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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대선이 1년여 남은 시기이니만큼 대선 주자들이 신발 끈을 단단히 맬 때가 되었다. 여권에서는 이낙연이 대표 주자로 치고 나가는 모습이고 이재명도 만만치 않은 뒷심을 발휘하고 있다. 그리고 야권에서는 윤석열이 단연 돋보이고 있다. 삼강 구도에서 나머지 군소 인물들은 거의 존재감이 사라지고 있다. 안철수는 그나마 서울시장으로 노선을 틀어 그나마 사라지던 존재감의 불씨를 되살리는 데 성공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맨 오른쪽)가 신축년 새해를 앞두고 실시된 대권주자 지지도 조사에서 이낙연 민주당 대표(왼쪽)와 윤석열 검찰총장(가운데)을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맨 오른쪽)가 신축년 새해를 앞두고 실시된 대권주자 지지도 조사에서 이낙연 민주당 대표(왼쪽)와 윤석열 검찰총장(가운데)을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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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2018년부터 일찌감치 대권 주자 1위로 나섰던 이낙연이 심상치 않은 모습이다. '20%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그사이 이재명은 물론 윤석열에게도 뒤처지는 조사 결과가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그러다가 이번에 이명박·박근혜 사면론이라는 결정적인 '악수'를 두고 자의 반 타의 반 칼을 거두는 모습을 보였다. 모양을 크게 구긴 모습이다. 그런데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이미 여러 차례 악수를 두어왔다. 도대체 왜 그러는 것일까?

그가 이명박·박근혜 사면론을 제기한 가장 큰 명분은 '국민화합'이다. 그런데 이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대권 후보 시절 보여준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자타가 공인하는 독재 정권의 직접적인 피해자이다. 그런 그가 대선 과정에서 전두환·노태우의 사면을 주장하고 나섰다. 정확히는 그가 주도했다기보다는 당시 대선 후보였던 이회창이 먼저 치고 나왔고 이에 김대중 후보가 맞장구를 치는 모양새가 되었다. 당시 후보였던 이인제도 이에 동의했다.

그런데 이는 당시 민의를 거스르는 조치였다. 김대중 후보가 사면에 찬성한다는 견해를 밝힌 직후인 1997년 9월 2일 <한겨레>신문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3.8%가 조건 없는 사면에 반대하였다. 그럼에도 김대중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바로 다음 날인 1997년 12월 20일 김대중 당선자와 김영삼 대통령의 합의로 전두환과 노태우의 사면 복권이 전격적으로 단행되었다. 그 이후 노태우는 참회의 길을 걸었지만, 전두환은 아직도 반성은 고사하고 자기의 죄를 묻는 이들을 마음대로 욕하고 추징금도 여전히 갚지 못했음에도 골프도 얼마든지 치고 다닌다.

반성 없는 자의 사면의 결과를 그가 몸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를 사면한 것이 국민통합의 효과를 이루었다고 보는 사람은 현재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실제로 전두환, 노태우 사면 약속에도 불구하고 경상도의 표는 김대중 후보에게 오지 않았다. 1997년 대선은 남한이 완전히 동서로 갈라서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선거 결과를 남겼다. 강원, 부산, 울산, 대구, 경남, 경북에서 김대중 후보는 이회창 후보는 물론 이인재 후보에게도 모두 크게 밀려 3위를 했다. 국민화합이나 동서화합은 그림자도 안 보이는 결과였다. 국민통합은 언감생심이었다.

김대중 벤치마킹?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3일 국회 의원회관 자신의 사무실에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과 관련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3일 국회 의원회관 자신의 사무실에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과 관련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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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히 똑같은 현상이 2002년 제16대 노무현 대통령 당선 때도 반복되었다. 노무현 후보가 경상도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강원도와 경상도 지역에서 모두 이회창에게 패했다. 적어도 정치에서 남한의 동서 분열은 고질병이다. 어쭙잖은 화해의 제스처로는 명분도 잃고 실리도 잃을 것이다. 이것이 냉정한 현실이다. 그런데 이낙연이 김대중을 벤치마킹하려고 한다면, 이는 매우 시대착오적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사실 정치에서 치고 올라오는 것보다 정상을 지키는 것이 훨씬 어려운 법이다. 더구나 부동의 1위 자리에 있다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서서히 밀리는 상황이 된다면 더더욱 피가 마를 것이다. 그러나 그럴수록 경거망동을 삼가야 한다.

그렇다면 현재 이낙연이 둘 수 있는 최선의 행마는 무엇인가? 그것은 문재인이다. 사실 한국의 정치 지형에서 늘 되풀이된 전략 가운데 하나가 전임자를 밟고 올라가는 것이었다. 노태우가 그랬고 김영삼이 그랬다. 김대중도 결국 김영삼과 척을 두었다.

가장 극심했던 것이 정동영이다. 그는 노무현을 철저히 짓밟고 대선에 나섰다. 그러나 대선 역사상 가장 큰 표차로 참패하고 그 이후 존재감을 거의 상실하다가 이제는 정계에서 은퇴하였다. 당시 노무현은 여당을 탈당하였고 지지율도 형편없었다. 그래서 정동영도 노무현을 가볍게 밟아도 된다고 여긴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결정적 패착이었다.

문재인은 어떤가? 노무현과는 분명히 다르다. 노무현은 집권 4년 차인 2006년 12월 6일 조사에서 지지율이 5.7%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바가 있다. 그러나 문재인은 2017년 대선에서 41.1%의 득표율로 당선된 이후 집권 4년 차에 접어들어서도, 그의 지지율은 대선 때와 큰 변화가 없다. 이른바 문재인의 콘크리트를 넘어선 '다이아몬드 지지층'이 확보돼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역대 대선 후보들처럼 재임 대통령을 밟고 올라가는 전략을 펼치면 반드시 실패한다.

이제부터 이낙연이 자신의 존재감을 고양하기 위하여 다양한 전략을 실시할 것이겠지만, 선을 넘지 말아야 하는 것이 여럿 있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전임자를 '밟는' 것이다. 더구나 문재인 지지층은 노무현의 죽음에 대한 한을 품다시피 하는 계층이다. 문재인이 이미 여러 실정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철저히 지지하는 이유는 또 다른 노무현을 만들 수 없다는 죄의식에 있다. 그리고 이 지지층의 정서에는 그 노무현을 죽음으로 몰고 간 원흉이 이명박이라는 확신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런데 그런 이명박을 사면하자고 나서는 것은 문재인과 척을 지겠다고 작정을 하는 것이다.

문재인 지지의 근본은 정치적 공과가 아니라 노무현 정서이다. 그러니 이 지지층은 깨질 수가 없다. 그런 상황에서 과거와 마찬가지로 현 정부와 차별화하는 전략, 더 나아가 현 대통령을 밟는 전략을 세우는 순간 이낙연은 40% 가까운 콘크리트 지지층을 바로 정적에게 헌납하게 된다. 그러나 차별화가 필연이기는 하지만 부정적 차별화가 아니라 긍정적 차별화, 곧, 자신만의 장점을 찾아 부각하는 방법을 사용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사면 추진하겠다면... 

만약 반드시 사면을 추진하겠다면 이명박과 박근혜를 다르게 대하는 방법으로 나가야 한다. 이명박과 박근혜는 그 죄에서 결이 전혀 다르다. 박근혜는 한국의 그리고리 라스푸틴이라고 할 수 있는 최순실이라는 최측근의 권력 전횡으로 낙마한 경우이다. 그러나 이명박은 대통령이라는 직위를 이용하여 자신과 친인척이 사리사욕을 취한 인물이다. 박근혜는 무능했던 반면에 이명박은 사악했다. 그래서 그들의 사면도 서로 다른 접근법이 필요하다.

사면의 시기도 중요하다. 사면은 매우 중요한 카드이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어정쩡한 시기에 그 카드를 소모해 버리면 실기를 하여 정치적으로 큰 패를 잃는 우를 범하게 된다. 지금 이명박을 사면한다면 그가 진심으로 반성을 할 것인가? 아직도 자신은 억울하다고 외치는 사람에게 사면을 덜컥 선물하면, 오히려 기고만장하게 될 것이다. 때가 아닌 것이다. 이명박이 어쩔 수 없이 반성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 예를 들어 그의 가족들의 비리가 새로 밝혀져서 구속되는 상황에서 이명박이 반성하는 모습이라도 보여야 감형이 가능한 경우 말이다.

김대중 후보를 벤치마킹하려는 이낙연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한다. 전라도 출신이라는 정치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국론통합 카드를 내세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그 시작부터 단추를 잘못 끼우는 어리석음을 범해서는 안 된다. 현재 대선 주자 지지율 3위라는 현실을 냉정히 받아들이고 그 원인 분석부터 먼저 들어가야 한다.

이낙연 지지율 하락의 이유 

지지율에서 1위를 매번 고수해왔던 이낙연이 최근 왜 3위로 처지고 있는가? 그 가장 큰 원인은 '보신주의'이다. 마치 이미 차기 주자의 자리를 차지한 듯이 부자 몸조심한다는 의식으로 대선에 임하면 필패하게 될 것이다.
 
2007년 8월 6일 경남 창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한나라당 대선후보자선출을 위한 경남합동연설회에서 당시 박근혜 후보와 이명박 후보가 나란히 앉아서 다른 후보의 연설을 듣고 있는 모습.
 2007년 8월 6일 경남 창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한나라당 대선후보자선출을 위한 경남합동연설회에서 당시 박근혜 후보와 이명박 후보가 나란히 앉아서 다른 후보의 연설을 듣고 있는 모습.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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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 말한 대로 이낙연은 한국 정치 지형에서 지역적인 핸디캡을 가지고 대선에 임해야 할 수밖에 없다. 올해 하반기로 가면서 대선 정국이 가열될수록 그의 연고지의 부각은 더욱 뚜렷해질 것이다. 이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상황이지만 지극히 현실적이기도 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성공한 경우, 곧 김대중 후보의 방법을 참고할 필요가 있지만, 그것을 그대로 답습해서는 절대 안 된다. 상황이 전혀 다른 것이다.

또한 김대중 대통령은 대승적 차원에서 자신을 제거하고자 한 전두환을 용서하는 카드를 사용하였지만, 정권 내내 보수언론의 집요한 공격을 받다가 후반기에 가서는 세 아들 비리로 결정적인 위기에 봉착하게 되었다. 집권 초기 71%에 육박했던 지지율이 말기에는 24%로 떨어졌던 적도 있다. 단순히 사면한다고 상대방이 나를 봐주리라고 생각한다면, 어리석거나 기껏해야 순진한 것이다.

노무현 후보가 천우신조로 이회창을 꺾고 16대 대통령이 되지 못했다면, 김대중은 매우 큰 시련에 봉착했을 것이다. 그 당시 15대 대선에서 그에게 패배를 안긴 이인제의 지지마저 확보한 이회창 후보에 열세를 면하지 못하던 노무현 후보가 정몽준과의 단일화라는 회심의 카드를 사용하여 극적인 반전을 이뤄냈다. 사실 이 단일화 과정에서 노무현 후보가 정몽준 후보에 밀릴 수도 있었다. 그런데도 노무현 후보는 도박을 감행하여 이겼고, 1.8%p 차로 단일화를 이룬 것이다.

그러고 나서 정몽준이 대선 하루 전날 지지 철회를 선언하는 촌극이 벌어졌으나, 이는 오히려 권영길 후보 표를 모으는 결과를 낳게 되었다. 이것이 정치다. 정치판에 모든 것을 내 던져야 승부를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벌써 몸조심만 하고 독자 노선을 걷는 모양새를 갖추는 와중에 굳이 '사면'이라는, 그것도 자신과 인연이 없는 이명박과 같은 범법자를 사면한다고 나선다면, 중도층은 물론 그를 지지해왔던 계층마저도 마음이 흔들리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낙연이 쓸 수 있는 카드는 무엇인가?

사실 없다. 그래서 이제부터 만들어야 한다. 여기에서 가장 쉬운 방법이 정치 선배들의 행적을 벤치마킹하는 것이다. 그러나 김대중의 '사면 카드'는 택해선 안된다고 본다.

현재 뚜렷하게 부상하고 있는 차기 대권 주자들, 곧 이재명·윤석열 등과 비교할 때 이낙연의 최대의 약점은 색깔이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이재명은 좌충우돌하면서 국외자의 강성 이미지를 충분히 활용하여 변화를 바라는 계층의 표심을 사로잡고 있다.

윤석열은 현재 대안이 없는 여당 지지 세력과 보수층을 집결할 구심점 역할을 차기에 분명히 할 것이다. 그러나 이낙연은 엄밀히 말해서 여도 야도 아니고 보수도 진보도 아니라고 본다. 그런 그가 내세울 만한 회심의 카드는 사실 없다. 그래서 고민이 클 것이고 장고 끝에 악수를 둔 모양새가 되었다. 전라도의 표는 확보한 상태라 경상도와 충청도의 표를 모아야 하겠으나 이미 충청도는 윤석열에 넘어간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래서 경상도에서의 피해를 최소화할 생각이겠으나 이미 이전 대선에서 본 것처럼 경상도 정치색은 굳건하다. 언감생심, 참 막막한 상황이다.

이낙연이 택할 수 있는 최선의 길 

이럴 때 이낙연의 최선의 길은 본래의 정도를 가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가장 잘하는 것을 해야 한다. 그것은 바른 정세 판단이다.

또 이 대표는, 여당 후보라고 해서 자신이 친문(재인)의 지지를 자동으로 받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당연한 것에도 공을 들이는, 겸손한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어차피 윤석열까지 들어오게 된 판세라면, 결국은 친여 세력의 규합이 승부처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 이재명과의 단일화만이 승기를 잡을 수 있는 최고의 방책일 것이기에, 어차피 승산이 없는 보수 진영을 탐문하기보다는 잡은 토끼에 더 공을 들이는 편이 나을 것이다.

아무튼 국민의 입장에서는 차기 대선을 1년여 남긴 시점에서 이낙연의 독주를 막을 두 후보가 등장한 것은 매우 흥미 있는 일이다. 자칫 재미없는 잔치가 될 뻔한 차기 대선이 3인의 대결로 흥행몰이를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나라를 맡길만하다는 평가를 받도록 진검승부를 펼쳐 강한 자가 승리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태그:#이낙연, #대선, #대통령,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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