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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북구 일대 부동산을 둘러보는 시민.
 서울 성북구 일대 부동산을 둘러보는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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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의 정부와 가계·기업 등 3대 경제주체의 부채, 즉 총부채는 외형상 대략 5000조 원 정도 된다. 그 숫자가 도대체 얼마나 큰 숫자인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이 부채가 폭탄이 되어 우리 경제에 큰 부담을 줄 것이라고 한다. 그렇게 될 경우 물론 피해 보는 층은 일반 서민들일 것이다.

그래서 총부채가 정말 치명적인 폭탄이 될 것인지, 그냥 지나가는 폭탄이 될 것인지 그 진실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총부채 5000조 원을 이해하기 쉽게 정리하면 대략 다음과 같다.

1. 민간 부문 총대출금 : 약 3050조 원
   ▶ 가계 부채 약 2200조원(가계부채 1700조원 + 자영업자 &임대사업자 대출)
   ▶ 기업 부채 약 850조 원(대기업 + 중소기업 대출)

2. 공기업 대출 및 회사채 등 : 약 1000조 원이다
   ▶ 공기업 대출 약 450조 원
   ▶ 회사채 등 약 550조 원(회사채, ABS, CP 등 합산)

3. 정부 부채 :  약 865조 원
   ▶ 중앙 정부 부채 약 815조 원
   ▶ 지방 정부 부채 약 50조 원​


위 3가지 항목을 모두 합하면 총부채는 약 4915조 원이다. 여기에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의 충당금 부채 약 1000조 원을 합하면 총부채는 약 6000조 원이 된다. ​이렇게 정리한 총부채 5000조~6000조 원의 위험성을 하나씩 하나씩 짚어 본다.

먼저 정부부채는 그렇게 위험하지 않다. 오히려 연금 부채가 문제다. 우리나라 정부부채는 실제 지급해야 할 금액을 기준으로 약 865조 원이고, GDP 대비 비율은 약 45% 내외이다. 코로나19 때문에 재난 지원금이 더 지급되더라도 그렇게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정부의 부채비율 약 45%는 OECD 평균인 약 110%에 비하여 절반도 채 되지 않는다.

그런데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 지급에 대비하여 앞으로 지급해야 할 연금 충당금 부채가 약 1000조 원 정도 된다. 이렇게 정부부채의 위험은 엉뚱하게도 다른 곳에 있는 것이다. 연금 충당금 부채는 미래에 발생할 지급채무를 의미하는 것이므로,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해서 이를 무시하거나 소홀히 여기는 것은 매우 위험한 생각이다. 더구나 기대수명이 늘어나면서 연금부채는 더 증가할 것이므로, 이것이야말로 미래 세대를 빚더미에 밀어 넣을 폭탄이 될 것이다. 연금 개혁이 시급한 이유이다.

공기업 대출 및 민간의 비대출 부문도 그렇게 위험하지 않다. 공기업 대출은 국제 기준상 정부부채로 인식하지 않는 것이 관례다. 예를 들어 한국토지주택공사(LH), 도로공사, 한국전력과 같은 공기업은 부채가 있더라도 그에 상응하는 자산을 갖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고, 정상적인 영업활동으로 수익을 얻고 있기 때문에 상환 능력에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따라서 공기업 대출을 정부부채로 분류하고 그 금액이 너무 많아 마치 무슨 큰 일이라도 날 것처럼 여론을 호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

민간의 비대출 부문, 예를 들어 회사채나 ABS, CP 등도 그렇게 우려할 부분이 되지 않는다. 이것은 기업의 신용을 바탕으로 금융시장에서 조달한 금액이다. 대부분 대기업들이 조달한 것으로 이것이 우리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우리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부문은 바로 가계부채다. 우리나라의 순수 가계부채는 약 1700조원 정도 된다. 한국은행의 발표에 따르면 2020년 9월말 현재 가계부채는 1682조 원이지만, 12월말 기준으로는 1700조 원을 넘길 것이 확실시 된다. 여기에 사실상 가계부문이라 할 수 있는 자영업자 대출, 부동산 임대사업자 대출 약 500조 원을 합산할 경우 총가계부채는 약 2200조원에 달한다. 우리나라 국내총생산 GDP를 훨씬 넘는 규모이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가계부채의 상환능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 가계부채의 심각성을 나타내는 자료가 하나 있다. 세 곳 이상의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는 약 420만 명에 이르며 그 금액은 약 480조 원에 달한다는 것이다. 이 수치는 어느 금융기관에서든 한 곳에서만 상환 압박을 받을 경우라도 심각한 위험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을 경고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가계부채의 집계에 심각한 오류가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당국에서는 가계부채의 규모를 줄이기 위해, 사업자등록증만 갖고 대출을 받으면 이것을 가계부채로 분류하지 않고 기업부채로 분류한다는 것이다. 가족끼리 운영하거나 기껏해야 종업원 1~2명을 고용하는 자영업자, 그리고 아무런 활동을 하지 않고 임대료 수입만을 얻는 임대사업자를 기업활동으로 간주하고 가계부채로 분류하지 않는 것은, 가계부채의 심각성을 일부러 축소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가계부채의 가장 큰 특징은 집값 관련 부채라는 점이다. 집값이 상승하면 덩달아 가계부채가 늘어난다. 가계부채의 위험을 선제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집값을 안정시켜야 하고 가계부채 총량을 줄여야 한다. 이는 금리 인상으로 가능하다. 하지만 저금리의 단맛에 빠진 사람들은 금리를 올리면 큰 일이 일어날 것이라 공포를 조성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자면 금리를 올리면 집값이 하락하여, 집을 담보로 대출해 준 은행들이 어려움을 겪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심각한 경제위기가 올 수 있다는 식이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은행들은 대출을 해줄 때 LTV 즉 담보비율을 지켜 대출을 하게 되는데, 그 담보비율은 대략 50% 내외다. 따라서 집값이 하락하더라도 그것이 은행 손실로 바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의 총부채 5000조원은 관리가 가능한 수준이다. 문제는 가계부채다. 정부부채와 기업부채는 양호한 수준이다. 다만 가계부채는 빨간불이 켜졌다. 폭탄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폭탄이 터지기 전에 미리 관리해야 한다. 지금도 가계부채는 매년 100조원씩 늘어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가계부채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가계부채의 대부분인 집과 관련된 금융을 줄여야 하고, 그를 위해서는 집값을 안정시켜야 한다. 그리고 집값 안정을 위해서는 금리를 올려야 한다. 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금리는 원래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이 더 일반적이다. 내릴 때가 있으면 오를 때가 있는 것이고, 오를 때가 있으면 내릴 때가 있다. 지금과 같이 저금리가 계속 이어지는 것이 오히려 비정상이다. 지금은 금리를 올려 집값을 안정시키고 가계부채를 줄여야 할 때이다. 그것이 가계부채의 위험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태그:#총부채, #정부부채, #집값, #집값대책, #저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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