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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단편 소설을 도용해 5개 문학상을 수상한 손아무개씨가 19일 <오마이뉴스>를 통해 "너무 후회스럽고 할 말이 없다"며 피해자에게 사과의 뜻을 밝혔다.

손씨는 "인터넷에서 퍼온 남의 글을 문학상 공모전에 그대로 제출했다"며 "남의 글이라 당선될 줄 모르고 제출했는데 모두 당선됐다. 처음엔 '큰일 났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설마 문제 되겠어' 하는 안일하고 이기적인 생각이 앞섰다"고 털어놨다.

공모전 자료에 '모 대학원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라고 소개한 데 대해서는 "군 복무 도중 모 대학교 대학원 박사과정에 입학했고 도중 휴학했지만, 추가 학비를 내지 못해 제적 처리됐다"며 "(사실이 아닌 경력을 쓰면서도) 크게 죄의식을 못 느꼈다. 할 말이 없다"고 사과했다.

그는 남의 작품을 도용하게 된 계기와 관련해 "돈이 필요해 응모전에 참여했다"라며 "처음엔 순수 창작품을 내놓았지만, 능력에 한계를 느껴 나쁜 마음을 먹고 남의 것을 도용하게 됐고, 반복되다 보니 도덕적으로 아주 무뎌지고 나중엔 내가 창작하지 않은 것도 '내가 한 거야' 하는 의식까지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저로 인해 피해를 본 분들께 잘못했다고 사과하고 싶다, 구체적으로 잘못에 대해 진심으로 반성하고 싶은 마음뿐"이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손씨와의 전화 인터뷰를 요약한 내용.

"시간 지날수록 이기적 생각 앞서... 후회스럽다"
     
손아무개씨가 개인 페이스북에 올린 문학상 상패
 손아무개씨가 개인 페이스북에 올린 문학상 상패
ⓒ 페이스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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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상 공모전에 남의 작품을 도용해 제출했다.

"맞다. 할 말이 없다. 무슨 할 말이 있겠나. 피해작가님께 법적·도의적 책임 다 하겠다."

- 왜 남의 글을 도용했나?

"인터넷에서 퍼온 글이었다. 원작자가 누구인지 몰랐다. 매년 비슷한 시기 소설 공모전을 하는데 그냥 제출해 봤다. 남의 글이라 당선될 줄 몰랐다. 다섯 곳에 제출했는데 모두 당선됐다. 처음엔 '큰일 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설마 문제 되겠어' 하는 안일하고 이기적인 생각이 앞섰다. 너무 후회스럽다."

- 페이스북에 당선됐다고 홍보까지 하지 않았나?

"페이스북 친구들도 많지 않고, 페이스북은 그냥 이력을 정리한다는 생각으로 올린 것이다. 널리 자랑하려고 한 건 아니다."
     
- 여러 공모전에도 응모해 많은 상을 받았는데 이것도 모두 도용한 건가?

"내가 직접 한 것도 있고, 도용하거나 표절한 것도 있다. 내가 한 것과 아닌 것이 뒤섞여 있다. 도용한 게 아닌데도 의심받고 있는 게 많지만 지금 시시비비를 가릴 때는 아니지 않나. 워낙 잘못한 부분이 더 크다는 걸 잘 알고 있다."

- 현재 심경은?

"할 말이 없다. 김민정 작가에게는 페이스북 메신저를 통해 정중히 사과하고 법적·도의적 책임을 다하겠다고 했다. 나머지 공모전 피해자들에게도 할 수만 있다면 전국을 찾아다니며 잘못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리고 싶다."

- 모 대학원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라고 소개했다. 재학 중인 게 맞나?

"군 복무 도중 모 대학교 대학원 박사과정에 입학했다. 3년간 6학기를 다녀야 하는데 군 복무로 도중 휴학했다. 4학기에 해당하는 학비도 냈다. 하지만 도중에 학비를 내지 못해 제적 처리됐다. 대학원 재학 중이 아닌데도 공모전에 대학원생 이력을 썼는데, 실제 해당 대학원 박사과정에 다닌 경력이 있어 크게 죄의식을 못 느꼈다. 할 말이 없다."

"표절 문제 몰랐다? 내가 그렇게 말했을 리 없다, 피해작가께 사과"
   
- 어제 한 언론 인터뷰 내용을 보면 '작품 표절이 문학상 수상에 결격 사유가 되는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그렇게 보도됐나. 제가 그렇게 말했을 리 없다."

- 보도 이후 지방자치단체나 단체에서는 연락이 없었나?

"메일도 오고 전화도 왔다. 아직 다 확인하지 못했다. 몇몇 곳에서는 상장과 수상금을 반환하면 법적 조치는 하지 않겠다고 했다. 반환하는 게 당연하다. 해당 자치단체와 단체 분들께, 저로 인해 피해를 본 분들께 사죄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 남의 작품을 표절, 도용하는 것은 범죄행위다. 이 때문에 죄의식 없이 표절과 도용을 일삼은 행위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저작권에 대한 인식 자체가 없었던 건 아닌가?

"저도 왜 이 지경까지 왔는지 잘 모르겠다. 변명은 아니고 개인적인 얘기를 하자면, 군에서 11년간 헌병 장교로 복무하다 몇 년 전 오해가 쌓이면서 불명예 제대했다. 이 일로 우울증과 강박증 등에 시달려 병원에서 격리치료를 받았다. 와중에 아버님은 암으로 돌아가시고 어머님마저 암투병 중이다.

처음엔 행정학 전공을 살려 지방자치단체 공모전에 참여했고 수상을 했다. 이거다 싶어 여기저기 공모에 참여했는데 점차 능력에 한계를 느꼈다. 돈이 필요했고, 그래서 나쁜 마음을 먹고 남의 것을 도용하게 됐다. 이게 반복되다 보니 도덕적으로 많이 무뎌진 것 같고, 나중엔 내가 창작하지 않은 것도 '내가 한 거야' 하는 의식까지 생겼다."

- 더 하고 싶은 얘기가 있나?

"무슨 할말이 있겠는가. 저로 인해 피해를 본 분들께 잘못했다고 사과하고 싶다. 구체적으로 잘못에 대해 진심으로 반성하고 싶은 마음뿐이다."

태그:#문학상, #공모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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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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