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시즌 이후  FA B등급 획득이 유력해진 한현희

올시즌 이후 FA B등급 획득이 유력해진 한현희 ⓒ 키움 히어로즈

 
애초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뜨거운 올해 KBO 스토브리그에서 특기할만한 대목은 'FA 등급제'가 최초로 도입됐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이적이 가능한 대어급이 A급에 몰려있고, B급 대상자부터는 기량이나 보상금 문제로 아직까지 등급제의 수혜자가 나오지는 않았다.

하지만, 2021시즌 이후는 사뭇 다를 것으로 보인다. FA 등급제를 노린 선수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2020시즌 3억 5000만 원의 연봉을 받았던 키움 히어로즈 서건창은 선수 본인이 삭감을 요청해 2억 2500만 원의 연봉에 계약했다. 타율 0.277 5홈런 52타점 OPS(출루율 + 장타율) 0.776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인 WAR(케이비리포트 기준) 2.3으로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뒀음에도 FA 등급제를 감안해 무려 1억 2500만 원이라는 거액의 삭감을 감수한 것이다.

같은 팀 투수 한현희 역시 기존 연봉(2억 9000만 원)과 동결된 금액에 계약을 마쳤다. 2020시즌 25경기 모두 선발로 출전해 7승(9패)을 거둔 한현희는 135.2이닝 동안 4.98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5위팀 선발 투수임을 감안하면 눈에 띄는 성적은 아니다.

하지만 2019시즌엔 불펜투수로 24홀드, 2018시즌엔 선발투수로 11승을 기록했을 만큼 선발-불펜 보직을 가리지 않고 활용이 가능한 투수다. 이런 투수는 FA 직전해 성적이 평범하더라도 보상금을 염두에 두고, 연봉이 상당폭 인상되게 마련이다.

※ 키움 한현희 프로 데뷔 이후 주요 투구 기록
 
 키움 한현희 12시즌 이후 주요 기록 (출처=야구기록실,KBReport.com)

키움 한현희 12시즌 이후 주요 기록 (출처=야구기록실,KBReport.com) ⓒ 케이비리포트

 
결국 한현희가 동결된 연봉에 계약한 것은 올시즌 이후 FA 자격을 취득하며 B등급을 받을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보상금 문제도 있지만 A등급의 경우, 20인을 제외한 명단에서 보상선수가 선택되는 반면, B등급은 25인을 제외한 명단에서 보상선수가 선택된다. 큰 출혈 없이 리그에 귀한 젊은 선발 투수 영입이 가능하기 때문에, 여러 구단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뿐만 아니라 원소속 구단인 키움과의 협상에서도 더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다. 보상 제도로 인해 이적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FA는 원소속 구단 제시액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결국 도장을 찍는 경우가 대다수다. 하지만, 이적 가능성이 열려있다면, 키움 잔류를 우선으로 해도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다.

실제로, 종목은 다르지만 프로농구 KBL에도 흡사한 사례가 있다. 리그 탑 가드였던 이대성이 FA를 앞두고 소속팀 현대모비스에 스스로 연봉 삭감을 요구했다.

연봉 삭감 덕에 보상선수가 없는 무보상 FA가 될 수 있었던 이대성은 이적시장 최대어로 분류될 수 있었다. 이후 그는 kt, 오리온 등 다수 구단과 자유로운 협상을 한 끝에 보수총액 5억 5000만 원이라는 대형 계약을 따냈다.
 
 올시즌 이후 FA 자격을 얻게 되는 한현희

올시즌 이후 FA 자격을 얻게 되는 한현희 ⓒ 키움 히어로즈

 
연봉 동결을 택한 한현희 역시 이대성의 사례나 팀 동료 서건창과 마찬가지로 FA 취득 시 보다 유리한 조건에서 협상할 수 있게 됐다. 이제 남은 것은 2021시즌 선발 투수로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한현희의 구위는 여전히 뛰어나다는 평가지만 시즌 중 기복을 보이는 점과 25번의 선발 등판 중 퀄리티스타트가 9회에 불과할 정도로 이닝 소화 능력이 아쉬운 점을 보완해야 선발 FA로 많은 팀의 러브콜을 받을 수 있다.

지난 2018년처럼 선발투수로 두자릿수 승수를 기록하면서 안정감을 높인다면 4년 총액 50억 원 이상의 FA 대박을 터뜨리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리그에는 여전히 젊은 선발투수에 대한 수요가 넘치고 20대 후반에 FA로 풀리는 투수 한현희의 가치는 높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2021시즌 연봉 동결이라는 승부수를 던진 한현희가 자신의 의도대로 FA로이드를 발현하며 확실한 선발 투수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관련 기사] 스스로 연봉 깎은 서건창, 'FA 등급제' 승부수 던졌다

[기록 참조: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KBO기록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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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글: 이정민 / 김정학 기자) 기사 문의 및 스포츠 필진·웹툰작가 지원하기[ kbr@kbreport.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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