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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원감이 훔쳐갔다가 유치원에 되돌려 놓은 명화. 노란색 원 속에 있는 사람 다리 모습이 윗 사진 노란색 원 내용과 일치한다.
 B원감이 훔쳐갔다가 유치원에 되돌려 놓은 명화..
ⓒ 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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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초등학교 병설 공립유치원 소속 현직 원감이 자신이 근무하는 유치원 용품 수십 개를 훔쳤다가, 문제가 되자 되돌려 놓은 사실이 확인됐다. 이 유치원 교사 전원은 해당 사실을 서울시교육청에 공익 제보했고, 해당 유치원 원감은 <오마이뉴스>에 "죄송하다"면서 관련 사실을 시인했다.

유치원 교사들 "겁도 났지만, 이런 분이 원장 되면 안 될 것 같아서..."

13일, <오마이뉴스>는 이날 서울시교육청 소속 A초 병설 유치원 교사들이 서울시교육청 공익제보센터에 낸 '공직 비리 민원 신고서'를 입수해 살펴봤다.

이 신고서에는 해당 유치원에 근무하는 B원감의 물품 절도 행위를 뒷받침해주는 '훔친 물품 목록', 원감이 나온 CCTV 화면자료, 원감이 절도 사실을 시인하는 녹취록 등이 들어 있었다.

교사들은 자신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적은 신고서에서 "B원감은 지난 2년간 지속적으로 유치원 유아들의 교육활동용 예산으로 수업활동과 무관한 전문가용 미술용품, 인테리어 소품, 의자, 그림 등 자신의 취향에 맞는 물품을 구입해 빼돌려 사적으로 취득하는 행위를 지속했다"면서 "원감의 비위와 부조리는 철저한 감사를 통해 그 실체가 밝혀져야 하고, 정당한 대가를 반드시 치러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B원감은 오는 3월 1일자로 원장 승진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유치원을 옮기는 상황인데도 근무를 같이했던 교사들이 관련 내용을 제보한 것이다.

이날 공익 제보한 한 교사는 <오마이뉴스>에 "공익제보를 해야 될 것인지 말아야 할 것인지 몇날 며칠을 동료 교사들과 함께 고통스럽게 고민했다"면서 "우리가 눈만 감으면 그냥 파묻힐 문제지만 이렇게 인성이 되지 않는 분들이 승진발령이 되는 상황을 그냥 놔두면 안 될 것 같아 겁도 나지만 용기를 내게 됐다"고 신고 이유를 밝혔다.

이날 교사들이 해당 원감이 훔쳐간 학교 용품으로 지목한 물품은 39가지였다. 명화, 대형캔버스 화이트, 의자, 화병, 인형, 인테리어 쿠션, 전문가용 그림붓 세트, 고급 72색 색연필, 고급 꽃병, 오르골 등이다.

교사들은 신고서에 "유치원 물품이 자꾸 사라져 이상하다고 생각하던 중 원감이 직접 품의를 올려 유아들이 쓰지도 않는 물품을 구입한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면서 "그래서 교사들이 지난해(2020년) 12월 3일부터 유치원에 교감 품의로 구입된 물품이 있는지 확인했는데 발견하지 못했다"고 적었다.

이어 교사들은 "이런 사실에 대해 교사들이 원감과 원장(A초 교장)에게 말하자, 원감이 지난해 12월 중순쯤부터 자신이 빼돌린 물품들을 교직원들 몰래 자료실과 정리장에 갖다놓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원감의 이런 행동은 교사들이 확보한 지난해 12월 16일 오후 3시 23분 유치원 CCTV 증거사진을 통해서도 확인됐다. 사라진 명화를 잘 보이지 않게 포개들고 유치원에 들어오는 B원감의 모습이 동영상에 담겨 있었던 것이다.

B원감은 자신의 절도 사실에 대해 시인했다. 다음은 12일 오후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 내용이다.

- 학교 물품을 절도한 것이 사실이냐.
"근데 다 가져다놓았다."

- 왜 그렇게 하셨느냐.
"죄송하다"

- 원장 발령 앞둔 분이, 월급도 다 받고 있을 텐데 특별한 사정이 있었느냐.
"죄송하다. 우선 끊겠다."

B원감 "창피해서 가져간 물건에 대해 말 못했다"

B원감은 절도 사실에 대해 이 유치원 교사들과 면담하는 자리에서도 시인했다. 신고서에 첨부된 녹취록에 따르면 해당 원감은 지난 8일 오후 3시, 이 유치원 원장과 교사들이 있는 자리에서 "교사들이 처음에 물건을 찾았을 때 정신이 번쩍 들었지만 무섭고 겁도 나고 창피해서 가져간 물건에 대해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면서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이번 사건에 대해 전교조 서울지부의 한 관계자는 "이런 절도를 저지르는 사람이 원장으로 승진하는 것을 방치해서는 유아들에게 막대한 피해가 갈 것으로 생각해 유치원 교사들이 용기를 낸 것으로 판단한다"면서 "서울시교육청은 이번 문제에 대해 긴급 감사에 착수해야 할 것이며, 공익제보 교사들의 신변 안전이 보장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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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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