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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2.50포인트(0.71%) 내린 3,125.95에 거래를 마친 12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대화하고 있다.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2.50포인트(0.71%) 내린 3,125.95에 거래를 마친 12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대화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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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들어 '동학개미'들의 매수 행렬이 이어지며 코스피지수가 3000을 넘겼다. 주식 시장에 뛰어든 동학개미들은 승리를 자축하는 분위기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만큼 늘어난 '빚'의 그림자도 짙어지고 있다.

한국은행 총재가 연초 빚의 위험성을 강하게 경고한 것도 이 때문이다. 노동보다 자본이 돈을 버는 속도가 더욱 빨라지면서 일반 서민들을 옭아매는 빚의 무게는 더욱 커지고 있다.

연초부터 이어지는 초강세장, 코스피지수 3000시대 개막

지난 12일 코스피지수는 3125.95로 마감했다. 코스피지수는 지난 6일 주식시장이 열린 지 65년 만에 처음으로 3000포인트 시대의 막을 열었고, 단숨에 3100포인트까지 치고 올라갔다. 연초부터 증권가의 예측을 뛰어넘는 초강세장이 이어지고 있다. 코스피에서 거래되는 거래대금도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지난 8일 기준 코스피 거래대금은 40조9095억원으로 이틀 전 최대 기록(6일, 29조9094억원)을 경신했다. 동학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의 매수세가 무섭다. 지난 11일 기준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은 4조3000억원 가량을 순매수했다.

기관이 3조5000여억원, 외국인이 7000여억원을 팔았는데, 기관과 외국인 매도 물량과 맞먹는 금액을 개인이 사들였다. 주식시장에서 기관과 외국인들에게 끌려 다니던 개인이 이제는 상승장을 주도하는 주인공이 됐다.

일각에선 동학개미들의 승리라고 규정하기도 한다. 부동산으로만 쏠리던 시중의 유동성이 주식으로 다변화하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지만, 마냥 긍정적으로 볼 수 없는 면도 있다. 주식 투자를 위한 부채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주식투자를 위해 증권사에서 매수자금을 빌리는 신용융자 잔고는 1년새 급증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신용거래융자는 20조3221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2019년 12월 신용융자가 9조2000억원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청년층의 '빚투' 가속화

특히 빚을 내서 투자하는 계층은 주로 청년들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만 30세 미만 청년층의 신용융자잔고는 2019년말 1600억원에서 2020년 9월 4200억원으로 162.5% 폭증했다. 전체 연령 평균 증가율인 89.1%보다 2배 가까이 높은 수치다. 금융감독원도 동학개미 열풍으로 젊은 층의 주식 투자가 활발해지면서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2030세대들이 주식 투자를 하는 목적 중 하나는 '내 집 마련'을 위한 자금 확보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가 지난해 7월 전국 25~39세 남녀 700명을 대상으로 주식 등 금융 투자의 목적을 설문한 결과 31%가 '주택구입 재원 마련'이라고 답했다. 내 집 마련이 꼭 필요하다는 응답도 71%에 달했다.

하지만 문제는 주식 투자에 성공하더라도 웬만큼 돈을 벌지 않고서는 집을 사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서울에선 특히 더 그렇다. 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서울 지역의 평균 주택 가격은 7억8593만원, 아파트 평균 가격은 10억4299만원이었다. 2015년 이후 집값 상승세가 멈추지 않으면서, 집을 사기 위한 주택담보대출도 크게 늘었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초기인 지난 2017년 5월 예금취급기관의 주택담보대출은 총 556조5289억원이었다. 그런데 집값 상승세가 계속되고 주택담보대출도 늘어나면서 지난해 10월 기준 주택담보대출 총액은 667조6763억원이 됐다. 전체 가계대출 총액(1149조원)도 1000조원을 훌쩍 넘겼다.

빚을 내서 주식투자를 하고, 또다시 집을 마련하기 위해 빚을 내는 '빚의 쳇바퀴'에 갇히고 있는 셈이다. 빚으로 쌓아 올린 성은 주식이나 부동산 가격 상승세가 꺾이게 되면 붕괴될 우려가 크다. 게다가 코로나19로 국내 실물경제 상황도 좋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12월 한국은행 수정 전망에 따르면 지난해 민간소비는 전년 대비 1.9%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전망대로라면 지난 2013년(1.7%) 이후 가장 낮은 성장세를 기록하게 된다. 통계청 가계동향에 따르면 전체 가구의 실질가처분 소득도 지난해 3분기 기준 356만5000원으로 지난 2014년과 같은 수준에 머물렀다.

실물소비와 가계소득이 부진한 상황에서 자본시장의 호황이 계속될 것을 기대하긴 어렵다. 코스피 3000시대를 마냥 낙관할 수 없는 이유다. 송기균 송기균경제연구소 소장은 "전체적인 기업들의 수익이 늘어나지 않았는데, 주식 시장이 급등세를 보이는 것은 전형적인 버블"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빚을 내서 투자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한국은행 총재의 경고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 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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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금융권 신년 인사회 신년사에서 "자그마한 충격에도 시장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며 "잠재된 위험이 올해 본격적으로 드러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물경제가 위축되는데 주식 시장만 과열되는 상황을 강한 어조로 경고한 것이다.

빚을 내서 투자하는 경향의 이면에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노동을 해서 버는 소득보다 주식·부동산에 투자해서 버는 소득이 훨씬 크다 보니, 일반 개인들이 무리한 투자로 내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박상인 서울대 교수는 "사회 구조적으로 근로를 통해 돈을 버는 데 신경을 쓰도록 사회가 유인하지 못하고 있다"며 "같은 시간을 투자했는데, 노동에 투자하는 것보다 재테크에 투자하면 수익이 높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박 교수는 이어 "대기업 중심의 단가 후려치기로 인적 자본 수익을 낮추고 있고, 부동산 불로소득에 대한 충분한 회수도 이뤄지지 않으면서 중산층이 노동만으로 기본 생활을 유지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며 "자본 버블이 터지기 전에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고 장기적으로는 사회 전반적인 구조 개혁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태그:#코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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