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의 토트넘 홋스퍼가 리그컵 우승트로피를 향한 마지막 관문에서 맨체스터 시티와 피할 수 없는 한판 승부를 벌이게 됐다. 축구계의 대표적인 라이벌로 꼽히는 조제 모리뉴 감독과 펩 과르디올라 감독간의 자존심 대결이기도 하다.

과르디올라 감독이 이끄는 맨체스터 시티는 7일 영국 맨체스터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2020~2021 카라바오컵(EFL컵) 4강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맨체스터 더비'에서 2-0으로 승리하며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토트넘은 이미 브랜트포드(2부리그)를 제압하고 결승에 선착한 상태였다. 양팀의 결승전은 오는 4월 25일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벌어진다.

맨시티는 그야말로 리그컵의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다. 맨시티는 역대 리그컵에서 총 7번의 우승을 거머쥐었고, 이중 5번이 최근 10년간에 달성한 기록이다. 특히 과르디올라 감독이 부임한 이후로는 지난 2017-2018시즌부터 무려 3시즌 연속으로 리그컵을 제패했다.
 
 경기 후 모리뉴 감독과 손잡는 손흥민

경기 후 모리뉴 감독과 손잡는 손흥민 ⓒ EPA/연합뉴스

 
역대 리그컵 최다우승 기록은 리버풀이 보유한 8회다. 리버풀은 1981년부터 84년까지 전대미문의 리그컵 4연패를 달성하기도 했다. 만일 맨시티가 올해도 정상에 오를 경우, 최다 우승과 최다 연패에서 모두 리버풀과 타이기록을 수립하게 된다. 객관적인 전력에서도 현재 리버풀과 함께 EPL 최강으로 꼽히는 만큼 우승에 대한 맨시티 선수단의 자신감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토트넘은 2007-08시즌 이후 12년 만에 이 대회(당시는 칼링컵)에서 정상을 노리고 있다. 토트넘이 최근 공식 대회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린 마지막 대회이기도 했다. 당시 토트넘은 2008년 2월 25일 열린 결승전에서 연장접전 끝에 첼시를 2-1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이때 한국인 선수인 이영표도 토트넘에서 뛰고 있었지만 주전경쟁에서 밀려있던 상황이라 결승전에 출전하지는 못했다.

손흥민과 토트넘 모두 우승이 간절하다. 손흥민은 프로 데뷔 이후 함부르크-레버쿠젠-토트넘 등 거쳤지만 아직 클럽 무대에서 우승 트로피를 든 적은 없다. 올시즌 각종 대회에서 벌써 16골을 기록하며 커리어 하이급 활약을 연일 경신하고 있는 손흥민이지만 우승 경력이 없다는 것은 옥에 티로 남아있다. 토너먼트 결승전은 손흥민의 클럽 커리어에서 지난 2018-19시즌 유럽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이어 두 번째 도전이다.

축구 전문가들은 손흥민이 만일 메이저대회 우승트로피를 한두 개만 추가한다면 차범근과 박지성을 뛰어넘는 역대 아시아 최고의 선수 반열에 오를 수도 있다고 평가한다. 토트넘은 손흥민이 입단한 이후 잉글랜드를 대표하는 신흥강호의 반열에 올랐으나 EPL와 유럽 챔피언스리그에서 잇달아 준우승에 그치는 등, 늘 중요한 고비마다 2% 부족한 모습을 보여주며 아쉬움을 남겼다.

유럽을 대표하는 두 명장 모리뉴와 과르디올라 감독의 지략대결도 올해 리그컵 결승전의 또다른 관전포인트다. 두 감독은 바르셀로나 시절에는 선수와 코치로 한솥밥을 먹은 적이 있지만, 감독이 된 이후로는 각각 라이벌팀의 수장을 맡아 우승트로피를 놓고 수차례 경쟁을 펼치는 '숙적'이 됐다.

두 감독간의 상대 전적은 11승 6무 7패로 과르디올라 감독이 우위에 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바르셀로나와 맨체스터 시티를 이끌며 모리뉴 감독이 지휘하던 레알 마드리드와 맨유 등을 잇달아 대파하기도 했다. 모리뉴 감독과 10회 이상 대결한 감독 중 상대 전적에서 앞서는 몇 안 되는 인물이다.

하지만 모리뉴 감독도 중요한 길목마다 과르디올라 감독의 발목을 잡았던 전력이 있다. 모리뉴 감독은 이탈리아 인테르 밀란 감독 시절이던 2009-10시즌 준결승에서 바르셀로나를 격침시키고 결승에 올라 트레블(3관왕)을 달성했다. 바르셀로나는 모리뉴에 가로막혀 2년 연속 전관왕의 꿈을 날려야 했다. 2011-12시즌에는 레알 마드리드를 이끌고 당시 라 리가 최다 승점으로 우승을 차지하며 바르셀로나의 4연패를 저지하기도 했으며, 2017-18시즌에는 모리뉴의 맨유가 과르디올라의 맨시티에 3-2 역전승을 거두며 맨시티의 조기 우승 확정에 찬물을 끼얹기도 했다.

모리뉴와 과르디올라가 결승전에서 맞붙는 것은 무려 10년만이다. 두 감독은 각각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사령탑 시절인 지난 2011년 4월 21일 당시 2010~2011 코파 델레이(스페인국왕컵) 결승전에서 맞붙었고, 연장까지 가는 혈투 끝에 모리뉴의 레알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결승골로 1-0 승리를 거두고 우승을 차지했다. 바르사는 이날 패배로 트레블 달성에 실패했다.

이번에도 객관적인 전력은 과르디올라가 이끄는 맨시티의 우위가 예상되지만, 최근 토트넘의 기세가 만만치 않다는 게 변수다. 토트넘은 지난 2018-19시즌 챔피언스리그 8강전에서 1,2차전 합계 3골을 몰아친 손흥민의 활약에 힘입어 맨시티를 제압하는 이변을 연출한 바 있다. 손흥민은 맨시티를 상대로 통산 6골이나 몰아치며 강한 면모를 보인 바 있다.

높은 점유율과 정교한 패스 위주의 전술을 추구하는 과르디올라 축구와 철저한 선수비-후역습 전략으로 효율적인 실리축구를 선호하는 모리뉴의 철학은 서로 상극에 가깝다. 모리뉴 감독과 손흥민이 과르디올라를 넘어 우승을 향한 토트넘의 한을 풀어줄 수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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