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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와 미세먼지, 핵발전의 위험으로부터 벗어나 안전하고 깨끗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시급하나 에너지전환과정이 녹록하지만은 않다. 재생에너지 설비가 생태 보전과 민주적 의사 결정 과정을 간과하지 않을 때, 사회적 수용성과 더불어 확산의 길을 가능한 빠르게 걸을 수 있을 것이다.[기자말]
풍력발전기에 대한 선망이 유럽풍의 이국적인 느낌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동네 마을 뒷산에 세워진 4대의 발전기, 한 채 한 채가 작품인 듯 세워진 주택과 그 지붕에 납작하게 붙어있던 태양광 패널, 다닥 다닥이란 말보다 옹기종기란 말이 어울리는 마을, 놓여있는 것들에 섬세한 배려가 묻어있어 하나의 경관으로 어우러진 새로운 시도, 다른 가능성의 현장은 매우 자연스러웠다. 독일은 우리보다 재생에너지 발전설비가 몇 배나 많이 놓여있지만, 크게 거슬리는 시설은 아니었다.

우리나라 고속도로나 국도 혹은 마을 길을 지나면서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를 대할 때의 느낌은 사뭇 다르다. 대체로 공간에 어우러지기보다 이질적이고 위압적인 느낌을 준다. 산 한가운데를 뚝 자르거나 파먹은 듯 혹은 높은 경사도에 산사태 위험은 아랑곳하지 않고 구조해 놓은 태양광 패널들을 보고 있으면, 발전효율과 사업비용만을 생각했다는 느낌이 든다.

이미 풍력발전단지가 세워져 있는데 누적환경영향은 고려되지 않고 공사 중인 발전단지. 마을이 풍력발전단지에 둘러싸이게 되는 것 정도는 개의치 않고 사업을 추진한다면 갈등은 조정하기 힘들 수밖에 없다.
   
환경 먼저 생각한 육백산풍력발전사업
 
 위태로워 보이는 태양광
 위태로워 보이는 태양광
ⓒ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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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 중인 육백산풍력발전사업은 주민들의 적극적인 동의를 얻어 추진하려는 곳인데, 환경영향평가 때문에 좌초되었다고, 환경영향평가가 풍력발전사업의 발목을 잡는 것처럼 알려진 곳이다.

주민들의 반대로 입지 구하기가 얼마나 어려운데, 주민들이 찬성해준다면 들어서야 하는 곳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 만도 하다. 사업자 유니슨의 말에 따르면, 환경영향평가서를 제출한 지 한 달 후에 국립생태원이 해당 지역의 생태자연도를 1등급지로 상향조정 했고, 삵, 하늘다람쥐가 서식하고, 고위평탄면의 학술 가치가 높다는 이유로 원주지방환경청이 반려했다고 한다.

사업부지 해당 마을인 삼척시 도계읍 황조리 이장은 지역 경제를 활성화활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처음에는 주민들이 풍력발전단지에 대해 과민한 반응을 보였지만, 지금은 적극 추진해보기로 의견을 모았다.

마을의 입장이 찬반으로 대립하지 않고 모일 수 있었던 것은 사업자가 주민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설명하고 소통하는 노력, 이장단이 주민들의 요구를 민주적으로 수렴하며 사업자와 협의해 온 결과라고 평가한다.

마을은 총회는 물론 동네마다 대표를 별도로 선발해 이장단과 상시 소통하는 체계로 논의를 지속해왔다고 한다. 물론 육백산 풍력발전 사업을 통해 지역 공동체가 이익을 공유하는 것 외에 부가적인 기대 역시 갖고 있다.

조림용 임도가 풍력단지를 위한 도로로 확장되면 탐방로 기능을 하여 산악 관광이나 대회도 가능할 것이란 기대 말이다. 대부분의 풍력발전단지가 관리도로를 탐방로로 개방하고 있다. 
  
또한 풍력발전단지로부터의 소음이나 저주파는 주거지역에서 일정한 이격을 필요로 하지만, 오히려 풍력발전단지가 어우러진 곳을 백패킹의 핫스팟으로 삼는 사람들도 있다.

태기산풍력발전, 생태보전과 상생가능성 보여주다
  
 태기산풍력발전 생태자연도 1등급지
 태기산풍력발전 생태자연도 1등급지
ⓒ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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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기산풍력발전 생태자연도 2등급지. 1등급지와의 생태적 다양성은 확연히 구분된다
 태기산풍력발전 생태자연도 2등급지. 1등급지와의 생태적 다양성은 확연히 구분된다
ⓒ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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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생태탐방로가 조성된 태기산의 풍력발전은 2MW급 발전기 20기가 설치되어 있다. 11호기까지는 일반인의 탐방이 허용되어 있지만, 12호기 발전기부터는 관리 목적 외의 출입이 통제되어 있다. 탐방이 제한된 구간 일부가 2016년 생태자연도 1등급지로 상향되었다. 그래서 태기산 풍력발전은 생태보전과의 상생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자주 언급된다.

그러나 태기산풍력발전기 주변이 생태적 가치와 자연성을 회복할 수 있었던 것은 탐방로 등 관광을 제한했기 때문이다. 풍력발전단지를 관광지화하면 조망권 확보를 위해 수종을 제한하여 생물다양성을 회복하기 어려운 조건을 만들고 산사태 등 자연재해에 취약해진다. 태기산 사례는 풍력발전단지로 인한 환경영향을 어떻게 최소화 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로 장기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정암풍력단지
 
  
 정암풍력발전단지
 정암풍력발전단지
ⓒ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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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암풍력 인근 만항마을에 설치된 소음측정기. 만항마을에서도 풍력발전기가 보인다. 발전기와 가장 인접한 민가와의 거리는 550m이다.
 정암풍력 인근 만항마을에 설치된 소음측정기. 만항마을에서도 풍력발전기가 보인다. 발전기와 가장 인접한 민가와의 거리는 550m이다.
ⓒ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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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 고한읍에 만항재 일원에 2.3MW급 14기가 설치되어 있다. 우리나라 풍력발전기 중 가장 높은 곳에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만항재는 백두대간의 주 능선인 함백산과 태백산을 연결하는 고갯길이다. 한국내셔널트러스트가 주최하고 산림청이 후원하는 꼭 지켜야 할 자연문화유산으로 선정된 곳이다.

2013년 백두대간 함백산 만항재에 풍력발전단지 계획이 알려졌을 때, 주민들은 비상대책위를 구성했다. 발전사업허가를 취득하고 토지소유주인 정암사와 부지 임대계약을 맺기 전까지 주민들과의 협의는 없었다. 발전기를 둘러싸고 마을이 찬반으로 나누어져 갈등을 빚었다.

토사 유출로 인한 안전성 우려뿐만 아니라 만항재 산봉우리가 원시림보호구역이자 멸종위기동식물 1급 지역이어서 특히 문제가 되었다. 생태환경합동조사를 통해 사업의 적정성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고 결국 만항재로부터 1km 이격된 곳에 풍력단지가 세워졌다.
   
면봉산풍력발전사업, 생태축인 능선부 단절하다
 
 면봉산 풍력발전 예정지 벌목현장
 면봉산 풍력발전 예정지 벌목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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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봉산풍력발전사업은 무리하게 사업이 추진되면서 생태자연도 1등급지의 나무들이 벌목되고 있다.

경북 청송군 현동면 월매리 일원에 추진되는 면봉산풍력발전단지 반대 대책위를 찾았다. 본 사업은 2014년 생태자연도 1등급지를 훼손하지 않고, 생태자연도 남측과 북측으로 나누어서 풍력발전기를 설치하는 것으로 계획하여 전략영향평가 협의를 진행했으나, 2016년 재협의 과정에서 생태자연도 1등급지를 관통하여 풍력발전기와 연결도로를 설치하는 것으로 계획이 변경되었다고 한다.

이로 인해 주요 생태축인 능선부가 단절되는 등 환경훼손 및 생태단절이 심각해지는 사례로 뽑히고 있다. 정부의 친환경개발을 위한 육상풍력개발사업가이드라인의 엄격한 적용이 필요한 대목이다. 인허가 관련 전 청송군수의 뇌물수수 조사, 주민대책위에 사업자의 손해배상청구 및 업무방해 형사 고발 등 갈등도 첨예하다. 주민들은 사업자가 군계획도로(진입로) 개설 전에 벌목작업부터 진행하고 있다며 환경영향평가 위반이라는 주장이다.

환경훼손 문제와 주민 갈등을 풀지 못한다면 가장 좋은 에너지 설비가 가장 좋지 않은 방식으로 들어서게 되는 사례가 된다.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라는 본래 목적과 취지가 무엇이었는지를 다시 생각해보아야 하는 대목이다.
    
환경을 먼저 생각해야 
 
 고랭지 채소밭의 대기산 풍력
 고랭지 채소밭의 대기산 풍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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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황산면 대기리 일원에도 풍력발전단지가 세워져 있다. 대기리풍력발전단지는 백두대간 마룻금과 인접해있다. 이미 고랭지채소밭으로 개간되어 있고, 도로가 개설되어 있어서 추가적인 훼손없이 발전단지 공사가 가능했다. 발전사업 허가 후 주민들이 취소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으나, 최종 패소판결을 받았고 2017년부터 운영 중이다.

이처럼 생태적 보전가치가 높은 산지에 들어서는 육상풍력발전은 생태계 훼손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재생에너지발전사업 과정에서 빚어지는 갈등을 녹-녹 갈등의 대표적인 사례로 언급하게 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재생에너지발전사업이 사업성만을 염두에 두면서 시장논리, 경제논리로 추진한다면 한낮 '사업'에 그치게 된다.

물론 사업성도 중요하다. 그러나 재생에너지사업이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개발사업의 관행을 그대로 한다면 녹색에너지라 불리기 어렵다. 육상풍력은 생태적 민감도가 높은 지역에 재생에너지 발전설비가 입지하지 않도록 훼손지, 독립산지, 분지맥 등을 우선으로 입지를 모색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녹색연합 기후에너지팀 에너지전환팀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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