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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대재해 처벌법이 본회의에 통과된 후 고 김영균씨의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과 고 이한빛PD의 아버지 이용관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이사장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 단식농성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하자, 시민들이 장기간 단식농성으로 지친 이들의 건강을 걱정하며 이불을 덮어주고 있다.
 중대재해 처벌법이 본회의에 통과된 후 고 김영균씨의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과 고 이한빛PD의 아버지 이용관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이사장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 단식농성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하자, 시민들이 장기간 단식농성으로 지친 이들의 건강을 걱정하며 이불을 덮어주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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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국회 본회의에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이 통과되면서 33일간의 농성이 종료되었다. 고 김용균 노동자의 어머니 김미숙씨와 고 이한빛 PD의 아버지 이용관씨,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아래 중대재해법) 제정운동본부 이상진 집행위원장이 29일간 진행한 단식투쟁도 같은 날 끝이 났다. 단식농성은 종료되었지만, 죽음을 막기 위한 제대로 된 법을 만드는 활동은 다시 시작될 예정이다.
  
'작업장에서 사고가 났다', '노동자가 죽었다'는 기사가 없는 날이 없다. 업무지시를 따라 일하다가 컨베이어벨트에 몸이 조각난 고 김용균이 있고, 파쇄기가 집어삼킨 고 김재순도 있다. 연락도 불가능한 빗물펌프장에서 수장된 하청노동자가 있고, 메탄올에 눈을 빼앗긴 파견노동자들도 있으며, 직장괴롭힘에 죽음을 택해야 했던 고 김동준, 건설현장에서 추락사를 당한 고 김태규도 있다.
  
그리고 일하다 아프고 병들고 다쳐 죽어도 그냥 지워져 버리는 노동자들이 있다. 38명의 목숨을 앗아간 한익스프레스 사고, 용인 물류창고 화재는 비용을 줄이려 하청도급을 위주로 작업하고 안전장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발생했고, 화재는 노동자들의 삶도 태워버렸다. 연이어 발생할 정도로 같은 산재가 반복되고 있다.

원청-하청-재하청으로 이어지는 작업구조에서 일하던 화물노동자가 발전소에서 추락해서, 떨어진 물체에 깔려서 사망한 사고도 연이어 발생했다. 이렇게 어느 날 갑자기 기업에 의한 죽임을 당한 이들을 얘기하자면 매일 7명을 이야기해야 한다.

창사 이래 한 달에 한 명씩은 죽는다는 현대중공업은 여전히 아무 일 없다는 듯 일하고 있다. 크레인 사고로 하청노동자 31명이 죽고 다쳤지만, 삼성중공업은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았다. 목숨을 빼앗기는 것은 노동자들, 그중에서도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그러나 그 일을 진행하는 데 실질적 영향을 가진 원청기업은 왜 아무 책임도 지지 않는가.

시민재해라고 다르지 않다. 세월호 참사는 여전히 진실규명이 안 되고 있다. 가습기살균제 참사로 1만여 명이 죽거나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상태가 됐지만, 12일 진행된 1심 재판에서 관련 기업 대표와 임직원들이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2017년 22명이 실종된 스텔라데이지호의 침몰에도 선사인 폴라리스 쉬핑은 불기소처분을 받았다.

인하대 학생들은 춘천으로 봉사활동을 갔다가 산사태로 매몰되는 참사를 당했다. 행정관청이 산사태 위험지역에 민박집 허가를 내주면서 발생한 참사였다. 대구지하철 화재참사도 마찬가지였다. 싼 자재로 휘감은 지하철은 불쏘시개 역할을 했고, 192명이 사망했지만 대구지하철공사는 벌금 1천만 원으로 책임을 면했다. 사회적 참사에는 책임공무원의 부실한 관리·감독이 있거나 부정한 청탁과 뇌물이 오간 경우가 종종 있다.

가장 많은 죽음에 적용되지 않는 중대재해법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이 가결되고 있다.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이 가결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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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최악의 살인기업을 선정하고 영국의 기업살인법을 소개하면서 중대재해법 제정운동은 시작되었다. 대구지하철 참사와 세월호 참사를 지나면서 산재사망과 재난안전에 대해 기업과 정부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기업, 경영책임자, 책임공무원, 기관에 권한만큼의 책임을 물어야 안전이 지켜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난간에 서 있는 노동자와 경영책임자가 한 줄로 묶여 있다면 어떤 경영책임자가 썩은 동아줄을 사용하라고 하겠는가.

그런데 8일 만들어진 법안은 노동자‧시민의 생명보다는 기업을 배려하고 경영책임자들을 고려하였음이 묻어났다. 국회의원이 발의한 중대재해에 관한 5개의 법안 어디에도 없던 '5인 미만 사업장 적용 제외' 주장이 튀어나온 것이다. 노동자, 시민이 덜 죽고 덜 다치는 법을 만들자 했더니, 국회는 안전에 차별을 두는 법을 만들었다.

산재사망사고 발생률을 살펴보면, 79%(2020년 9월까지)가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했다. 10인 미만은 40%이고 5인 미만으로 하면 20%다. 그런데도 국회는 산재사망사고가 빈번히 발생하는 곳에 법을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묻고 싶다. 5인 미만 사업장의 노동자들은 죽어도 되는 목숨인가? 50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은 3년 후에 산재를 당하면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하나?

중대재해처벌법 제정과 무관하게 10일에는 여수산단에서 청년노동자가 컨베이어벨트에 끼어서, 11일에는 광주 폐플라스틱 재생공장에서 50대 여성노동자가 기계에 끼어 사망했다.

다 영세사업장이다. 이런 죽음들이 계속되겠지만, 아무도 처벌받지 않을 것이다. 목숨을 보호하는 안전장치는 갖춰지지 않을 것이며, 위험의 외주화는 계속될 것이다.

앞으로는 5인, 50인 기준으로 사업장을 쪼개는 일이 수시로 생길 게 자명하다. 시민재해의 경우도 바닥면적에 따라, 사업장 규모에 따라, 업종에 따라 사업주의 책임을 묻지 못하는 예외들이 만들어졌고, 법 제정으로 공무원에 대한 처벌도 불가능해졌다.
  
원청‧경영책임자가 져야 할 기업범죄에 대한 책임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 참관 중 후퇴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대해 발언하려다 제지당하고 있다.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 참관 중 후퇴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대해 발언하려다 제지당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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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칠 수도, 병들 수도, 죽을 수도 있다는 걸 알면서 조처를 하지 않는다면 그게 실수인가? 이는 문제를 알고도 침묵한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이용한 것이고 의도한 것이다.

그러나 법사위 논의과정에서 '안전의무를 총괄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이 책임져야지 왜 대표이사까지 책임지냐'는 이야기가 나왔다. 10억 이하의 벌금보다 1년 이상의 징역형이 더 필요했고, 안전담당자들이 처벌받는 게 아니라 최종 결정권자가 처벌을 받는 것이 절실했는데 말이다. 

법안에 따라 앞으로 모든 회사엔 '안전보건이사'가 생길 것이다. 이전에는 과장, 부장이 책임지고 벌금을 받았다면, 이제는 '안전보건이사'가 벌금을 받게 될 것이다. 직책만 달라졌을 뿐 최고경영책임자는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다. 기업운영방침, 재정분배, 인력배치 등을 결정할 최종권한은 경영책임자에게 있는데도 '안전보건이사'에게 권한을 위임했다는 결정 하나면 처벌망을 벗어날 수 있다.

다단계 책임소재 떠넘기기를 막기 위해 경영책임자 처벌과 함께 공기단축을 요구하는 발주처가 처벌 대상이 되어야 함을 10만 명의 국민이 청원을 통해 요구했다. 그러나 발주처의 책임은 묻지 못하게 되었다. 직업병과 조직적 일터괴롭힘에 의한 죽음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싸워나가야 한다. 반복적인 사고를 만들거나 사고를 은폐하는 기업에 대해 인과관계 추정이 도입되어야 한다고 했으나 그것마저 빠졌다.

차별을 담은 법, 다시 바꾸는 출발점에 서서
 
 
 10일 오전, 정의당 지도부가 마석 모란공원을 찾아 고 노회찬 전 원내대표의 묘소를 참배하고 있다. 이들은 중대재해법이 당초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원안에 비해 크게 후퇴한 데 대해 사과했다.
 10일 오전, 정의당 지도부가 마석 모란공원을 찾아 고 노회찬 전 원내대표의 묘소를 참배하고 있다. 이들은 중대재해법이 당초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원안에 비해 크게 후퇴한 데 대해 사과했다.
ⓒ 정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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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의 국민동의청원으로 제기한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은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지를 담은 법이었다. 그러나 '중대재해에 대한 기업 및 정부 책임자 처벌법'은 8일 국회에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되어 기업과 정부라는 책임자를 명시하지 않게 하였다. 

시민들과 노동자들, 유족들과 중대재해법 제정운동본부의 활동으로 기업이 안전을 책임지지 않아 노동자 시민을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은 사회적 타살이며 범죄이고 경영책임자가 처벌받아야 한다는 사회적 확인을 했다는 점은 새로운 출발점을 만들어주고 있다.

"일하다 죽지 않게 차별받지 않게"라는 슬로건으로 김용균 2주기 추모주간이  지나자마자, 차별을 담은 법이 만들어졌다. '원청에 대한 처벌', '시민재해 포괄', '부상과 직업병 처벌'이 가능하게 되었지만, 죽음에 차별을 두는 것은 중대재해법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것이기에 대책없는 유예, 적용제외는 받아들일 수가 없다.

중대재해를 막자는 법안을 논의하는 과정에 경영계의 압력이 있었고, 국회는 노동자, 시민들에게 걸쳐있던 손가락을 슬그머니 뺐다. 법안은 적용 범위가 축소되고 책임자는 비틀어지고 영세사업장 노동자는 배제되었다.

배제와 유예를 그대로 둘 수 없다. 제대로 된 중대재해법을 만드는 투쟁은 다시 시작해야 한다. 지금도 무사히 퇴근하지 못하는 노동자들의 목숨을 기업의 이윤과 바꾸는 일이 아무렇지 않게 이어지고 있다. 이대로라면 내일도 모레도 노동자가 사망했다는 기사를 보게 될 것이다.

법이 모든 것을 한꺼번에 바꿀 수는 없지만, 최소한의 사회적 기준은 마련해준다. 사회적 약속이기 때문에 우리는 법을 만들고 개정한다. 이제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이 제 역할을 하도록 우리는 다시 나설 것이다. 나설 수밖에 없다. 새로운 출발점에서.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김용균재단 사무처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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