근로자들이 뜻밖에 인접한 사천에서 하늘을 가르는 항공산업에 취업함으로써 개인적으로 실업의 고통을 면했을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항공산업 발전에 커다란 기여를 하고 있다.

4. 구조조정 과정에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것

우리 사회는 구조조정 과정에 필요한 사회적 제도는 이제 거의 갖춰졌다고 볼 수 있고 약간의 보완이 필요하다. 사회안전망이 좀 더 튼튼히 갖추어져서 실업수당의 소득대체율이 높아져야 하고, 적용대상이 더 넓어지도록 전 국민 고용보험제도가 하루라도 빨리 확대 실시되어야 한다. 역시 고용에 대한 대책은 무엇보다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한다. 재교육을 통해 인접 대체산업으로 재고용이 되도록, 이 과정에 자신의 노동력 가치를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더 생산성이 높고 대우가 좋은 일자리로 옮겨갈 수 있도록 당사자의 노력과 사회의 제도적 지원이 잘 갖춰져야 한다.

둘째는 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지원이 단기적인 자금 지원 등의 채무조정에 그치지 말고 제조업 혹은 서비스업에서 생산 혹은 사업 과정의 스마트화 등 공정혁신과 생산 품목의 혁신 등 혁신역량 강화와 결합되도록 해야 한다. 이 점에서는 작년부터 정부가 시작한 한국판 뉴딜사업은 넓게 보면 이미 구조조정사업이며, 이미 시작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시장 경쟁력이 약화된 기업 혹은 산업에 대한 지원으로 좀비기업이 유지되도록 하는 구조조정은 절대 피해야 한다. 일본에서 석유화학, 조선, 가전,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의 부문에서 경쟁력이 약화한 대기업을 정부 주도로 통합하고 국고를 투입한 결과 산업경쟁력이 괴멸되어온 과정은 반면교사의 예라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국유화 방식의 구조조정은 가능하면 피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기간산업인 경우 혹은 대기업인 경우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관리 하에 어쩔 수 없이 유지되는 부실기업들이 있는데, 국민경제와 고용에 미치는 영향 때문이긴 하지만 가능하면 단기간에 그쳐야 한다. 북유럽의 사민주의 복지국가에서의 구조조정 방식에 관심을 가지고 봤는데, 국유화 방식에서 실패를 겪은 후 시장기능에 맡기고, 그에 따른 재고용(사회안전망) 혹은 창업지원정책 중심이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5. 그 외 고려해야 할 점

구조조정은 말은 쉽지만 당장 그 과정은 고통스런 과정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자칫 방어적 관점에서 대하기 쉬운데, 어려운 가운데에도 노사와 자영업자, 또 사회 및 국가가 고통을 분담하면서 힘을 모아서, 이미 우리 사회의 DNA가 되어버린, 위기를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삼는 적극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 또 만약에 공적자금을 투입할 경우는 그 과정을 절대적으로 투명하게 진행해야 하는 것도 중요하다.

또 우리 사회에서는 정책 관련 논쟁, 나아가 사회 혹은 경제에 관한 논란을 다소 주먹구구식으로 혹은 정략적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가능하면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진행해서 정책이 입안·시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생산적 논쟁이 되고 그 속에서 부족한 점을 발견하면 또 보완함으로써 발전을 이룰 수 있다. (이런 점에서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기 위한 업종, 지역, 기업별 지표 개발이 필요하다)

물론 사회과학에서 과학적이라 함은 역사적 경험과 통계자료를 기반으로 할 수밖에 없어서 통계에 잡히지 않는 부분도 있을 수 있는데, 그에 관해서는 또 별도의 고려와 노력이 있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김재훈 기자는 대구대 경제학과 교수입니다.


태그:#코로나19, #구조조정, #자영업, #중소기업, #한국판 뉴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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