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타투나 문신 하면, 힙합 뮤지션들이 TV에 나와 랩 경연을 할 때 그들의 몸 곳곳에 모자이크 처리된 문신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시청자들은 방송에서 가리는 것이 무엇인지 모두 알고 있지만 굳이 방송은 몸에 그려진 그림을 가리려 한다. 그럼에도 문신을 하는 소비자는 생각보다 많은데, 타투를 경험한 한국 국민은 무려 1300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타투이스트들은 타인의 몸에 그림을 그린다는 행위가 직업의 특성이지만 이들이 떨쳐낼 수 없는 또 하나가 바로 법을 위반하는 노동이라는 것이다. 보이지만 가리려 하는 것, 타투를 업으로 삼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 타투유니온지회 김도윤 지회장을 지난 2020년 12월 22일, 경복궁역 근처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의료법 제 27조 제1항은 의료인이 아닌 자의 의료행위를 금하고 있다. 1992년 대법원은 문신을 "의료행위"로 판단했고, 갈수록 타투를 편안한 것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아지지만 여전히 의료인이 아닌 자가 하는 문신 작업은 법에 저촉되는 행위이다. 지금까지 수차례 문신업을 법제화하려는 정부의 계획과 국회 법안 발의가 있었지만, 법 제정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일본의 경우 2020년 9월 의료인이 아닌 문신사가 문신 행위를 해 의사법 위반으로 기소되었으나 무죄 선고를 받아 타투이스트들이 합법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문이 열렸다. 이제 한국은 문신을 의료행위로 보는 유일한 국가로 남았다.
 
 화섬식품노조 타투유니온지회 김도윤 지회장. 타투이스트라는 직업을 일반직업으로 만들기 위해 여러 단위와 함께 공동대책위를 꾸리는 등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의 시도가 이번에는 결실을 맺을 수 있을지 기대된다.
 화섬식품노조 타투유니온지회 김도윤 지회장. 타투이스트라는 직업을 일반직업으로 만들기 위해 여러 단위와 함께 공동대책위를 꾸리는 등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의 시도가 이번에는 결실을 맺을 수 있을지 기대된다.
ⓒ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관련사진보기

 
타투라는 예술 행위

타인의 몸에 그림을 그리는 타투라는 행위를 업으로 삼는다면 감당해야 할 것들이 있다. 타투가 예술행위인지 의료행위인지에 대한 분분한 의견들, 평생 몸에 남을 그림을 그린다는 것의 무게, 법이 인정하지 않는 직업군이라는 요소다. 김 지회장은 시간이 지나면서 타투이스트가 내리는 결정에도 변화가 있다고 한다.

"저는 원래 디자인 일을 하다가 타투이스트가 되기로 결정하고서 한동안 다른 일도 같이 했어요. 그러다 자리를 잡았을 때 전업으로 일을 하기 시작했어요. 법이 허용하지 않는 일이니까요. 지금 들어오는 사람들은 그 고민을 덜 한다고 생각해요. 상식적이고 보편적인 기준으로 생각하고 이 일을 시작하죠. 타투가 불법이라고 하는 것이 얼마나 말이 안 되는 것인지 인지하고 있어요. 많이 알아보면서 해볼 수 있겠다고 결론 내리고 결정하는 것 같아요.

처음에 타투를 배울 때는 잘 하는 사람에게 가서 작업을 받으면서 배우기도 하는데요. 인조 피부에 연습을 합니다. 하지만 사람 살에 얼마나 많이 해보는가가 중요한 거라서, 친구들한테 해보기도 합니다. 타투가 예술인지 묻는데, 저는 미술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10년 동안 그림을 그리다가 타투를 시작했을 때 매체가 달라진 것이지 새로운 행위를 하는 건 아니라고 느꼈어요. 또 타투이스트에게는 직업 윤리가 있습니다. 물론 지금까지 긍정적이지 않은 인식을 만드는 데 이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문화가 영향을 끼친 면도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타투이스트들에게는 다른 업종보다 더 높은 직업 윤리가 있어요. 그런 높은 기준은 작업을 하면서 갖게 됩니다."


문신은 전신을 써서 타인의 몸에 그림을 그리는 작업이다. 손, 손가락, 손목, 목, 허리를 많이 써서 오는 근골격계질환과, 잉크와 바늘을 써서 일하며 찔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속 몸을 숙여 작업하기 때문에 등, 목, 척추 질환이 많아요. 손목터널증후군이나 손가락 염좌는 누구나 겪는 질환이고요. 또 아무리 오래 해도 떠나지 않는 게 긴장감이에요. 누군가의 몸에 평생 가는 그림을 그리는 거잖아요. 긴장한 상태에서 작업을 하면 예상하지 못 한 곳, 타투 작업을 3시간 하고났는데 무릎에 문제가 생기기도 해요. 너무 긴장한 상태에서 잘못된 곳에 힘을 주어서 그런 경우가 많아요.

바늘 같은 경우, 타투유니온지회에서 녹색병원과 건강실태조사를 했어요. 바늘에 얼마나 많이 찔리는지 물었더니 심한 사람은 1년에 25번 찔린 사람도 있었어요. 다른 사람의 살을 뚫고 들어갔던 바늘이 내 피부에 찔리면 위험할 수 있죠. 실제로 바늘 때문에 감염 확진 받은 사례는 없지만, 그래도 더 조심합니다. 지회에서 바늘에 찔렸을 때는 꼭 병원에 가도록 하는 내용을 교육 과정에도 넣었습니다."


고객을 상대하는 일은 무엇이든 감정노동을 동반한다. 특히 타투이스트들은 자신의 일이 '합법적'이지 않기 때문에 분쟁이 생길 때 다른 업종보다 더 큰 위기에 처할 수 있고, 특히 경력이 짧은 타투이스트들에게 고객의 고발은 가장 큰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감정노동은 모든 서비스 업종의 벗어날 수 없는 굴레인 것 같아요. 저는 타투이스트 14년째인데 감정노동에서 벗어나려고 계속 노력했어요. 감정노동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행복할 수 없겠구나 하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그런 일을 겪는 타투이스트도 많죠. 타투유니온지회 만든 이후에, 고객과의 분쟁이나 법률 문제가 생겼을 때 조정, 중재하고 법률 상담하는 업무가 초반부터 가을까지 지회 업무 중 90%를 차지할 정도로 너무 많았어요. 물론 쌍방의 문제입니다. 하지만 저희가 법제도 안에 있지 않기 때문에 더 크게 데미지(피해)를 입는 거죠.

예를 들어서, 그림 작업 서비스가 맘에 들지 않으면 보상을 요구할 수 있는데, 유독 타투는 불법이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에, 고객들이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갑자기 형사고소로 협박을 해요. 손님이 협박하고 갈취한 거지만 저희가 전과자가 되어버리는 거예요. 그건 원하지 않기 때문에 신고한 소비자랑 협상을 하려고 해요."


법에 있지만 반투명한 존재 '타투이스트'

현재 한국 산업 분류에는 문신업이 존재하고 문신업으로 사업자 등록도 가능하다. 하지만 그럴 경우 단속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런 모순이 있을까 싶지만 1992년 대법원 판례로 지금까지 타투이스트는 반투명한 존재로 남게 되었다.

"저희는 직업 코드가 있어요. 2015년에는 고용노동부에서 유망 직업이라고 선정하기도 했고요. 문신업으로 등록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만일 문신업으로 사업자 등록을 하고 세금 신고를 하면 불법행위로 잡힐 수 있습니다. 영리 목적의 불법 의료행위, 보건범죄 단속에 대한 특별법에 의거하면 최저 2년 징역형에 처해요. 지금 1992년 판례를 제외한 모든 것이 돌아가는데도, 그 판례를 이용해서 누군가가 신고할 수 있는 거예요. 문신업으로 사업자 등록을 하고 세금을 올바로 낼 때 최악의 상황이 발생하는 거죠. 타투유니온 만들자마자 내세운 것이 '세금을 내고 싶습니다'예요. 거기 동의하는 사람들이 노조에 가입하는 거고요. 빨리 제도권 안으로 넣어서 납세하게 만드는 것이 국가가 할 일입니다."

'노동자'라는 지위

타투이스트들은 대부분 사업이나 사업장에 고용되기보다는 자영업자인 경우가 더 많다. 자영업자와 노동조합을 바로 연결하는 것이 쉽지는 않은데, 타투이스트들의 법적 지위를 바꾸기 위해 노동조합을 결성하기로 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헌법상 타투이스트가 획득할 수 있는 가장 높은 지위가 노동자입니다. 가장 강한 조직들과 연대해서 싸울 수 있는 곳이 노동조합이라는 판단이 있었어요. 노동조합이라면 활동에 필요한 지혜와 노하우를 모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화섬노조에 있는 저희 타투유니온, 시민사회단체 등 총 55개 단체가 공동대책위원회를 만들었어요. 공대위 활동 하면서 문체위, 산자위, 보건복지위 국회의원들을 만나 대담을 할 수 있게 되었어요. 이게 연대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얼마 전에 타투유니온지회를 포함한 많은 시민사회노동법률단체로 구성된 '타투 할 자유와 권리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타투이스트들이 타투할 자유와 권리를 위해 헌법소원을 냈다. 의사들만 문신을 할 수 있다는 것은 헌법에 명시된 직업선택의 자유와 표현·예술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것이 그 취지였다.

"11월 초에 두 가지를 냈습니다. 하나는 '헌마', 또 하나는 '헌바'로요. '헌마'는 법적인 문제가 이 일을 시작한 사람, 개인의 기본권을 구속한다는 내용이에요. 자격요건은 이 일을 시작한 지 1년 미만인 사람이라서, 노조에서 1년 미만인 8명이 자원해서 헌법소원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는 '헌바' 소송이고 지금 준비 중인데요. 이 소송은 이 판례나 법조항 때문에 누군가가 피해받고 있다는 것을 주장하는 것입니다. 일본은 9월 이 재판에서 이기면서 타투가 비범죄화되는 계기가 되었어요. 최근 제가 신고 당해서 제가 당사자가 되었고, 수사가 진행 중입니다."

최근 일본에서 타투이스트들이 '무죄' 선고로 인정받게 되면서 한국에도 법제화의 시기가 더욱 가까워진 것 같기도 하다. 이들의 노력이 어떤 결실을 맺을지 기대가 된다.

타투가 예술로 인정받는 미래

타투유니온지회에서는 위생 및 감염관리가이드를 제작해 조합원들에게 배포 중이다. 이들에게 먼저 문제 삼을 수 있는 것이 감염, 위생 문제이기 때문이다. 또 지회에서 직접 건강검진을 실시한다. 노동시간 산정 방법을 안내하고 있고, 표준계약서도 미리 준비하고 있다. 법이 보여주지 않는 길을 타투이스트들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해외에서는 일반직업화 되어도 해결하기 어려운 것들이 있더라고요. 자영업자인지 예술가인지 등은 세금 문제와 연관되어 있습니다. 정부나 사회에 요구해야 할 것들은 더 많아질 거예요. 예술인 고용보험을 통해 보장받으려면 예술인 지위를 받아야 하는데, 모이지 않으면 잘 이뤄지기 어렵죠. 일반 직업화를 이루기 전에 많이 해놓을 겁니다. 세무교육, 위생교육, 법무교육, 노동교육까지 진행하고 있고요. 그 뒤에는 일반직업화가 과제로 남을 텐데, 정말 어려운 일이에요."


직업, 노동에는 이미 많은 이슈와 어려움이 따르는데 거기에 더해 일 때문에 단속될 수 있다면 누구든지 휘청거릴 수 있다. 타투이스트들이 시도한 여러 번의 두드림이 곧 결과를 낼 것 같다. 어쩌면 아주 가까이에 와 있을지도 모르겠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인 유청희 님이 작성하셨습니다. 또한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에서 발행하는 잡지 <일터> 1월호에도 연재됩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는 모든 노동자의 건강하게 일할 권리와 안녕한 삶을 쟁취하기 위해 활동하는 단체입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